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질환이지만 ‘지속성 성기흥분장애’라는 병이 바로 그런 질환이다.과거에 ‘지속성성흥분증후군’으로 알려졌던 이 질환을 앓는 환자들은 성적 자극이나 상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밀려오는 성기의 흥분과 자극 상태를 경험하며, 오르가슴에 의해서도 이 흥분 상태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다음의 내용은 인터넷 신문기사에서 발췌한 내용인데 전형적인 지속성성기흥분장애 환자의 특성을 보여주는 예이다.
미국 애리조나 주에 거주하는 칼리스는3년 전부터 이 질병을 앓기 시작했다. 어느날 마켓에서 장을 보던 중, 갑자기 모든 시각, 후각, 그리고 촉각에 성적 흥분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당황한 칼리스는 공황상태로 바닥에 주저앉았고, 그 자리에서 다발성 오르가슴을 느꼈다.
칼리스는 당시 상황에 대해 “어떤 자극도 없었는데, 인생에서 가장 격한 오르가슴을 느꼈다. 몹시 놀라고 당황해 가게에서 뛰쳐나왔고, 집으로 운전해 돌아오는 내내 오르가슴을 느꼈다”며 “(증상이 시작된)첫 경험이었는데, 이후 6시간 동안 계속해서 성적 흥분이 쌓였고 몇 초 여유도 없이 계속해서 오르가슴을 느꼈다. 정말 무서웠다”고 설명했다.
레스토랑 웨이트리스로 일하던 그녀는 이후 일을 그만두고 집 안으로 은둔했다. 초기에는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내딛을 수 없었다. 3년이 지난 지금도 공원같이 넓은 공간으로 가기를 꺼려한다.
10살짜리아들이 있는 칼리스는 PGAD증상 때문에 아들의 학교 활동에 참여할 수도 없다. 그녀는 “주위에 아이들이 있는데, 동시에 몸이 성적으로 흥분하고 있다고 생각해보라. 내가 정말 변태같이 느껴진다”며 “나자신이 너무 더럽게 느껴져 내 아들의 삶에 함께 참여할 수가 없다. 아들이 보통 아이처럼 자라길 원하지만 엄마가 이런 증상을 겪고 있어 친구를 만들지 못 한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2012년 단 2시간 동안 160번 오르가슴을 겪은 그녀는 참다못해 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의사들은 그녀가 겪고 있는 병이PGAD라고 진단했을 뿐, 어떤 치료 방법도 찾지 못했다. 병이 시작된 계기가 무엇인지, 혹은 어떤 방식으로 고칠 수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태로 신경과, 부인과, 정신과 등 각종 병원을 전전했다. 수많은 혈액 검사와 MRI 검사를 받았지만 원인을 찾지 못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 조언을 구하는 글을 남겨봤지만, 인터넷에도 PGAD 관련 정보가 너무적어 이렇다 할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것이현실이다. 칼리스는 몸 상태가 그나마 좋은 날 하루 10번 오르가슴을 느끼며, 특히심한 날에는 할 시간 동안 90번 오르가슴을 겪기도 했다.
또 끊이지 않는 오르가슴 때문에 탈수,수면 부족, 호르몬 불균형, 갑자기 쓰러져다친 부상 등으로 고통 받는다. 밖에서 남성들에게 놀림을 받거나 거짓말 아니냐며 이해하지 못하는 친구들로부터 외면당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칼리스는 “이제 제발 그만해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위의 글은 지속성성기흥분장애의 특성을 전형적으로 잘 보여 주는 사례이다. 우리나라에도 아직 공식적인 보고는 없지만 틀림없이 많은 환자가 있으리라 여겨 잠깐 여기에서 소개하기로 한다. 실제로 필자의 병원에도 간혹 이러한 증상으로 문의한 환자들이 있었다.
지속성성기흥분장애 환자들의 증상은 성적인 자극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속해서 클리토리스나 음순, 그리고 질에서 충혈된 느낌이나 두근거리는 듯한 느낌 등 완전히 성적으로 흥분된 느낌을 갖게 된다. 하지만 신체검사를 해보면 실제로 클리토리스나 음순, 그리고 질의 충혈은 관찰되지 않는다.
그리고 지속성성기흥분장애 환자는 2차 증상으로 빈뇨나 절박뇨와 같은 방광의 증상이나 광민성대장과 같은장의 문제, 그리고 계속해서 다리가 떨리는 하지불안증후군 등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는 골반바닥의 과긴장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된다.
불과 수 년 전만 하더라도 이 질환에 대한 원인과 치료법이 알려지지 않아 많은환자들이 고통 속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특히 지속성성기흥분장애를 앓는환자들은 수치심과 주위의 놀림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고립되기도 하며, 심한 우울감으로 자살충동을 느끼기도 한다.
이 질환의 특성을 잘 모르는 환자들은 스스로 성욕구가 지나치게 강한게 아닌가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타이트한 바지를입으면 증상이 더 악화되기도 하고 진동을 느끼면 더 증상이 심해지기 때문에 자동차를 잘 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자위나 성관계를 통해 오르가슴을 느껴도 흥분되는느낌이 가라앉지 않는다.
<다음호에 계속>
[2017년 6월 23일 제89호 1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