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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하루에도 수십 번 느끼는 ‘지속성성흥분증후군’



 

황인섭.jpg<지난호에 이어> 그렇다면 지속성성기흥분장애는 어떻게 생겨나는 것일까? 인간의 척수에는 외측 척수시상로란 신경전달 도로가 있는데 성적 자극이나 인간이 느끼는 통증에 대한 감각이 모두 이 길을 통해서 뇌에 전달이 된다.

말단 부위에서 발생하는 통증에 대한 자극은 외측 척수시상로를 거쳐 1차 중계지역인 시상을 거쳐 대뇌 피질에 전달되며 성기를 통해 전해지는 성적 자극 역시 외측 척수시상로를 통해 시상을 거처 2차 중계지역인 시상하부에 이르게 된다.

통증이나 성적인 자극에 대한 감각이 모두 외측 척수시상로와 시상으로 이어지는 연결통로를 거치기 때문에 인간의 뇌는 두 자극을 매우 유사한 감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래서 오르가슴을 느낄 때의 표정을 보면 마치 우리가 팔을 꼬집히거나 다쳐서 심한 통증을 느껴서 얼굴을 찡그리는 상태와 매우 흡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오르가슴을 느낄 때 나는 신음소리와 통증을 느낄 때 내는 신음소리 역시 매우 유사하다. 따라서 두 가지 자극은 서로 다른 성질이고 신경이 도시 매우 유사하다. 따라서 두 가지 자극은 서로 다른 성질이고 신경이 도달하는 최종 목적지는 다르지만 중간기착지까지 같은 경로를 이용하기 때문에 뇌가 착각을 일으키기 쉽다.

특히 외음부에 통증을 유발하는 여러 가지 국소질환이 있거나 2번에서 4번까지 천수신경에 병변이 있어 과도한 통증 자극이 외측 척수시상로를 거처 1차 중계지역인 시상으로 일시에 많은 자극을 전달하게 되면 대뇌피질로만 가야 할 자극전달이 엉뚱하게도 시상하부 쪽으로 넘어가게 되어 성적 자극으로 인간의 뇌가 잘못 인지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증가하는 자극을 억제하는 시스템에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에도 역시 지속성성기흥분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말초 외음부와 2~4번 천수신경 부위에서 통증을 유발시킬 수 있는 조건은 여러 가지가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호르몬의 변화로 인한 유발성 전정통, 폐경으로 인한 호르몬 환경의 변화, 유전적 요인으로 통각 신경이 증가한 경우, 난산이나 장시간 자전거 타기 등으로 인한 회음부 신경의 손상이나 만성적인 자극, 캔디다 질염이나 알레르기 항원으로 인한 비정상적인 조직 반응, 경화성 태선 등의 피부질환, 외음육아이종성열상, 요도 주변부 분비샘의 병변, 탈로프씨 낭종, 골반울혈증후군, 동정맥기형, 골반바닥근육의 과긴장 등 수많은 질환이 모두 지속성성기흥분장애의 요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지속성성기흥분장애 치료의 핵심은 원인질환이 무엇인지를 먼저 파악하고 이러한 질환에 대한 치료와 더불어 자극에 대한 억제요인을 끌어올려 주는 것이다. 위의 기사에서도 보듯이 불과 최근까지만 해도 지속성성기흥분장애의 병인과 치료법을 제대로 몰라서 환자들이 고통 속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하거나 우울증과 함께 사회에서 격리된 채로 살아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 질환에 대한 충분한 의학적 지식과 치료 경험을 가진 의사를 만나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다면 결코 불치의 병은 아니다. 최근에 필자가 참석했던 미국의 성의학회에서는 다양한 지속성성기흥분장애 치료 사례와 실제로 이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가 직접 학회장에 나와서 증상을 설명하기도 했었다.

우리나라에도 지속성성기흥분장애 환자가 많이 있으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질환이다 보니 의료인들 역시도 잘 알지 못하며, 환자들도 이런 질환을 어떻게 치료해야 할지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많은 성의학적 발전이 이뤄지고 있고 그 원인 질환들이 조금씩 베일을 벗어감에 따라 이 질환에 대한 치료 소식 역시도 많이 들릴 것이다. 눈을 크게 뜨고 주위를 둘러보면 언젠가 고통스런 이 질환의 굵레를 벗어날 수 있는 도움의 손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2017717일 제9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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