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카페- 추억, 꿈을 ‘그리다’
청명한 가을하늘을 벗 삼아 대연동 조각공원대로를 따라 걷다보면 차량정비소 뒤편에 자리 잡은 커피향 그윽한 ‘그리다’를 만날 수 있다. ‘그리다’... 읊조리고 있자면 외국어 같기도 한 이름이 매력적이다.
산책 후 한숨 쉬어갈 커피 한잔이 생각나던 차에 잘 됐다. 그런데 입구에 들어서니 여느 카페에서 볼 수 있는 유리문이 없다.
그 대신 눈을 편하게 하는 미니정원의 녹음이 우리를 맞아준다. 한눈에 봐도 공을 많이 들인 조경이지 싶다. 그 옆으로 샛노란 파라솔이 꽂힌 나무테이블도 참 잘 어울린다. 꼭 깊은 산 속 리조트 같다.
손님들이 오순도순 담소를 나누는 소리에 카페는 활기에 차있었다. 그리고 카페이름답게 누군가 정성들여 그린 작품들이 전시되어있다. 갤러리인가. 카페인가. 작품을 살 수도 있는건가. 궁금하다.
“한 달에작가 한분을 섭외해 전시를 하고 있어요.매달 20여 작품들이 전시되죠. 물론 작품을 구입할 수도 있습니다. 이번 작가분은 좀 더 오래 전시할 예정인데요. 11월에는 일본모아 미술관과 함께 아동국제 미술대회 수상을 저희 카페에서 하기로 했어요. 또 12월에는 경성대 학생들 작품을 전시할 예정이기 하구요. 그래서 카페 그리다는 수시로 작품들이 바뀌어요. 꼭 새 옷을 입는 것처럼요.”
8년간 미술학원을 운영해온 대표 김미영씨의 경력덕분에 이런 기획이 가능했다며 웃으며 답한다. 지난 5월 카페를 열었지만 주말에는 여전히 2층 작업실에서 초, 중, 고생 아이들의 미술지도를 하고 있다고.
그래서 살펴보면 카페 곳곳에는 아이들이 만들고 그린 동심어린 작품들도 전시되어있다. 입구에 가꾸고 있는 정원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면적은 작지만 화분이랑 잔디를 관리하는게 까다로운 일이긴 해요. 그렇지만 저의 카페만의 매력이기도하고, 손님들이 좀 더 편한 마음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카페 한 켠에 마련된 플라워 룸에서 플라워 아트, 워드 아트, 염색 등 강사님들 초대해서 문화 강좌를 열 예정이에요. 다 지인들이 도움을 주셔서 가능한 일들이지요.” 당찬 포부답게 카페 그리다를 문화예술 공간으로 만들고자 김미영씨는 늘 분주하다.
새싹비빔밥+아메리카노 set?
카페에서는 보기힘든 이색메뉴 비빔밥이다. 그저 비빔밥을 워낙에 좋아해 하게 되었다고 웃으며 말하는 김미영씨지만 하루전에 예약해야 맛볼 수 있을 만큼 공을 들이는 메뉴다.
레드와인과 볶은 고기에 싱싱한 새싹을 공수한 뒤, 손님이 오시기 1시간 전에 밥을 지어 대접하기 때문에 예약이 필요한 것이다. 곧 있을 일본 미술관과의 행사와 유엔공원을 찾을 외국인 관광객을 위해서, 그리고 그리다를 찾을 손님들을 위해서 개시하게 되었다고.
준비가 까다롭고 카페에서 비빔밥을 찾을 손님이 있을까란 걱정이 앞섰지만 5개뿐이던 그릇이 이제는 30개까지 늘었다고 하니 그 반응이 예상외로 뜨거워 본인도 놀랍다고 한다. “카페 그리다는 말 그대로 그리다라는뜻이에요.
남편이 지어준 이름인데요. 카페에서 그림도 그리고, 추억도 되새겨보고 미래도 그려보는 곳이 되었으면 한다는 소박한 바램입니다. 아직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아 정돈할 것들이 많지만, 그리다를 도심속 리조트라 생각하시고 찾는 분들이 편히 휴양하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백가영 기자
[2011년 10월 7일 24호 1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