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외래 진료를 하다보면 많이 듣는 얘기 중 하나가 성관계 후에 질염이 자주 생긴다는 호소이다. 그래서 급기야는 남편의 부정을 의심하는 경우도 있고, 의심에찬 눈으로 남편을 들볶기도 한다. 질염은과연 남성의 외도 때문일까?
여성의 질은 사춘기를 지나 여성호르몬의 영향을 받기 시작하면서 질내에 정상적으로 살고 있는 유산균의 영향으로 질 안이 산성을 띄게 된다. 유산균은 공기를 좋아하는 호기성균으로서 현미경으로 보면길쭉하게 생긴 간균이다.
이 유산균이 질점막의 상피세포에 있는 당분을 분해하여 젖산을 생성하는데 이것이 질의 산도를 유지하는 비결이다. 그래서 질 액은 정상적으로 산도 4.5 이하의 강한 산성을 띄게 되는데 이것이 다른 균들이 들어와 번식하지 못하게 하는 방어벽 역할을 한다.
그런데 성관계를 갖게 되면 질 안의 산도가 변하게 된다. 남성의 정액은 알칼리성을 띄고 있는데 질 내에 사정을 하게 되면 질의 산도가 중화되면서 방어벽이 허물어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질 내의 세균 중에서 1%이하의 비율을 차지하던 혐기성균(산소를 싫어하는 균)이 약 100배에서 1000배정도 급증하면서 세균성 질염을 일으키는 것이다.
질염이 생기게 되면 흔히 반복적으로 뒷물을 하게 되는데 물은 중성이므로 산도를 떨어뜨려 이것이 질염을 더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세균성질염이 발생하게 되면 정상적으로 흰색이던 질 분비물이 누런색이나 갈색으로 바뀌고 생선 썩는 듯한 악취를 풍기게 된다. 이 때문에 대인관계나 성관계를 할 때에 상당히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치료는 혐기성균으로 가득 찬 질 안을 다시 예전의 유산균이 잘 살 수 있는 환경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다. 우선 치료약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메트로니디졸’이란 약물을 처방 받아 복용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대개 1주일 이내에 증상은 사라지지만 문제는 질염이 자주 재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세균성 질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에 주의해야한다. 오른쪽 주의사항만 잘 지켜도 성생활에서 매력 있고 깔끔한 여성이 될 수 있다.
세균성 질염이 성생활과 연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질염이 생겼다고 성병이나 남성의 외도를 의심할만한 근거는 될 수 없으며, 이러한 점을 잘 이해하면 성생활도 더욱 즐거워질 것이다
[2016년 1월 25일 제72호 1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