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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사랑이란 감정을 지배하는 뇌안의 화학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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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인류가 창조해온 수많은 시와 소설, 음악 등의 예술작품 대부분에서 남녀 간의 애절한 사랑을 빼놓고 얘기할 수 있을까? 사랑이란 감정은 인류가 문명이란 것을 창조한 이래 줄곧 시와 문학, 음악과 미술의 주된 소재였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더 없이 감미롭고 황홀하기도 하고 죽음과도 맞바꿀 정도로 쓰라리고 고통스러운 것이 사랑이라는 감정의 파도가 보여주는 양면성이다.

 

사랑이라는 감정도 결국은 짝을 찾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며, 이는 자신의 유전자를 널리 퍼뜨려 먼 미래로 전달하려는 생명체 본연의 임무에 꼭 필요한 감정이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사랑이란 이성을 향한 짝짓기 본능의 발로이며, 결국은 예쁘게 포장된 성욕구의 또 다른 표현일 뿐인 걸까?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해 보면 이 명제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사랑의 감정을 느끼지 않는 이성에게서도 성욕을 느낄 수 있고 심지어 전혀 알지 못하는 이성에게도 느닷없이 욕정을 느끼기도 하니 말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겪게 되는 낭만적이고 고귀하기까지 한 이감정의 파도를 마치 해부하듯이 분석하려 한다면 너무나 의료인다운 발상일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짝짓기 감정에는 섹스를 하고 싶은 성욕과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에게 느끼게 되는 낭만적 사랑과 한 배우자에게 집중하게 되는 애착의 감정으로 이뤄진다고 성의학자들은 설명하고 있다. 사랑의 감정을 심장에서 생겨난다고 생각하여 사랑의 상징을 하트로 표현하곤 하지만 사실은 이러한 감정들은 인간의 뇌 안에서 일어나는 화학물질의 작용이라는 것이 오늘날의 신경과학자들이 밝혀낸 과학적 성과들이다.

 

성욕구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관여한다. 테스토스테론의 사촌 격인 다른 유도체들도 관여하지만 가장 핵심적인 호르몬은 역시 테스토스테론이다. 남성의 경우 테스토스테론의 분비가 가장 왕성한 20대 초반에 성욕이 가장 왕성하고 분비가 감소하는 40대 이후에는 성욕이 감퇴하게 되며, 여성에게도 이 테스토스테론이 분비되는데 피임약을 복용하는 경우 테스토스테론의 농도가 감소하여 성욕구가 감소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뿐만 아니라 배란기가 되면 순간적으로 테스토스테론의 농도가 증가하여 일시적으로 성욕구가 증가하기도 한다. 성욕구 장애를 호소하는 남성이나 여성에게 테스토스테론 제제를 투여하게 되면 성욕구가 다시 증가함을 관찰할 수 있다. 성욕구는 배우자를 찾아 짝짓기를 하도록 강한 동기를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가 흔히 사랑의 감정이라고 부르는 낭만적 사랑에는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 그리고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관여한다. 낭만적 사랑에 빠지게 되면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이 증가하고 세로토닌은 감소하게 된다.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은 우리가 흔히 중독이라 부르는 현상과 관계가 있다. 우리가 한 명의 연인에게만 집중하고 그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에 모든 관심을 보이게 하며, 사랑이라는 감정이 주는 황홀한 느낌이나 가슴 뛰는 느낌, 식욕감소 등도 모두 이 도파민의 상승과 관련이 있다.

 

그래서 사랑은 마치 한 사람에게 중독되는 것과 같다. 도파민은 성욕을 증가시키는 테스토스테론의 분비를 촉진시킬 수 있기 때문에 사랑에 빠진 사람은 연인과 섹스를 하고 싶은 욕정이 서서히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사랑의 두 번째 물질인 노르에피네프린은 사랑에 빠진 이의 기분을 고조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 물질의 수치가 높아지면 흥분과 불면증, 과도한 에너지와 함께 식욕을 상실하는 등 낭만적 사랑에 빠진 사람의 특성을 나타내게 한다. 밥을 먹지 않아도 잠을 자지 않아도 들뜬 모습을 보여주는 연인의 모습은 바로 노르에피네프린의 포로가 된 사람의 모습인 것이다.

 

세 번째로 등장하는 물질은 세로토닌인데 이 신경전달물질은 강박증이나 우울증과 관련된다. 증가된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은 세로토닌의 수치를 떨어뜨리는데 이로 인해서 강박적으로 하루의 대부분을 그 사람만을 생각하는 낭만적 사랑의 특성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사랑의 감정을 나타내는 화학물질의 양과 뇌에 작용하는 부위에 따라 다양한 사랑의 감정이 표현된다. 하지만 낭만적 사랑도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는다. 낭만적 사랑에 빠진 사람은 과도한 감정과 에너지를 소비하는 상태이다.

 

만일 이러한 낭만적 사랑을 영원히 지속한다면 과도한 에너지와 시간, 감정의 소비로 인해 생존에 큰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낭만적 사랑은 테스토스테론에 의해 유발되는 짝짓기 욕구가 불특정 다수의 배우자에게 분산되지 않고 한 사람에게 집중되게 함으로써 짝짓기에 필요한 열정과 에너지의 과소비를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사랑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해간다. 불꽃같은 열정의 사랑이 지나면 우정과도 같은 사랑이 찾아오는데 대부분 사람은 이러한 감정의 변화를 인지할 수 있을 것이다. 뜨거운 열정은 사라지지만 한 배우자에게서 편안함과 안정감을 갖고 오랫동안 융합하는 느낌의 사랑인데 우리는 이를 애착이라고 부른다.

 

애착의 감정은 한 배우자와 짝을 이루어 2세를 생산하게 되면 그 2세가 어느 정도 자라서 생존할 수 있을 만큼의 시간을 벌기위한, 남성이 헌신하기 위한 진화적 적응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 애착의 감정에는 시상하부와 생식선에서 분비되는 바소프레신과 옥시토신이란 호르몬이 관여하게 된다.

 

바소프레신은 수컷이 2세 양육에 헌신하게 하는 역할을 하며 옥시토신은 평활근을 수축시키는 역할도 하지만 출산할 때 많이 분비되면서 모체와 태아의 정서적 유대감을 강화한다. 뿐만 아니라 오르가슴을 느낄 때도 분비되어 남녀 간의 정서적 유대감을 강화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성욕구와 낭만적 사랑 그리고 애착은 모두 우리가 자신의 유전자를 널리 퍼뜨리기 위한 인간의 짝짓기 감정이며, 오랜 진화의 산물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인간이 일반적으로 사랑에 빠지는 과정은 낭만적 사랑이 찾아오고 성욕구가 생기며 애착의 감정으로 진행되는 것이 순서이다. 하지만 옛날 맞선만을 보고 결혼했던 우리의 부모님 세대를 생각해 보면 성욕구가 낭만적 사랑을 유도하고 애착의 감정으로 이행되기도 한다.

 

사랑을 마치 인체 해부를 하듯 이렇게 뇌 속에서 일어나는 화학물질의 작용과 뇌 활동의 결과라고 설명하면 우리가 겪었던 그 황홀한 감정이 갑자기 너무 덧없이 느껴져 버린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자신의 사랑은 항상 특별하고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누군가 우리 자신을 향해 네가 느끼는 그러한 감정들이 사실은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화학물질들의 장난일 뿐이야라고 힐난할지라도 우린 언제나 멋지고 행복한 사랑을 꿈꿀 것이다. 우리에게는 아직 더 뛰어야 할 가슴이 남아 있으므로.

 

 [20171117일 제943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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