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시절 친구들과 변강쇠 시리즈를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난다. 고전 해학극을 무척 좋아했던 한 친구 때문에 학교수업이 없는 시간에 지금은 사라진 어느 삼류극장에서 영화를 보면서 시간을 때웠었다. 그때 상영했던 영화 중에 상당수가 변강쇠 류의 고전 에로물이었는데 지금도 옛 생각을 하면 가끔씩 웃음이 난다.
성 문제에 있어서 많은 남성이 꿈꾸는 자신의 모습이 이러한 변강쇠와 같은 마초적인 남성을 꿈꾸고 있지는 않을까? 많은 여성 성기능 장애를 가진 환자들과 대화를 해보면 이러한 변강쇠를 꿈꾸는 듯 한 남편상과 마주치게 된다. 아직도 많은 남성이 페니스 하나로 아마존처럼 여성들로 둘러싸인 곳에서 수많은 여성들을 넉다운 시키는 성적 판타지를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하면 마치 여성들이 자신을 신처럼 받들 것처럼 착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의심해 보곤 한다.
아직도 많은 남성이 술자리에서 밤새 몇 시간 동안이나 성관계를 했다거나, 수많은 여성과 잠자리를 가졌다는 것을 마치 자랑처럼 떠들고 다닌다. 그리고 여성들 역시도 자기 남편과 밤새도록 성관계를 가졌다는 것에 대해 자랑스럽게 말하고 다니는 이들도 있다. 이런 부류의 남성들은 대게 전화에는 무관심하며 오직 성기의 크기나 얼마나 오랫동안 성관계를 하느냐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의 성의학 보고에 의하면 여성들이 가장 기분좋게 느끼는 삽입 성교의 시간은 약 3~7분
사이라고 한다. 대부분 남성이 생각하는 시간보다 훨씬 짧을 것이다. 물론 드물지 않게 오랜삽입성교를 좋아하는 여성들도 있을 것이다.
사이라고 한다. 대부분 남성이 생각하는 시간보다 훨씬 짧을 것이다. 물론 드물지 않게 오랜삽입성교를 좋아하는 여성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 여성은 위에서 말한 시간 정도에서 가장 많은 만족을 느낀다. 그렇다면 여성을 만족시키기 위해 남성들은 어디에 더 집중해야 할까? 그것은 바로 전희이다. 입과 손을활용한 전희에 더 많은 시간을 기울여야 한다.
전희를 통한 성적인 긴장감과 자극이 충분히 주어지게 되면 더욱 쉽게 오르가슴에 올라가게된다. 적어도 10분이상의 충분한 전희를 해야만 여성들은 더 쉽게 오르가슴에 올라가게 된다. 전희가 꼭 성감대를 자극하는 신체적 접촉만은 아니다. 성관계를 갖기 위한 욕구를 표현하고 뉘앙스를 전달하는 순간부터 전희를 시작되는 것이다.
상대방이 샤워를 하는 시간에 물소리를 듣고 기울이는 것도, 키스를 하는 것도, 감미로운 목소리로 사랑한다는 표현을 하는 것도 모두 전희에 속한다. 그런 충분한 자극이 모이고 쌓여서 샴페인 병의 압력이 올라가듯이 축적되다가 마침내 오르가슴 이라는 코르크마개를 터뜨리는 것이지 코르크 마개만 열심히 문지르고 돌린다고 폭발적인 쾌감이 분출되지는 않는 것이다.
전희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는 성교통 때문에 전혀 삽입성교를 하지 못하는 커플들의 예에서 잘 나타난다. 이들 여성을 대상으로 ‘여성성기능평가지수’를 조사해보면 물론 성교통이 있고 삽입성교를 못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점수는 낮게 나오지만 이외로 성만족도 부분에서 높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러던 커플이 치료 후 삽입섹스가 가능하게 되면 성만족도가 올라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전체적인 점수는 상승하지만 오히려 성만족도 부분에서 점수가 떨어지는 경우를 간혹 보게 된다.
이런 결과가 나오는 이유는 삽입성교를 하지 못할 때는 오히려 전희에만 주력하고 음핵을 자극하여 오르가슴을 느끼기 때문에 성 만족도가 높지만 삽입성교가 가능해지면서 남성들이 전희보다 삽입성교에 몰두하게 되거나 삽입성교에서 약간의 통증이나 공포감이 남아있기 때문에 전반적인 성만족도 점수가 예상과 달리 낮아진다고 볼 수 있다.
영화에서 표현되는 변강쇠처럼 거대한 물건(?)과 초인적인 힘으로만 여성을 상대한다면 대부분 여성은 변강쇠의 이름만 들어도 몸서리를 치고 달아날 것이다. 남성들은 대게 성의 문제를 성기의 문제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지만 여성들은 관계의 설정으로 성을 해석하곤 한다. 즉, 나는 이 사람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 존재인가를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여성들이 보는 것처럼 욕망의 배출만은 아니다.
오르가슴이라는 목표를 섹스의 목적으로 삼지 말고 만족스런 성생활이라는 성의 과정을 즐길수 있다면 부부나 커플 간에 일어나는 많은 성트러블이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다. 그래서 성은 더 많은 이해와 커뮤니케이션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2015년 6월 25일 제65호 1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