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월 16일 제19호 17면]
▷닥터황의 성(Sex)이야기
부부간의 사랑이 오래되면 서로를 닮아 간다고 한다. 편안하고 안정적인 모습이 마치 오누이처럼 표정까지도 닮아간다. 필자의 병원을 찾은 P씨도 그런 경우다.
하지만 너무나 안정적이고 편안해 보이는 모습과는 달리 30대후반인 P씨의 경우 부부관계에서 불만이 많다. 아직까지 성생활에 관심이 많은 P씨에 비해 남편은 성생활에 거의 무관심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P씨의 경우 좀 더 자주 성관계도 갖고 사랑을 나누고 싶지만 남편은 ‘가족간에 무슨 섹스를 하느냐?’ 며 농담 반진담 반으로 성관계를 은근슬쩍 피한다고 한다. 물론 나이가 들어감에 남성들도 성기능을 조절하는 남성호르몬수치가 감소함에 따라 성욕구가 줄어들지만 나이에 따른 자연스런 변화라고 보기에는 아직까지 40대 초반인 나이를 감안하면 좀 이른감도 없지 않다.
부부사이의 사랑도 처음 사랑을 시작할 때처럼 불타는 사랑이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지만 육체적 사랑이 없는 부부간의 애정표현은 어떻게 보면 공허한 메아리처럼 들리기 쉽다.
지금도 많은 부부들이 섹스리스 부부로 살아가거나 아니면 성에 대한 불만을 꾹 누른 채 살아가고 있다. 이런 문제들이 누적되면 부부간의 갈등이나외도, 이혼 등의 사회적 문제로 이어지기 쉽다. P씨뿐만 아니라 필자의 성클리닉을 방문하는 수 많은 환자들과 상담을 해보면 성생활이 즐겁지 않은 이유가 늘 똑같은 형태가 반복되는 것이 하나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물론 본인들은 그것이 단조로운 성생활이라는걸 잘 모른다. 아무리 좋은 옷이라도,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늘 똑 같은 옷을 입고,늘 똑 같은 음식을 먹는다면 금방 질리고 말 것이다. 똑 같은 순서, 똑 같은 형태, 늘 똑 같은 방식의 성생활은 신선함과 미지의 대상에 대한
탐구라는 사랑의 자극에 대한 중대한 장애요소이다.
그래서 사랑은 때론 리모델링이 필요하다. 어제 보던 사람이 오늘은 왠지달라 보이고,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던 사람이 새로운 사람인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야 말로 가장 신선하고 강렬한사랑의 자극제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변화를 시도할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다. 영화 ‘페이스오프’ 에서처럼 완전히 다른 사람의 얼굴로 바뀔 수 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아직까지 그런 단계까지 의학이 발전하지 못했다면 사랑의 패턴에 리모델링을 해야만 한다. 물론 유능한 전문가의 도움도 필요할 것이다.
자신의 성생활 패턴 전반에 관하여 진지하게 분석을 받아보아야 한다. 그래야만 보다 정확한 접근방법과 변화의 시도를 어떻게 시작할 것인지가 명확해질 것이다. 그리고 문제점이 발견된다면 과감하게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외모에 자신이 없다면 외모도 가꾸어 보고, 그리고 몸매에 자신이 없다면 몸매도 다듬어야 한다. 노력하지 않는 사람에게 어떤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감나무 아래에서 입 벌리고 감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것과 마찬가지 아닐까?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성생활에 변화를 주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수술적 교정이 필요하다면 질 성형술도 고려해 보고, 골반근육강화 훈련과 같은성치료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P씨의 경우 본원에서 그러한 치료과정을 마치고 성교육을 통하여 성에 대하여 미처 알지 못하는 부분을 일깨워 주웠으며, 성감자극훈련을 통하여 성적자극을 얻는 방법 등에 대하여 교육을 실시하였다.
그리고 부부생활에 변화를 주기 위하여 체위나 성생활의 패턴등에 새로운 변화를 주도록 하였다. P씨의 남편은 P씨가 질 성형술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굉장한 기대감을 가졌고, 이후의 성치료에 적극 협조해주었다. 변화를 시도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두 부부에겐 큰 자극이 되었을 것이다. 지금은 두 사람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새로운 신혼을 찾았다며 행복해 하고 있다.
결혼생활에 권태기가 왔다고 느껴질때면 사랑의 리모델링이 필요한 시기라고 보면 된다. 부부간의 사랑이란 씨줄과 날줄로 엮어져 오랜 동안 결혼의 서약이 지속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형태일 것이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그러한 서약이 얼마나 지켜지기가어려운 것이란 사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변화의 시기가 왔을 때 과감한 리모델링을 시도해야 한다. 그것이 의료적인 것이 되든 아니든 그것은 큰 상관이 없다. 사랑은신선함과 변화라는 자양분을 먹고 자라기 때문이다. 그러한 변화의 요구를 거부한다면 어쩌면 당신은 당신의 삶 전체를 리모델링 해야 할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