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약 5년 전의 일이었다. 당시 필자의 성의학 클리닉을 찾은 20대 후반의 K씨는 매우 다소곳하고 여성스러운 외모를 가진 여성이었는데 놀랍게도 결혼한 지 1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제대로 첫날밤을 치르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남편과 성관계를 하려고 하면 심한 통증으로 인하여 극도의 공포감이 있기 때문에 남편과 제대로 관계를 갖지 못한 채 오늘에 이른 것이었다.
남편도 아내가 너무 고통스러워하고 성관계를 시도만 하려고 해도 자지러지니까 더 이상 시도조차 못 하고 그렇게 1년이 넘는 세월을 첫 관계를 갖지도 못한 채 지내다가 이제 아기를 가져야겠다고 산부인과에 들렀으나 명확한 진단을 해주지도 못하고 그냥 심리적으로 너무 긴장하지 말라는 이야기와 야한 영화도 보면서 성에 대한 보수적인 시각을 바꾸라는 권고를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해도 별 진전이 없었고 더 이상 그대로 있을 수 없어서 필자의 클리닉을 찾아온 것이었다. 환자의 과거 병력에서 특이한 점은 발견할 수 없었고 다수 보수적인 분위기에서 자란 것이 성적인 가치관 형성에 문제가 된다면 될 만한 것이었고, 성에 대한 부정적인 경험이나 기억 등은 없었다.
신체 검사상 처녀막의 파열 흔적은 없었고 외음부가 상당히 좁은 느낌이 들었으며, 6시 방향 전정부가 충혈된 소견을 보였다. 그리고 면봉을 가지고 전정부위를 가볍게 터치했을 때 심한 통증을 호소했다. 헤가 소식자를 질 내에 삽입하더라도 심한 골반근육의 수축은 관찰되지 않았다. 이 경우 유발성전정통(외음전정염)이란 진단을 내린다.
사실 지금까지 여성의 성교 통증 장애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것은 쉽지 않았었다. 이에 대한 체계적인 진단과 치료 방법을 전문적인 성 치료 기관이 아닌 곳에서는 잘 모른다. 하지만 지금도 전 세계적으로 보면 약 15~20%의 여성이 성교 통증 장애로 인하여 고통 받고 있다고 한다. 성교통 중에서 특히 50대 이하의 여성에서 가장 많은 원인을 차지하는 것이 유발성전정통이다.
유발성전정통은 과거에 불리던 외음전정염이란 이름에서 연상되는 것처럼 세균감염에 의한 염증이 아니라 다양한 요인에 의해 전정부라고 하는 부위에 지나치게 많은 통각신경의 신경말단이 증식함으로써 성관계시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을 말한다. 전정부는 비뇨생식동에서 기원하는 부위로 소음순 내측면의 표피에서 점막으로 이행하는 경계부인 하츠선에서 처녀막 사이에 있는 조직을 말한다.
유발성전정통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마치 이 부위에서 성기나 다른 무엇이든 닿게 되면 마치 불에 덴 자국처럼 화끈거리거나 사포로 비비는듯한 통증을 느낀다고 한다. 그래서 성관계뿐만 아니라 탐폰을 삽입하거나 질경을 넣어 검사를 할 때, 그리고 타이트한 팬츠를 입거나 자전거를 탈 때도 심한 통증을 느낄 수 있다. 성관계를 할 때에는 음경이 삽입되려는 순간에 통증이 심하며, 특히 질 입구의 뒤쪽 부분에서 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것이 특징이다.
지금도 성교통에 대한 산부인과 의사들의 접근방식은 명확하지 않고 대개의 병원에서 이 부분에 대한 치료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성교통도 적극적인 치료의 영역으로 들어와야 한다. 단지 일상적인 활동에서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그리고 산부인과에 가도 명확한 답변을 얻지 못하기 때문에 무시되거나 외면하지 않았나 되돌아 볼일이다. 성은 이제 삶의 질의 문제이고 우리가 행복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기 때문이다.
[2016년 11월 23일 제82호 1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