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명소로 자리잡은 해리단길
‘해리단길’ 카페거리가 몇 년의 시간을 거쳐 제대로 무르익었다. 옛 동해남부선 해운대역사 앞쪽으로는 초고층 건물들이 죽죽 솟아 위용을 자랑하지만, 잡목들이 우거진 역사 뒤편 해리단길 쪽은 아기자기하고 예쁜건물과 그 사이를 걷는 사람들로 한가로움이 느껴진다.이제는 전국적으로 알려져 부산시민뿐만 아니라 외지에서도 일부러 찾아오는 이 길은, 부산 해운대구청과 지역공동체가 함께 개선하고, 꾸며온 골목길이다.
해리단길은 해운대역사 뒤쪽 2만여㎡의 마을과 상권을 포함하는데, 해운대해수욕장 일대의 화려하고 도시적인 이미지와 달리 이곳은 오래된 2~3층 주택들이 즐비했던 곳이다. 2013년 12월 옛 동해남부선 해운대역 구간이 폐쇄되고부터 재정비와변신을 거듭하면서 카페, 맛집, 책방등이 생겨났다. 2018년 당시 21곳이었던 상점이 지난해 기준 60여 곳으로 늘었고 요즘은 하루 평균 3천여명이 찾는 동네 명소가 됐다.
철길 근처 조용한 마을의 변신으로 부산발전연구원이 발표한 ‘2018년부산 10대 히트상품’에도 선정되기도 했다. 맛집과 카페는 독특한 개성으로 단골과 마니아들을 확보하고 있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지금도 널리알려지고 있다. 이 가운데 주택의 윤곽을 그대로살린 채 개성을 한껏 불어넣은, 카페몇 곳을 소개한다.
주택 개조한 ‘감성’ 카페
해리단길을 걷다보면 일반주택을 카페로 개조한 곳이 유달리 많다. 애초에 집이어서일까? 색다르게 변신을 했는데도 입구부터 편안한 느낌을 준다. 가정집이었던 때 레트로한 느낌을 살리고 카페마다 주력 메뉴가 있어 일부러 ‘그것’을 먹기 위해 찾아온다니 더욱 궁금하다.
해빙고 & 연화온도
카페 ‘료미’
해리단길 초입의 한 골목길에 들어서면 붉은 벽돌 주택을 개조한 카페 ‘료미’를 만날 수 있다. 2층은 에어비엔비(휴가용 임대 숙소)로 사용 중인 곳이다. 1층 실내로 들어서면 테이블 정렬이 칼각인 깔끔한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소바와 덮밥, 후토마키, 포케가 맛있는 집으로 이미 유명하다.
퓨전 느낌의 음식들이라 색다른 음식으로 기분을 전환하고 싶을 때 먹으면 좋겠다. 이 가운데 ‘바질 소바’와 고기가 푸짐한 ‘스테이크 덮밥’이 가장인기다. 취향에 따라 음식을 주문하면 되지만 착한 가격으로 한 번에 먹을 수 있게 2, 3인 세트도 마련돼 있다. 손님들 역시 음료까지 포함된 세트메뉴를 선호한다. 주메뉴와 어울리는 하우스 와인과 칵테일을 주문할 수 있는 점도 카페 료미의 특징이다.
카페 ‘히토’
카페 이름도 히토, 일본식 가옥의 느낌이 물씬 나는 곳이다. 입구에 작은 정원과 조명이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 입구서부터 작은 나무 테이블이 놓여 있어 사진을 찍느라 분주한 손님들의 모습이 보인다. 원목이 주를 이룬 정갈한 인테리어에 구석구석 소품들로 공간을 꾸며 놓아서 어느 각도에서 봐도 아기자기하다. 의자 테이블 외에 다다미 자리가 따로있어 취향에 따라 선택해서 앉을 수 있다.
이 곳은 기본 커피 메뉴에 ‘말차’, ‘로얄 밀크티’, ‘자몽&오미자차’ 등 독특한 차 메뉴가 눈길을 끈다. 쿠키, 양갱, 화과자 등 모양도 예쁘고 맛도 있는 시스니처 디저트도 자랑거리. 자신이 마실 음료에 어울리는 디저트를 고르는 재미가 쏠쏠한 것이 특징이다. 나무쟁반에 정성스럽게 담겨나오는 음식에 기분이 좋아지는 건 덤이다.
카페 ‘플럼피’
카페 플럼피도 빼 놓을 수 없다. 겉만보면 평범해 보이는 단독주택 외양의 2층이다. 술병이 가득한 장식장이라든가, 옛 가구들이 카페 분위기에 한몫하고 있다. 화려한 샹들리에와 그리 크지않은 테이블이 왁자한 느낌의 번화가 카페와는 차별화된다. 핸드드립 커피를 판매하고, 흑설탕커피도 인기메뉴다. 꽃얼음을 넣은 깔라만시 에이드와 오미자 에이드도 건강한 맛을 선사한다.
플럼피 밀크티를 비롯한 차들, 주문즉시 그때그때 만든다는 오리지널, 홍차 티라미슈는 이곳만의 시그니처 디저트. 술 한잔도 할 수 있는 카페이다. 각종 칵테일과 맥주를 주문할 수 있는데, 특히 생맥주와 양주를 한 잔에 마실수 있는 양맥이 독특하다. 나만의 단골 가게를 갖고 싶은 사람이라면 주인장도 친절하기로 유명한플럼피가 제격이다.
중식당 ‘금문’ &피자와 파스타 전문 ‘이태리식탁’
해운대기계공업고등학교 방향에서 좌회전 후 들어서는 방향에서 해리단길로 진입하면 오른편 방향에 있다. 한곳에 자리잡은 중식당 금문과 이태리 식탁은 1층엔 금문, 2층 계단으로 올라가면 이태리식탁이다. 금문의 다양한 중식 요리의 맛은 이미 알려져 있다. 해리단길에서 맛집을 찾기 고민스러울때는 망설일 것 없이 이곳으로 가면 실망은 없다. 금문은 전자 주문 자판기로 사전 주문을 하는 스마트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고 기호별로 고춧가루 후추 등 셀프로 챙겨야 한다. 가장 인기 메뉴는 우육면이다. 가격은 8천5백원.
파스타와 피자가 맛있는 ‘이태리 식탁’은 카레가 들어간 감베로니&뽈로파스타가 일품. 가격은 1만5천~1만6천원. 갖가지 해산물이 들어간 로제파스타 마레크림도 먹을 만하다. 미식가들이 강추하는 이태리 맛집이다. 별모양의 스텔라 피자도 강추. 가격은 1만7천원. 이곳들은 자리가 협소한만큼 1인 1주문이 원칙이다.
박정은 기자
[2021년 6월 28일 제134호 1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