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 사랑이 주는 황홀했던 시간만큼 그 사랑이 파열음을 내고 멀어져갔을 때 남는 아픔의 크기는 비례한다. 잃어버린 사랑 때문에 가슴 한 구석이 뻥 뚫린 경험을 해 본적이 있는가? 숱한 밤을 눈물과 불면의 시간으로 채워 본 적이 있는가? 첫 사랑이 결혼으로 이어져 행복하다고? 그런 이별의 아픔을 겪어보지 않고 살아왔다면 당신은 아직 사랑에 관한 한 아마추어일 가능성이 높다. 쓰디쓴 이별의 아픔조차도 사랑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별의 아픔은 너무나 쓰라리다.
인생의 모든 빛이 꺼져버린 것 같은 아픔에 빠지게 되는데 성의학의 힘을 빌려 이런 이별의 고통에서 좀 더 쉽게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없는 것일까? 사랑에 빠진 사람들의 뇌 속에는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 그리고 세로토닌 등의 호르몬의 수치가 급변하며 행복하고 황홀하며, 한사람만을 바라보는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가 갑자기 사랑이 사라지게 되면 일종의 중독현상에 빠져 있던 우리의 뇌가 극심한 금단증상을 겪게 된다.
도파민은 열정을 이끌어 내는데 가슴 떨림과 더불어 한 사람에게만 집중하게 하고 그 연인에게 중독되게 하는 작용을 하는데 연인과의 관계가 끝나면 증가되었던 도파민의 수치가 감소하면서 갑자기 마약을 끊은 것과 같은 금단증상들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분노와 우울, 절망, 울부짖음, 불면증, 거식 혹은 과식 등과 같은 증상들이 대표적이다.
온 세상의 빛이 꺼진 듯 슬픔과 우울 속에 시간을 보내게 된다. 어떻게 하면 이중독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을까? 이 중독에서 벗어나겠다고 생각했다면 중독을 일으키는 모든 흔적들을 지워야 한다. 그 연인과 관련된 편지나 사진, 그리고 그 남자나 여자를 떠올릴 수 있는 음악, 장소, 모든 물건을 정리하는 것이 좋다. 추억은 언제나 아름답게 포장되는 법, 혹시나 내가 전화를 걸면 맘을 돌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게 좋다. 얼떨결에 전화를 받아줄 지는 모르지만 결국 현실의 연인관계를 방해받는 것을 싫어할 것이다. 상대방의 단점들을 하나하나 메모하여 가지고 다니다가 옛 연인이 그리울 때 마다 꺼내서 읽어보고 마음을 잡는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뭔가 집중할 수 있는 새로운 일을 찾는 것이 좋다. 특히 운동이 좋은데 운동은우울증을 극복하는데도 많은 도움이 된다. 조깅이나 자전거 타기 등 격렬한 운동이 도파민의 수치를 높여 행복감을 높여줄 수 있다. 그리고 낮에 햇빛을 많이 보는 것이 좋은데 햇빛은 세로토닌의 수치를 높여 우울 감을 극복하는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잠을 잘 자게 하는 멜라토닌의 분비도 증가시켜 준다.
강아지나 고양이 등 감정을 교류할 수 있는 애완동물을 기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거나 죽이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가 되면 항우울제를 복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별의 고통은 마치 우울증과 유사하다. 무기력하고 무가치한 느낌, 그리고 불면증 등에 빠지게 되는데 이때 우울증을 치료하는 항우울제가 이런 상태를 극복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하지만 항우울제의 경우 성욕구 감퇴나 체중 증가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득과 실을 따져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한다. 그리고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덧 무척 편안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올 것이다. 결국 시간의 흐름이 이 모든 불행을 지울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인 것이다.
이제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준비가 된 것이다.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면 여성의 경우 현실의 행복으로 인해 과거의 연인은 까맣게 잊게 된다. 어느 노랫말처럼 사랑이 또 다른 사랑으로 인해 잊히기 때문이다. 여자의 사랑은 현실의 사랑이 만족스러우면 과거의 사랑은 내가 그런 사람을 좋아하기나 했었나 생각할 정도로 까마득히 잊어버릴 수 있게 된다. 남자들은 그게 잘 안되지만 남자들 역시도 가슴 한구석에 옛 사랑에 관한 미련은 오래 남아 있어도 현실의 사랑이 만족스럽다면 사랑의 상처를 극복할 수 있다. 새롭게 시작하는 사랑은 다시 뇌 속에 도파민의 물결을 만들어 행복감으로 채워 줄 것이다. 사랑의 아픔 때문에 목숨을 버리기까지 하는 연인들을 우리는 주변에서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마치 로미오와 줄리엣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사랑이나 이별의 이런 격한 감정에 우리의 몸이 내동댕이쳐지는 것도 우리의몸이 유전자가 프로그래밍한 짝짓기 전략에 따라 사랑의 감정을 일으키는 신경전달 물질들에 노출되고 중독되어 일으키는 현상에 다름 아니다. 사랑의 불길에 둘러싸여 있을 땐 우리 인간은 그런 사실을 전혀 객관화하지 못한다.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까지도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겨 그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나면 당신의 머리가 새롭게 사랑의 화학물질들을 쏟아낼 대상을 얼마든지 다시 찾을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아픔의 시간들이 당신 자신의 내면을 더 단단하게 만들고 한 인격체로 성숙하게 하며, 당신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한 시간이었다는 사실을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 지난 후 깨닫게 될 것이다.
[2015년 9월 24일 제68호 1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