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이론적으로 분석한 로버트 스턴버그의 ‘삼각형 이론’에 의하면 사랑에는 ‘열정’, ‘친밀감’, ‘이성’의 세 가지 요소가 삼각형의 각 꼭짓점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이 세 가지 요소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구성하는 요소이지만 불행히도 세 가지 요소를 모두 갖춘 사랑을 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열정’만 있는 사랑은 첫눈에 반한 첫사랑과 같은 풋사랑을 이야기한다. ‘친밀감’만 있는 사랑은 ‘오래 사귄 친구 사이의 우정과 같은’ 사랑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이성’만 있는 사랑의 예는 늙어서 같이 살기로 약속한 커플과 같은 경우에서 볼 수 있다.
대개의 사랑은 두 가지 정도의 요소를 갖춘 삼각형의 한 변에 자리 잡고 있다. 열정과 친밀감의 요소만을 갖춘 사랑은 여름 별장에서 일어난 사랑과도 같은 로맨틱한 사랑이다. 많은 사람이 꿈꾸는 사랑이지만 오래 지속되지는 않는다. 비이성적인 불륜과도 같은 사랑이 여기에 속할 것이다.
열정과 이성의 요소만을 갖춘 사랑은 불완전한 사랑이다. 친밀감이 생길 시간도 없이 폭풍처럼 일어나는 사랑이기에 ‘바보 같은 사랑’이다. 친밀감과 이성만 있는 사랑은 이미 정열이 시들해져 버린 오랜 결혼 생활 같은 ‘우애적 사랑’이다. 많은 중년 부부들이 이 부분의 사랑에 접하고 있을 것이다.
친밀감과 이성만으로 열정이 식어버린 부부에게 새로운 열정을 찾게 해 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현대 성의학은 이런 점에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다. 출산 때문에 헐거워지고 늘어난 질을 교정하는 질 성형술이나 성 치료 과정은 부부의 성과 사랑에 있어서 새로운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준다. 그리고 성 치료 과정을 통해 지금까지 제대로 알지 못했던 부부의 성에 대한 새로운 세계를 접하게 되기도 한다.
지금까지 필자의 성클리닉을 방문했던 수많은 환자와 상담해 보면 우리나라의 성교육이 오직 피임교육과 순결교육에만 머물러 왔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결혼을 하고 성생활을 하는 커플들한테 올바른 성교육과 성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교육의 기회가 거의 없는 것이 우리나라 성인들의 현실이다.
예전에 불감증이라 부르던 수많은 여성의 성기능 장애들도 사실은 많은 부분 남성파트너의 성에 대한 무지와 친밀감의 결여에서 발생한다고 필자는 믿고 있다. 그래서 필자는 수술을 시행하면서도 질 성형수술 못지않게 수술 후의 성교육과 심리 및 행동치료에 많은 공을 들여왔다.
사실 성은 뭔가 특별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오랜 인류의 역사와 함께 종족보존을 위한 행위로서 늘 일상 속에서 반복되어 왔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것이 특별한 문제가 되어버렸다. 이제 올바른 성행동을 통해 새로운 사랑의 기쁨을 찾아가는 것이 열정과 친밀감과 이성이라는 이 사랑의 세 요소를 되찾는 길일 것이다.
첫 사랑은 처음이라는 그 풋풋함 때문에 더욱 우리들의 가슴에 오래 남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래된 안정감이 주는 부부의 사랑은 사랑의 또 다른 기쁨을 선사할 것이다. 이제 자신의 곁에 머무른 반쪽을 향한 사랑의 여행을 시작해 보자.
[2017년 9월 22일 제92호 1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