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황의 건강칼럼>
20세기 중반에 미국사회에서 인간의 성생활에 관한 심층적인 통계치를 발표하여 충격과 더불어 수많은 사람을 어떤 의미에서 안심(?)시켰던 킨제이 보고서에 의하면 당시에도 결혼 후 외도를 하고 있거나 했던 경험이 있는 남성들이 약50%정도에 이른다고 했다.
본능적으로 성적 다양성을 추구하는남성들은 결혼생활이 권태기에 접어 들어가면 일탈을 가끔씩 꿈꾼다. 그래서 정기적으로 밀회를 나눌 수 있는 연인을 꿈꾸는 이들이 적지 않다.
최근 연예계를 강타한 유명 남자스타의 협박피해사건이 연일 매스컴을 오르내린다. 어떤 사이였는지 내막은 알 수 없지만 알고 지내던 여성들로부터 거액의 돈을 내놓지 않으면 약점을 폭로하겠다는 협박을 받은 사건이다. 아직 진실공방이 진행 중이어서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기는 힘들지만 왜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는 것일까.
최근 이탈리아의 폼페이를 방문한 적이 있다. 폼페이는 약 2천년 전 베수비오 화산의 폭발로 인해서 화산재에 도시 전체가 파묻히면서 2천년 전의 생활상이 그대로 박제된 채 남아 있어 살아있는 박물관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마차가 지나가던 길, 수도관, 빵을 만들던 빵집, 그 중에서 특히 성의학을 하는 필자에게 제일 인상적이었던 것이 매춘부의 집이었다.
사람들이 다니는 길에 매춘부의 집을 가리키는 남근 표시가 있었을 뿐 아니라, 그집의 벽면에는 다양한 성행위의 모습이 그림으로 그려져 있었다. 매춘은 가장 오래된 직업이라는 속설처럼 오늘날과 다름없이 2천년 전 로마시대에도 이런 직업이 번창하고 있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그렇다면 왜 여성의 성은 사회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상품화되는 것일까?
그것은 우리 인류의 조상들이 여성의 성을 단지 종족 번식의 수단뿐만 아니라남성의 용역에 대한 보상, 혹은 여성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진화시켰기 때문이다. 즉, 앞에서도 이미 설명했듯 성장기가 긴 2세의 출산과 육아를 남성의 힘을 빌어 이루기 위해 발정기가 따로 없이 성을 제공할 수 있도록 진화해 왔기 때문이다. 때문에 여성이 섹스를 제공할 때는 반드시 무엇인가의 반대급부가 있어야 했다.
외도를 하는 남성들은 정기적으로 만나 육체적인 욕구만을 해소할 수 있는 은밀한 성적 파트너를 꿈꾼다. 하지만 여자들의 생각은 남성과 같지 않다. 은밀히 만나 즐기기만 하는 사이, 그건 남성의 머릿속에서만 존재하는 여성상일 뿐이다.
여자는 섹스를 통해 뭔가를 얻기를 원한다. 그것이 물질적인 것일 수도 있고,안정적인 가정일 수도 있고, 자신의 배우자가 제공하지 못하는 정신적인 위안일수도 있다. 때론 섹스 그 자체인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실은 섹스를 통해 따뜻한 위안을 얻고 싶어 하는 것일 지도 모른다. 그리고 여자는 섹스를 통해 자신이 남자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 것인가를 생각한다. 남자가 단지 섹스 그 자체의 즐거움만을 생각하고 복잡한 관계를 원치 않는것과는 다르게 말이다.
남성들이여, 아직도 은밀한 섹스를 꿈꾸는가? 그렇다면 당신이 만나려는 그 여자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여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해 봐야 한다. 이런 거래가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을 때 숨겨왔던 로맨스가 불륜이란 이름으로 파열음을 내며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 톱스타에게 제공해야 할 그 무엇이 단지 일반인이 꿈도 꾸지 못할 엄청난 금액의 돈은 아니었을까.
.
[2014년 10월 27일 제57호 1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