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일생에서 출산은 가장 큰 인생의 이벤트일 것이다. 그리고 가장 축복된 순간이기도 하다. 자신은 물론 남편과 똑 닮은 사랑의 합작품이자 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아기의 탄생은 여성의 삶을 단번에 여자에서 엄마라는 존재로 변화시킨다.
오랜 인류의 역사가 그래왔듯이, 또 모든 생물과 종족이 그러하듯이 엄마는 무한 책임과 무한 사랑의 존재이다. 여자에서 엄마로의 변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훨씬 더 많은 변화를 가져온다.
날씬하고 탄력 있던 몸매는 굵은 허리선으로 바뀌고, 비키니가 어울리던 멋진배도 임신선이 가득한 뱃살이 잡히는 배로 바뀐다.
이러한 신체적인 변화보다 더 큰 변화는 여성의 질 주위에서 나타나기 시작한다. 탄력 있고 횡주름이 가득하던 여성의 질 점막은 주름이 없는 밋밋한 점막으로 바뀌며 질 벽의 탄력성도 감소하게 된다. 따라서 성관계를 할 때에도 예전에 느끼던 자극을 잘 느끼기 어렵게 된다.
또한 질을 둘러싼 괄약근인 항문올림근이 손상 받고 늘어나게 됨으로써 질의 수축력이 약해질 뿐만 아니라 요도를 받치는 힘도 약해져서 복압성 요실금이 동반되기도 한다.
또한 “S”자 커브를 그리고 있던 질의 축도 변하여 밋밋한 각도로 바뀌게 되면서부터 음경의 삽입 시 강한 자극을 받던 G-스팟도 자극을 덜 받게 됨으로써 오르가슴의 빈도나 강도도 훨씬 약해지는 경우도 있다.
이런 모든 변화로 인해 스스로 자괴감에 빠지고 성생활에 대한 자신감을 잃게 되며, 늘어난 질의 느슨함을 스스로 보상하기 위해 성관계 중에 일부러 질을 조이려고 노력하게 되는데 이러한 행동은 더더욱 성감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 된다.
성생활에 대한 만족감은 점점 감소하고, 더구나 육아에 지친 부부에게 성생활의 빈도마저 점점 줄어들어, 어떤 경우는 ‘월례행사에서 연례행사(?)’로까지 가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물론 신혼과 같은 설렘과 서로에 대한 호기심이 반감되는 시기이기도 하고 부부간의 성생활 외에도 더 많은 고민거리가 끼어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 또한 중요한 요인이다.
최근에 들어 성생활에서 골반바닥근육의 기능에 대한 연구결과가 많이 나옴으로써 출산 이후에 발생하는 골반바닥근육의 이완이나 기능저하가 여성성기능 저하 및 오르가슴의 빈도 감소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를 일찍이 간파한 아놀드 케겔(Arnold Kegel)은 이른바 ‘케겔운동’이란 것을 개발하여 골반바닥근육을 강화 시키는 것이야말로 여성의 성감과 오르가슴을 증가시키는 핵심적인 요인이라는 사실을 밝혔었다.
성의학의 발전에 따라 최근의 질성형술(이쁜이수술)의 트렌드는 단순히 질을 좁혀 남성의 쾌감을 증가시킨다는 개념에서 벗어나 늘어나고 손상받은 골반바닥근육을 복원하고 이를 강화시켜줌으로써 여성 스스로 느끼는 성감과 오르가슴을 상승시키는데 그 목적이 있다.
섹스는 혼자서 하는 자위와 달리 서로의 감정과 성 반응을 교류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르가슴에 더 잘 도달하는 여성을 바라보며 남성은 더 성취감을 느끼며 만족해 할 것이다.
여자에서 엄마로의 변화는 소중한 것을 많이 얻는 대신에 또 무엇인가를 잃을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아마도 신이 인간을 창조할 때 종족을 잘 이어갈 수 있도록 어쩌면 생명의 위험을 무릅써야 할지도 모를 임신을 감내하기 위하여, 생식활동을 하는 동안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강한 쾌감과 즐거움을 주셨을 것이다.
하지만 출산한 이후에 그러한 즐거움을 조금 거둬들인 것은 아마도 섹스보다는 2세의 양육에 더 신경을 쓰게 하기 위함일지도 모른다.
만약에 그러한 뜻이 숨어있었다면 성의학에 골몰하는 나와 같은 존재는 어쩌면 신의 순리에 역행하는 인간의 또 다른 오만은 아닐까?
제우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몰래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주었던 프로메테우스처럼 인간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고 엄마에게도 여자를 향한 꿈을 포기하지않도록 하는 것이 우리들 성의학을 하는 의사들에게 주어진 길이라면 그 길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도 전 세계에서 여성 성의학이란 미지의 세계에서 프로메테우스의 불씨를 찾기 위해 매진하고 있는 수많은 성의학자와 동료의사들에게 경의를 보낸다.
[2016년 7월 15일 제78호 1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