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람은 바람을 피울까. 이 단순한 질문에 대한 답변을 명쾌하게 내놓기란 그렇게 쉬운일이 아니다. 필자의 성의학 클리닉을 방문하는 여성들 중에 상당수는 남편의 바람기 때문임을 부인하긴 어렵다. 건실한 남편이요, 자상한 아빠라고 여겨왔던 그의 휴대폰에서 낯선 여자의 문자를 발견하는 순간 아내가 느끼는 배신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도대체 왜 사람은 바람을 피우는 것일까? 남자가 아닌 ‘사람’이라는 단어에 주목하기 바란다. 즉 바람기는 남자뿐만 아니라 여자에게도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문제일 것이다. 수많은 여성이 남자가 훨씬 더 바람기가 많다고 느끼지만 객관적으로 보자면 맞장구를 치는 그만큼의 여자들이 또한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진화심리학이라는 학문의 창을 통해 들여다보는 남녀의 외도 심리는 오랜 시간 진화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모든 생명의 유전자에는 종족의 번식과 번창을 통해서 자신의 유전자를후대에 잘 전달하려는 공통된 목표가 있다. 문명과 지성으로 포장된 인류의 모든 행동도 생명의 강이라는 큰 흐름에서 보면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잘 전달하려는 노력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가 부모께 드리는 정성과 자식에게 쏟는 정성을 비교해 보면 이 말의 뜻을 잘 이해 할 것이다.
특히 모든 동물의 수컷들은 자신의 유전자를 수없이 퍼뜨리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 인간인 남성도 마찬가지이다. 사랑이나 성욕이라는 감정도 결국은 자신의 유전자를 복제하기 좋은대상을 향해 강력한 짝짓기 신호를 보내는 것일 게다. 건강하고 우수한 유전자를 가진, 생산능력(?)이 뛰어난 여성일수록 남성의 눈에는 섹시하다는 느낌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렇게때문에 남성의 바람기나 성욕은 생산가능 연령대인 가임기 여성에게 주로 집중되며 폐경기이후의 생산능력이 없는 여성에게서 섹시함을 느끼기는 쉽지 않다.
반면에 남성의 경우는 나이가 들더라도 가임능력에는 큰 변화가 없고 여성이 이성을 바라보는 관점은 남성의 그것과는 다르기 때문에 젊은 남성에 연연하지 않는다. 조지 클루니나 리처드 기어, 숀 코너리 등이 만만찮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여성들에게서 섹시한 남자배우로 뽑히는 것을 보라.
즉 남성은 여성의 가임능력이라는 생물학적인 측면에서 욕구를 느끼는 경향이 강하며, 여성은 자신의 2세를 무사히 키워주고 보호해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남자의 지위와경제적 능력에 강한 매력을 느끼는 것이다. 그리고 남성의 경우는 대상이 단지 새로운 이성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매료될 수 있으며(쿨리지 효과), 여성의 경우는 더욱 친밀한 대상에게서 더 잘 매료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남성들은 오랜 진화과정에서 외도를 통해 자신의 유전자를 더 많이 퍼뜨려 우리의조상이 될 가능성을 높였으며, 여성은 외도를 통해 남편에게서 얻지 못하는 부과적인 이득을획득함으로써 생존에 더 유리한 고지를 획득하여 우리의 조상이 될 가능성을 높였을 것이란것이 진화심리학자들의 이론이다. 물론 이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남성이나 여성이 바람을 피우는 대상을 살펴보면 남성은 생산능력이 있는 여성에게관심이 집중되며, 여성은 높은 사회적 지위나 경제적 능력 혹은 자상함 등을 가진 대상(남편이 갖지 못한 것을 가진..)임을 보면, 쉽게 이 이론을 뿌리치기는 어려울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인간의 바람기는 오랜 진화의 산물이며, 하나의 적응수단으로 자신의유전자를 미래로 전달하려는 동물적 본능에 더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한 적응적 측면에서의 우성인자였을 것이다. 물론 윤리적인 측면을 떠나 순수하게 성의학적 관점에서 인간의 성을바라보았을 때 내릴 수 있는 결론이다.
우리는 이 문제를 도덕적, 윤리적, 문화적 잣대로 바라보기 때문에 더 복잡하게 보이는 것이며, 또한 이러한 굴레를 벗어날 수 없는 인간이라는 사실 또한 잊어서는 안된다.
[2015년 5월 25일 제64호 1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