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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0낭만의 다방속으로

이색카페 - ‘옥다방’을 아시나요?

복고의 바람이 거세다. 영화 ‘써니’가 80년대 십대들의 우정과 당시 사회상을 실감나게 그려 중년 여성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내는가 하면, TV에선 시대를 풍미했던 과거의 가요와 스타가 재히트를 치고, 패션계에서도 복고는 반짝 유행이 아닌 새로운 경향으로 자리 잡고있다.
 
 2011년 대중문화의 핵심은 확실히 ‘복고’다. 부산 서면의 번화가에 자리한 카페 <옥다방>에서도 이런 복고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다만 다른 것은, 단순히 과거의 모습과 소품을 흉내 낸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7080세대의 추억과 오늘날 젊은이들의 문화를 적절히 융화시켰다는 것.
 
과거 ‘다방’의 구조를 살리되 현대식으로 세련된 인테리어와 셀프 주문 방식을 적용했다. 카페의 이름도 <옥다방>. ‘카페’가 아닌 ‘다방’이라는 데 <옥다방>의 메시지가 있다.
 
“커피라는 게 원래 서구에서 즐겨 마시던 것이다 보니, 카페문화도 서구의 분위기를 따라가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카페’가 아니라 ‘다방’이 젊은이들의 차 문화를 대변하던 시절도 있었지요. 뉴요커나 파리지엔을 흉내 낸‘카페문화’가 아닌, 우리 젊은이들만의 ‘다방문화’가 존재하던 시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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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다방>의 출발 배경에 대해 묻자 <옥다방>의 사장은 <옥다방>이 아닌 ‘다방’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으로 말문을 텄다. 80년대 다방문화를 되새기며 시작한 곳인 만큼 가게 한편에는 뮤직박스가 자리하고 있다. 저녁 7시부터 10시까지는 DJ가 실제로 손님들의 신청곡과 사연을 받는다.
 
7080세대에게는 익숙하면서 그리운 풍경일 테지만 요즘 젊은이들에겐 신선하고 색다른 장면. DJ가 없는 시간대에도 종업원에게 신청곡을 적은 쪽지를 전해주면 음악을 틀어준단다. “DJ를 고용한다는 공고를 냈더니 지원자가 줄을 이었어요.
 
나이트클럽 같은곳이 아니면 이런 찻집에서의 DJ는 사실 사라진 직업인데, 해보고 싶은 사람은 많았던 모양이에요. 손님들 반응도 좋고 DJ를 하겠다는 사람도 많은 걸 보면, 80년대 우리 시대의 낭만이 여전히 유효한 것 같습니다.
 
” 각 테이블에는 음악을 신청하기 위한 포스트잇이 비치되어 있는데, 재밌는 것은 손님들이 이 포스트잇을 단순히 음악 신청 용도가 아닌 기록과 낙서의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는 데 있다. 각 테이블의 칸막이와 유리창에는 손님들이 남기고간 포스트잇들이 빼곡이 붙어있다.
 
“우리 오늘로 만난 지 200일”, “DJ 너무 웃겨요! 잘 놀다 갑니다.”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어 포스트잇의 낙서들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과거 다방에서 쪽지를 남겨 약속을 정하고 연락을 주고받았던 풍경을 재현한 것이 되었다고.
 
 
<옥다방>은 1층과 2층 두 개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2층으로 올라가면 신발을 벗어야 한다. 즉 좌식이라는 말이다. 신발장에 신발을 넣어두고 들어가 방석을 깔고 앉아야 하는, 카페로서는 파격적인 구조다. 룸 카페도 아닌 오픈 카페에서 고깃집처럼 신발을 벗고 들어가 앉아야 하다니.
 
친구 집 다락방에 앉아 수다를 떨던 상황을 생각하며 고안한 거란다. 늘어지듯 앉아 차와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을 보니 <옥다방> 사장의 의도는 적중한 것 같다. 1층은 금연, 2층은 흡연석으로 구성되어 있고, 주문은 1층에서만 가능하다. 다방의 재현이라는 콘셉트에 걸맞게 <옥다방>의 메뉴판엔 다른 카페에선 보기 힘든 메뉴들이 많다.
 
커피와 다른 음료들은 물론 쌍화차, 인삼차, ‘다방커피’가 메뉴에 들어가 있는가 하면, 아이스홍시와 전병, 강원도 특산물인 쌀찐빵이 중년에겐 추억을, 젊은이들에겐 신선함을 제공한다. 또한 특이한 것은 리필 서비스.
 
어떤 음료든 원래 가격의 50%를 더 지불하면 리필이 가능하단다. 거기다 24시간 연중무휴로 문을 여는 <옥다방>에선 늦은 밤의 손님을 위해 맥주와 와인도 판매하고 있다. 밤 손님을 위한 메뉴임에도 나름 다양성을 갖췄다.
 
어떻게해야 손님들이 좀더 ‘죽치고’ 앉아 <옥다방>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을지 고민한 것만 같다. 테이블 회전보다 중요한 것은 손님들이 이 카페를 편안한 아지트,골방쯤으로 생각하게 하는 거란다. “손님과의 관계에서 일방적인 카페를 지양합니다. 카페는 단순히 차를 파는곳이 아니라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손님은 그곳에서 납득할 수 있는 가격으로 충분히 대우받고, 대화하고, 즐기고, 추억하는 거죠. 추억에 있어 가장 강한 매개가 음악이고요.
 
인간성이 결여된 카페문화는 의미가 없다고 봐요.” 엄마와 딸, 혹은 아들과 아버지 두 세대가 함께 올 수 있는 카페를 꿈꾼다는 <옥다방> 사장의 포부엔 이런 철학이 담겨 있다. 때론 ‘차가운 도시 여자’나 ‘까칠한 도시 남자’보단, 푹신한 의자나 방석에 늘어져 음악다방의 정겨움에 젖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언제부터인가 뉴요커나 파리지엔이 되지 못하면 뒤처지는 것만 같은 오늘날의 풍조에, 7080세대 다방의 낭만을 간직한 <옥다방>의 ‘다방 철학’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송나영 기자
[2011년 6월 20일 20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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