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성교통을 일으키는 성교통증질환 중 하나이지만 대부분의 성교통 질환처럼 일반 산부인과 의사들이 잘 모르고 환자에게 뚜렷한 치료법을 제시하지 못한 채 오랫동안 캔디다 질염인 줄 알고 항진균제 치료를 하거나 항히스타민제 치료를 하곤 한다.
하지만 치료를 받아도 잠시 그때만 일시적인 효과가 있을 뿐 손톱으로 긁어 피가 날 정도가 되어도 가려움증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 질환은 만성 피부질환인데 자가면역 질환의 일종으로 추정되고 있다. 외음부 특히, 소음순에 많이 나타나며, 대음순 내측, 소음순과 대음순 사이의 고랑, 음핵귀두, 전정부, 회음부, 항문주위 등에 많이 나타난다.
성인여성 약 70여 명 중 한 명꼴로 나타나며, 초경 시작 전이나 폐경기 직전의 여성에게서 많이 나타난다고 한다. 하지만 2,30대 여성에게서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병변이 나타난 부위의 피부는 담뱃갑의 은박지처럼 하얗게 바뀌며 소음순의 형태가 없어져 버리기도 한다. 심한 가려움증과 성교통을 동반하는데 약 79%의 여성은 만성 외음부 통증을 호소한다.
또한, 성교통으로 인해 성생활의 만족도와 빈도가 현저히 감소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질환의 약 4~5%에서 외음부암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반드시 조직 검사를 같이 시행해야 한다.
신체 검사상 외음부에 담배 종이와 같은 흰색의 위축성 판이 나타나며, 탈색, 출혈 반점, 소음순의 흡수, 그리고 질 입구가 좁아지거나 외음부의 구조가 변형된 것을 볼 수 있다. 경화성 태선이 전정부를 침범하는 경우 성관계 때문에 반복적으로 점막이 찢어지며 성교통을 유발하기도 한다.
경화성 태선의 치료는 광범위 부신피질 호르몬 연고를 바름으로써 치료할 수 있다. 최근에는 부작용을 더욱 줄인 약들도 많이 개발되었다. 수차례 연고 치료를 하면 가려움증은 금방 줄어들 것이지만 완치를 위해서는 장기간 치료가 필요하다.
경화성 태선으로 환자들이 고통을 많이 받고 있지만, 아직 산부인과 의사들의 관심 밖에 있어서인지 환자들이 고통 속에 방치되고 있는 경우를 드물지 않게 접하곤 한다. 성교통 질환들이 대체로 그러한 것 같다. 경화성 태선 역시 성교통 질환 중 하나이지만 피부과에서 다루는 질환이라 여겨 산부인과 의사들이 무관심하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이 질환은 부위가 부위인지라 산부인과 의사들이 다루지 않으면 안 되는 질환이다. 또 이 질환의 초기에서는 피부의 탈색도 심하지 않기 때문에 관심 있는 의사가 아니라면 빠른 진단을 내리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외음부 가려움증이 오랫동안 지속되고 만약 항진균제 치료에도 반응하지 않는다면 경화성 태선을 의심해 볼 일이다.
[2017년 5월 19일 제88호 1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