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왕과 삼천궁녀' 이야기는 비극적 역사와 대조적으로 최근에는 뭇 여성에 둘러싸인 남성을 빗대는 말로 희화화되는 경향이 있다. 역대 황제나 왕, 그리고 최고의 권력자들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은 다수의 후궁이나 여자를 거느릴 수 있는 권리였다.
이러한 현상은 동물의 세계에서도 볼 수있는데 늑대의 무리에서 대장만이 그 무리의다수 암컷과 짝짓기를 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다수의 암컷과 짝짓기 권리는 동물의세계에서나 인간의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고 힘 있는 수컷의 우수한 유전자를 후대로 보내려는 자연법칙에 따른 본능일 것이다.
의자왕과 삼천궁녀 이야기는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과거의 왕들은 어떻게 그 수많은 후궁과 첩들을 거느리며 왕성하게 성생활을 할 수 있었을까? 이를 설명하는 것 중의 하나가 이른바 '쿨리지 효과'이다. 남성이 새로운 이성에 의해 지속해서 성적인 자극을 받는 현상을 쿨리지 효과라고 하는데 이는 남성의 성 행동을 이해하는 하나의 단서가 된다.
이 쿨리지 효과에 대한 재미있는 일화가 있어서 소개한다.쿨리지 효과coolidge effect 라는 말은 미국의 30대 대통령인 캘빈쿨리지(1872~1933년)와 그의 영부인에 관한 일화에서 비롯되었다.어느 날 대통령과 영부인이 정부가 새로지은 농장을 시찰하고 있을 때였다.닭장을 지나치던 영부인이 수탉과 암탉이 열심히 교미하는 장면을 보고 농장관리인에게 수탉이 얼마나 자주 교미하는지 물었다 " 하루에 수십 번은 합니다"라는 관리인의 말에 영부인은 긴 한숨을 내쉬더니 관리인에게 다음과 같은 부탁을 하였다 " 조금 있다가 대통령이 오실 텐데 이 사실을 꼭 좀 대통령께 말씀해 주세요"라고. 얼마 후 쿨리지 대통령이 닭장에 도착하자 영부인의 부탁을 잊지 않고 있던 관리인이 수탉의 정력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영부인의 말씀을 전하자, 그 이야기를 듣던 대통령이 이렇게 물었다. "항상 저 수탉이 같은 암컷하고만 하오?" 그러자 관리인이 "아, 아닙니다. 매번 다른 암컷과 합니다 "그러자 대통령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관리인에게 말하였다" 그럼 그 사실을 영부인께 꼭 좀 말해주시오"
이렇게 수컷들이 새로운 암컷을 접하면 다시 성적으로 흥분하게 되는 현상을 일컬어'쿨리지 효과'라고 부른다. 이로 인해 수컷들은 여러 암컷들에게 성적으로 접근하고자 하는 강한 자극을 받게 된다. 쿨리지 효과는 포유동물에서 광범위하게 분포하는 특질로서 동물뿐만 아니라 인간에서도 역시 관찰된다. 백제의 의자왕이나 역사에 나오는 역대의 왕들은 수많은 후궁과 궁녀들 속에서도 왕성하게 성생활을 할 수 있는 비결을 바로 쿨리지 효과 때문이다. 한 여성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가지게 되면 차츰 성욕이 감소하게 되지만 배우자를 바꿔가며 성관계를 가지면 끊임없이 지속적으로 성관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쿨리지 효과는 열정적인 사랑을 만들어 내는 페닐에틸아민PEA 이라는 물질이 똑같은 대상으로 인한 반복적인 자극에서는 빨리 이 물질에 대한 항체가 만들어져서 그 효과가 반감되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여러 문화권에 걸쳐서 남성들은 쿨리지 효과를 나타낸다. 서구문화권에서의 조사를 보면 배우자와의 관계를 맺는 빈도는 결혼한 지 오래될수록 꾸준히 감소하여 결혼한 지 1년이 되었을 때는 처음 한 달 동안의 대략 절반으로 줄어들며 그 후에도 계속 줄어든다. 우리나라에서의 사정도 마찬가지이다.특히 출산 이후부터는 급격히 부부관계의빈도가 감소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부부관 계의 감소와 더불어 외도나 혼외정사를 시도하는 경우도 많다. 이미 1950년대 유명한 '킨제이보고서'에 의하면 남편의 50%가 아내는 26%가 혼외정사를 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최근의 한 연구에서는 이 남녀 간의 성차가 많이 줄어 남편의 40%, 그리고 아내의 36%가 적어도 한번 이상의 혼외정사를 경험하였다고 한다.그 외의 여러 가지 연구에서 예외 없이 혼외정사의 발생률과 빈도에서 남녀 간의 차이가 줄어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성들이 여성들보다 더 많은 혼외정사를 경험한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다양한문화권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현상이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도 결국은 도덕이나 윤리라는 껍질로 잘 포장하고 있지만 이처럼 쿨리지 효과와 같은 강한 본능의 지배를 받으리라는 추측은 사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것이다.우리 인간은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윤리나 도덕의 눈으로 바라보면서 비판하지만 우리의 행동양식 하나하나가 이성의 지배에 의해 결정되는 듯해도 사실은 아직도 이러한 본능과 오랫동안 진화해 온 생존전략의 틀을 잘따르고 있다는 것이 또한 놀랍지 아니한가?
[2015년 10월 26일 제69호 1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