당(唐)나라 초기 서예의 4대가는 우세남, 저수량, 유공권, 구양순이다. 이 가운데 저수량은 평소 붓이나 먹을 선택하는 일에 이만저만 까다로운 것이 아니었다. 하루는 저수량이 우세남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내 글씨와 구양순의 글씨 중에 어떤 것이 더 훌륭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우세남은 씩 웃으며 거침없이 말했다. “구양순의 글씨가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붓이나 종이를 가리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글씨를 쓸 수 있습니다. 그러니 당신은 구양순만은 못한 것이지요” 저수량은 자신의 글씨가 낫다는 말을 듣고 싶었지만, 우세남의 말이 옳았기 때문에 끄덕이지 않은 수 없었다.
출전:《당서(唐書)》
[2018년 2월 23일 제97호 1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