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카페- 덕천동 ‘사발커피’& 서면 ‘다락다방'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커피향이 어울리는 계절이다. 가을에 즐기는 커피만큼은 화려하고 시끌벅적한 프랜차이즈 커피숍보다 작지만 정감어린 특별한 아지트에서 나만의 이야기를 커피한잔에 녹여내어 보는 것은 어떨까. 무심히 지나치면 쉽게 기억되지 않을, 그렇지만 한번 찾은 후에는 오래도록 기억할 추억의 장소가 되고야 마는 매력적인 아담한 커피숍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어여쁜 작은 공간 ‘사발커피’
덕천동 젊음의 거리 한복판에 자리잡은 ‘사발커피’. 엉뚱한 그 이름에 고개가 절로 갸우뚱해지는 가게. 사발에 마시는 커피는 어떤 맛일까.
사발에 담긴 커피를 상상해 본적이 있었던가. 시래기국도 막걸리도 아닌 정말 바다건너 온 그 달콤쌉싸름한 커피를 말하는 것인가.
주인장의 작명센스에 호기심이 동해 발을 안으로 들여놓자, 기분 좋은 커피향이 코끝을 자극한다. 사발커피는 테이블이 몇 개 안되는 예쁘고 아담한 커피숍이다. 규모는 작지만 있어야할 건 고루 갖춘 메뉴.
메뉴판 하나에도 주인의 세심한 배려가 마음에 와 닿는다. 요즘 유행하는 어느 가수의 노래가사처럼 메뉴판이 복잡해 고르기가 어려울 땐 아메리카노만 주문한다는 사람들에게 이 집 메뉴판은 반갑기만 하다.
모든 메뉴를 실제 사진을 찍어 직접 꾸며놓아 손님들이 주문하기가 너무 쉽기 때문이다. 시멘트의 느낌을 그대로 살린 벽면에는 귀여운 그림과 액자, 소품들이 장식되어 있고, 커피숍 한쪽에는 무료함을 달래줄 읽을거리들도 마련되어 있다. 사진이 예쁘게 나온다는 입소문에 쇼핑몰 의류모델들의 촬영장소가 되기도 했던 ‘사발커피’. 사발커피의 젊은 여주인은 가게 이름의 의미를 이렇게 말한다.
“사실 ‘커피한사발’과 ‘사발커피’ 이 두가지 중에서 많이 고민했어요. 커피한사발은 왠지 막걸리 같은 느낌이 강해 결국 사발커피로 결정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라떼를 사발에 만들 수 있으면 라떼 제조의 경지에 다다른 것이라 할 수 있거든요.
무턱대고 양을 많이 하고, 그릇을 사발로 쓴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노력과 실력이 쌓여야만 진짜 ‘사발라떼’를 만들 수 있는 거죠. 사발이란 단어를 쓰게 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죠. 카페를 운영하는 동안은 꼭 저만의 ‘사발라떼’를 만들어 메뉴에 넣고 싶어요.”
학창시절부터 커피를 좋아했다는 김현주 대표. 서른 즈음에는 꼭 내 카페를 차리겠다는 결심하나로 1년 동안 바리스타 공부를 하며 카페투어를 다녔다고 한다.
처음 오픈 후 경영이란 것에 대한 경험이 없었던 터라 여러 가지 어려움도 겪었지만 지금은 다녀간 손님들이 저마다 자신의 블로그에 ‘사발커피’를 포스팅하면서 입소문이 퍼졌고 이제는 그 블로그 게시물을 보고 먼 곳에서도 물어물어 찾아오는 손님들도 있다고.
카페를 다녀간 사람들은 너나없이 예쁘고 편안한 분위기에 반하게 되고, 달콤한 메뉴들과 향기로운 커피에 또 한번 매료되어 버리고만다.
삼청동거리를 꿈꾸는 서면 ‘다락다방'
아담함과 아기자기함이라면 서면의 ‘다락다방’도 뒤처지지 않는다. 서면의 번잡한 거리를 살짝 비껴나면 공구상가가 즐비한 낡은 골목길에 자리 잡은 다락다방. 사다리를 타고 오르거나 혹은 계단을 올라가면 드러나는 천장 낮은 작은 다락방.
그런 다락방이란 말에 선뜻 떠오르는 느낌은 지극히 사적이고 비밀스런 개인의 공간이랄까. ‘다락다방’ 역시 그런 느낌을 비껴가지 않았다. ‘다락다방’은 아주 작은 규모지만 2층으로 된 구조다.
얼마 전까지 옷가게였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 카페 1층에는 옷가지며 악세사리, 신발들이 그대로 인테리어 소품으로 쓰여 여기저기 카페 안을 장식하고 있다. 유독 눈에 띄는 재미있는 문구하나가 발견된다.
‘이 곳은 부산의 삼청동거리입니다’. 독특하고 예쁜카페가 많은 서울의 삼청동 명물거리처럼 비록 발길이 한산한 낡은 공구상가 거리이긴 하지만 부산의 삼청동거리의 시작을 꿈꾸는 젊은 주인의 기특한 마음을 새긴 문구다.
카페 안 여기저기에서 발견되는 또 하나의 문구 ‘슬로우시티’. 외부의 ‘다락다방’이란 간판과는 또 다른 명칭에 궁금증이 생긴다. “처음에는 1층이 옷가게였어요. 예쁜 것들을 한참 구경하고 여기저기 쇼핑하다 지치면 쉴 수 있는 공간으로 2층은 차를 마실 수 있는 카페로 꾸몄어요.
그래서 슬로우시티라고 이름을 지었었죠.” 아직 앳돼 보이는 카페의 젊은 여주인 안설희씨. 이곳에 머무르는 동안만큼은 아기자기하고 예쁜 것들을 보며 여유를 느끼기를 바란다는 안 대표는 손님들이 바라는 것이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처음 의도와는 달리 옷가게를 찾는 사람들보다 다락다방을 찾는 소님들이 많아지면서 1층 옷가게도 차를 마시는 공간으로 바꿨다고. 이야기를 듣고 주변을 살펴보니 과연 윗층을 향해 난 나무계단이 보였다.
신발을 벗고 조심스레 나만의 비밀 아지트에 들어가듯 살금살금 조심조심 올라가보니 머리가 천장에 닿을듯한 다락방이 정말 나타났다. 아주 작고 포근한 다락방에는 3개의 테이블과 방석이 조용히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작은 공간 구석구석에는 어김없이 안대표의 남다른 감각으로 선택되어 온 소품들이 오밀조밀 장식되어 작은 다락방의 아기자기함을 더한다. “여자들이 꿈꾸던 아주 예쁜 방을 만들고 싶었어요.
여자들은 보통 예쁜 컵이나 수첩들 같은 예쁘고 아기자한 것들을 모으는 걸 좋아하잖아요. 그런 느낌을 표현하고 싶어서 여성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 본겁니다.” 안 대표의 말대로 다락방에 앉아 있노라면 소녀시절 꿈꾸던 예쁜 방에 들어온 듯 정말 즐겁다. 이제는 찾아보기 어려운 다락방의 정취를 느껴보고 싶다면 ‘다락다방’에서 커피한잔 어떠한지...
글 김진주 기자
사진 기은혜 기자
[2011년 9월 16일 23호 1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