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성한 음모는 모발 못지않게 젊음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나이가 들어감에따라 음모 역시도 머리칼처럼 점점 빠져 빈약해지고 탈색이 되기도 한다.
음모는 이차성징이 나타나는 사춘기를 전후하여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여성에서는 이차성징이 발현되는 순서가 가슴이 먼저 커지기 시작하고 음모가 나타나기 시작한 후 생리가 시작되는 것으로 사춘기가 시작 된다.
문화에 따른 차이가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여성의 빈모증이나 무모증을 굉장히 싫어하는 편이다. 남성도 음모가 빈약한 여성을 선호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여성 자신도 이를 심한 콤플렉스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서양문화권에서는 오히려 음모를 제거하는 것이 흔한 추세이다. 특히 비키니 수영복을 많이 착용하면서 비키니 라인을 따라 제모를 하기도 하고 완전히 털을 깎아 버리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빈모증이나 무모증이 있는 여성이 머리카락을 이식하는 것과 무척 대조적이다. 이는 문화적 차이로 볼 수 있으며, 어떤 형태가 바람직하다고는 꼭 말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성의학적 견지에서 보면 음모는 단지 쓸모없는 존재가 아니다.
기나긴 진화의 역사를 지나오면서 과연 우리 몸에 쓸모없는 기관이나 장기가 남아 있겠는가? 일반적으로 몸에 체모가 풍성한 부위, 예를 들어 겨드랑이나 음부의 털은 냄새를 가두어 두는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 부위는 아포크린샘이 풍부하게 발달한 부위이기 때문에 특유의 체취를 풍기게 된다. 인간에게 오감이 있지만 냄새의 자극은 가장 원시적이면서도 본능을 자극하는 감각이다.
인류가 직립보행을 하고 지능이 고도로 발달함에 따라 시각적인 정보를 많이 이용하게 됨으로써 시각이 더 중요해졌지만, 야생의 동물들은 후각적인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거나 후각을 통하여 각종 정보를 얻고 있다.
현대의 인류도 지금의 모습으로 진화하기 훨씬 오래 전에는 냄새를 통해 상대방을 유혹하거나, 영역을 표시하거나 배란기를 알렸을 것으로 추정한다. 지금도 동물세계에서는 페로몬이라는 강력한 유혹물질이 존재하여 짝을 유인하는 기능을 한다.
인간에게도 그러한 종류의 페로몬이 존재할 것이라고 추측은 하지만 아직까지 명확히 규명된 것은 없다.
하지만 남자의 겨드랑이 냄새나 땀 냄새를 묻힌 속옷과 그렇지 않은 속옷을 여성들에게 블라인드 테스트로 고르게 하면 남성의 체취가 묻은 옷을 선호하며, 이 때 심박동 수도 증가한다는 실험 결과는 인간에게도 페로몬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음모는 아마도 상대방을 흥분시키는 모종의 체취를 가두어 두는 역할을 하지 않을까 추정하고 있다. 나이가 들어가면 발 냄새도 없어진다고 하니 점차 빈약해지는 음모나 겨드랑이 털의 역할도 이런 냄새가 배우자의 요혹에 깊이 관여한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을 듯하다.
그런데 남성에게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 빈모증이나 무모증이 왜 여성에게만 더 흔히 나타날까? 이는 체모의 발달이 남성호르몬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남성호르몬인 안드로겐은 체모와 머리카락에서 서로 상반되는 효과를 나타내는데 머리카락은 빈약하게 만들고 체모는 풍성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남성호르몬 수치가 높은 남성에게는 빈모증이나 무모증이 존재하지 않지만 여성에게는 이것이 존재하는 것이다. 반대로 여성에게도 남성보다는 적은 양이지만 안드로겐이 생성되는데 그 효과나 분비량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빈모증이나 무모증은 남성에 비해 흔하지만 남성형 대머리는 드문 것이다.
그래서 무모증이나 빈모증이 있는 여성들의 경우 수술적 치료로 모방이식을 하기도 하지만 수술을 원치 않는 경우라면 남성호르몬 성분이 들어 있는 테스토스테론 연고를 음부에 바르기도 한다.
6개월 이상 장기간 사용하게 되면 음모가 풍성해지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얼굴에 여드름이 많이 난다든지, 남성화가 진행된다든지, 임신을 준비하고 있는 여성이라면 사용을 주의하고 담당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2016년 6월 24일 제77호 1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