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그동안 쓰여 왔던 말들을 새로운 시대에 맞춰 바꾸어 나가는 모습들이 보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성 차별적 언어인 “자궁”(子宮)을 성 평등 언어 “포궁”(胞宮)으로 바꾸는 것이고, 오늘 이야기 할 완경기(完經期)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완경기라는 말이 조금 어색하게 느껴지신다면, 이 말이 원래 폐경기(閉經期)였다고 하면 아마 다 아실 듯합니다. 굳이 단어를 언급하면서 시작하는 이유는 이름이 주는 부정적인 요소를 없애고 싶어서입니다.
폐경기에서 사용하는 폐(閉)라는 단어는 닫히다, 끝나다 등의 의미에 부정적인 느낌이 가미가 된 말입니다. 하지만 완경기의 완(完)이라는 단어는 완전하다, 마무리 짓다 등 긍정적인 느낌이 가미되어 있습니다. 단지 이 단어 하나만으로도 완경기와 갱년기시기에 대한 인식을 많이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완경기 및 갱년기는 생리현상이 자연스럽게 마무리되는 49세-52세 사이에 주로 발생합니다. 그 후 1년 정도는 갱년기 증후군이 발생하기가 쉽고, 간혹 길게는 4~7년까지 불편함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위에서도 완경기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언급했지만, 완경기는 질병이라기 보다는 자연적 신체변화의 과정 중 하나입니다. 즉, 그동안 수고스러웠던 가임기 시절을 완료하고 새로운 인생을 맞이하는, 마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게 되는 인생의 새로운 출발점으로 보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이 시기에 여러 가지 변화들로 불편함을 겪는다면 치료를 통해 보완할 수가 있습니다.
완경기 시기에 겪는 증상은 크게 급성, 아급성, 만성 증상으로 구분해볼 수 있습니다. 급성 증상에는 ①혈관 운동 증상: 안면홍조, 상열감, 발한 및 열감, 심계항진, 오한 ②신경 근육 증상: 어깨 결림, 두통, 요통 ③정신 신경 증상: 불면, 불안, 무기력, 우울증 등이 있으며,급성 증상에는 ①피부 지각 증상: 피부 건조감, 수족 저림 ②비뇨 생식기 증상: 소변빈삭, 소변실금, 질 위축, 성욕감퇴가 있습니다. 만성 증상에는 ①고지혈증 ②골다공증 ③심혈관계 질환 등이 있습니다.
완경기라는 것이 자연적으로 진행되는 몸의 변화 시기인 것에 비해 사실 불편함의 양상은 조금은 복잡합니다. 그러다 보니 쉽게 호르몬 보충요법을 시행하고자 할 수 있으나, 질 출혈, 정맥 혈전 색전, 심근경색, 뇌졸중, 유방암 등의 부작용이 있어서 짧은 시간 최소용량으로 도움을 받는 것을 추천하며, 부작용이 없는 한방적 치료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한방적인 치료방법에는 침구치료 및 약침, 한약치료 그리고 심장증상 등을 동반한다면 EECP(체외역박동치료) 등을 고려 해볼 수 있습니다. 대규모 분석 연구 결과에 따르면 침치료는 상열감과 다른 신체적, 정신적 증상을 줄여주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단기적인 치료방법으로 비 침습적 치료라는 측면과 부작용이 없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완경기 기간 동안 근 골격계로 불편함이 있는 경우 약침이 매우 효율적으로 작용을 합니다.
또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완경기 기간 동안의 불편함은 한약 치료로 큰 도움을 주게 됩니다. 여성분이 느끼시는 불편함이 정신적인 부분인지 냉증인지 어혈인지 또는 안면홍조 등을 동반한 상열감인지에 따라 구분하여 증상에 집중하여 처방을 하게 됩니다. 만약 증상이 너무나 커서 생활이 힘들 정도로 몸의 상태가 나빠졌다면 녹용대보탕, 공진단 등의 보하는 약을 처방하기도 합니다. 체외역박동 치료기계인 EECP의 경우 완경기 시기에 흔히 겪는 불면증, 상열감, 심장 순환계열 등의 증상에 직접적인 치료로 좋은 반응을 보입니다.
완경기는 더 이상 나쁜 시기가 아닙니다. 폐경기라는 단어에서 주는 나쁜 인식을 벗어던지시고 그동안의 임무를 잘 완수했다는 자부심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불편함이 있다면 혼자서 힘들어 하지 마시고, 가까운 한의원에서 면밀하게 진찰받으셔서 새로운 인생에 디딤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022년 1월 21일 140호 1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