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12월 04일

핫플레이스

미술·연극·커피는 내가 접수한다

 
아티스트를 위한 감각적 문화공간 카페 페인티드 체어(Painted Cha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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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없이 많은 카페들이 밀집한 대학가. 먹고 마시는 즐길 거리가 차고 넘치는 그곳에, 젊은이들의 문화적 갈증까지 충족시켜주는 이색카페가 있단 소문에 찾은 경성대근처 페인티드 체어(Painted Chair,사장 김누리).

건물의 2,3층을 차지한 카페는 계단을 오르는 입구부터 구석구석 촘촘히 자리 잡은 앙증맞은 종이의자들로 벌써부터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나무를 재료로 하여 특유의 따뜻함을 뿜어내는 오브제를 지나 은은한 조명이 감도는 카페 안으로 들어서면 의자들의 새로운 변신에 새삼 놀라움이 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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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인티드 체어에서 의자는 그저 단순한 의자가 아니다. 이곳에서 의자는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그림들을 진열하는 진열대가 되기도하고, 그림액자를 대신하여 밋밋한 벽면을 장식하는 작품으로도 걸리며, 물병과 컵을 담은 써빙카트도 된다.
 
손바닥만 한 자그마한 나무의자들은 모빌이 되어 허공을 대롱거리기도 한다.
 
페인티드 체어에서 손님을 맞는 의자는 동일함도 거부한다. 보통의 카페에서 볼 수 있는 통일된 의자가 아니라, 소파, 나무의자, 흔들의자 등 다양한 조화로움으로 제 역할을 해내고 있다.
 
카페를 오르는 계단에서부터 보아왔던 앙증맞은 종이의자들이 카페 곳곳에서도 어김없이 발견된다.
 
빼곡히 장식된 종의의자들마다 깨알 같은 글귀들이 눈에 띈다. 자세히 살펴보니 어라, 이게 바로 방명록? 신기한 것을 발견했다는 놀라움 한편으로 주인장의 돋보이는 기발함에 끌려 알아보니, 단돈 100원이면 자신만의 종이접기 방명록을 완성할 수 있단다. 주인장이 직접 도안하고 마땅한 인쇄처를 찾아 헤맨 끝에 완성된 것이란다.
 
이쯤 되면 카페의 주인장은 목공예작가이거나 최소한 미술전공자가 아닐까하는 추측이 들게 마련. 소녀처럼 앳된 얼굴을 가진페인티드 체어의 김누리 사장은 전직 승무원 출신으로, 뜻밖에도 대학에선 영어를 공부했단다.
 
예상은 빗나갔지만 어려서부터 미술에 관심이 많아 꾸준한 공부를 해왔으며, 특히 가구공장을 운영하는 부친과 목공예를 공부하는 지인들로 인해 전혀 낯선 계통은 아니었다고.
 
“우연히 친구와 함께 밀라노에서 열린 가구박람회를 보게 되었어요, 가구자체의 단순한 기능을 벗어난 기발한 아디어가 접목된 작품들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와 눈을 뜨게 했죠, 그 후 친구와 의기투합해서 시작을 하게 됐어요.”
 
하지만 처음부터 카페를 목표로 한 것은 아니었단다. “처음엔 갤러리를 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어린나이에 갤러리만 꾸려가기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르더라구요, 그래서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카페에서 다양한 작품들을 전시하는 방법을 생각하게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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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사장의 말처럼 카페는 지금까지 총 18회의 전시를 열어왔다. 2010년 8월 오픈 이래 순수미술부터 카툰, 판화, 목공예 등 다양한 장르를 기획하고 전시해 온 것이다.
 
물론기획부터 홍보까지 김사장이 직접 관여한다. 화려한 경력을 가진 인기작가의 작품만을 전시하는 것은 아니다.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대학생들부터 역량 있는 신진작가, 외국인작가들에게도 문턱을 낮추고 기회의 문을 열어놓은 페인티드 체어는 전시작품마다 인기리에 판매된다.
 
오는 19일부터는 신인작가의 일러스트가 전시될 계획이며, 5월에는 의자를 모티브로 한 회화를 전시할 예정이라는 김 사장은 참으로 바지런한 재주꾼이다.
 
저렴한 가격으로 전시를 할 수 있는데다, 여느 갤러리 못지않게 판플렛 지원이나 홍보까지 손색없으니 신진작가 및 젊은 작가들에겐 이미 입소문이 자자해 전시의뢰가 끊임없다. 게다가 적절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고객들은 페인티드 체어의 단골이 될 수밖에 없다.
 
한때 전시를 했음직한 목공예품들. 그 가운데 특히 의자에 애착이 갔음일까. 벽면을 장식하는 작품들부터 방명록까지, 왜 하필 의자인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테이블과 의자는 사람을 모이게 하잖아요? 특히 의자는 거기에 앉게 됨과 동시에 사람들을 무방비상태로 만들고 경계를 허물게 된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라며 의자에 담긴 그녀만의 가치를 말한다.
과 동시에 사람들을 무방비상태로 만들고 경계를 허물게 된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라며 의자에 담긴 그녀만의 가치를 말한다.
 
페인티드 체어는 갤러리 카페란 수식어만으로 표현되기엔 부족했다. 전시가 주로 열리는 카페 3층에서 연극이 공연되면서 페인티드 체어는 이제 멀티문화공간이 되었다. 처음 경성대 학생들과 인연이 되어 연극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3개월마다 다채로운 창작연극을 공연하기에 이르렀다.
 
그 시절 학생이었던 그들은 이제 어엿한 사회인이 되어 극단(코픽션)을 꾸렸고, 그들의 창작연극 ‘인형’은 첫 공연에서 티켓이 매진되는 쾌거를 불러일으킨 결과 이번 달 14일(토)부터 한 달간 앵콜공연을 시작하게 되었다. 공연을 앞두고 김사장은 연극홍보에도 앞장서며 뒷짐만 지고 있진 않는다.
 
‘내 몸이 열 개였으면 좋겠다’는 김사장의 열정을 ‘페인티드 체어’만으로 담아내긴 역부족이었을까. 김사장은 카페 바로 건너편 건물 2층에 패션갤러리 ‘인디케이즈’의 오픈을 앞두고 준비를 마친 상태다. 옷가게에 갤러리를 접목시켜 옷과 주얼리 등을 판매하며 다양한 미술품도 전시하는 곳이란다.

18일(수) 오픈 전시로 대학생들의 일러스트를 선보일 예정이라는 김사장은 젊은 학생들의 마음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듯하다. 클럽문화, 영화감상처럼 그들이 익숙하게 체험할 수 있는 문화가 아닌 예술품감상을, 그들이 좋아해서 즐겨 찾는 카페와 옷가게로 친숙하게 다가섬으로써 젊은 학생들에게 문화적 기회를 아낌없이 제공할 줄 아는 사람이니 말이다.
 
“다양해진 작가들의 창의성만큼 접근방식도 달라져야 한다고 봐요. 액자 속에서 감상되어지는 작품도 나름대로 훌륭하지만, 일상생활에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작품들로 좀 더 쉽게 다가서면 작품이상의 가치가 생긴다고 생각해요. 다가갈 수 없으면 가치도 없어지는 거니까요.”라는 김사장은 캔버스를 벗어난 작품, 전시기능만 가능한 공예품보다 실용성을 겸비한 실속 있는 작품을 선호한다.
 
“이 일을 하며 신진작가들을 많이 접하다보니 그들이 작품을 전시하여 알리고 싶어하는 바람만큼 저렴하게 전시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더라구요. 소통하고자 꿈틀거리는 작가들을 위해 언제나 기회의 문을 열어두고 싶어요”라는 그녀는 그저 그런 ‘장사꾼’으로 불리고 그냥 ‘가게’로만 남고 싶진않다고 덧붙인다.
 
내적인 성장은 멈추지 않되 철들고 싶지 않다는 그녀. 먼 미래 머리하얀 극장할머니를 꿈꾸는 그녀. 하고 싶은 게 아직 너무나 많은 그녀 덕에 페인티드체어 그리고 인디케이즈를 찾는 이들의 감성은 언제나 신선해지고야 말게 된다.

 
유시윤 기자
【2012년 4월 16일 제30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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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3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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