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면 예인이 있고,
온통 금빛으로 눈부신 요새가 있다.
반드시 ‘예인의 길’로 들어서야 한다.
자욱한 안개, 짙푸른 소나무
비가 씻어내린 상큼한 흙 내음이
폐부 깊숙이 스며든다.
자본이 덧입혀진 멋진 아트 빌리지가
턱턱 숨이 차오를 만큼 부러움을
자극할 즈음 중턱이다.
주인공의 요새에서 바라본 경관이
황금 빛에 반사돼 더욱 아름답다.
온통 금빛으로 눈부신 요새가 있다.
반드시 ‘예인의 길’로 들어서야 한다.
자욱한 안개, 짙푸른 소나무
비가 씻어내린 상큼한 흙 내음이
폐부 깊숙이 스며든다.
자본이 덧입혀진 멋진 아트 빌리지가
턱턱 숨이 차오를 만큼 부러움을
자극할 즈음 중턱이다.
주인공의 요새에서 바라본 경관이
황금 빛에 반사돼 더욱 아름답다.
산인요 갤러리 외관
부산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 통도IC를 빠져나와 통도사 옆길 양산시 하북면 예인길 47번지를 찍어가면 쉽게 찾을 수 있는 양산한송예술촌은 양산 울산 부산을 근거지로 활동하고 있는 문화예술인들의 작업공간이자 전시실, 생활공간으로 꾸며진 작가집성촌이다.
52명의 문화예술인들이 제각각 독특하고도 개성 넘치는 현대 건축물을 지어올려 자연의 수목과 함께 묘한 조화를 이루는, 다소 인위적이지만 아름다운 예술촌이 자리잡고 있다.
이곳은 바로 옆, 몇 년전에 조성된 한옥 퓨전문화공간 ‘스페이스나무’와 함께 최근 양산의 새로운 문화지대로 부상하고 있기도 하다.
그냥 버려두면 야산일 뿐이던 곳이 아름다운 빌리지로 탄생되기까지는 오랜 세월이 걸렸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순수 문화예술인들이 의기투합해 20년간 공들여 다듬어온 피땀어린 마을이다.
양산시 하북면 일대 산 좋고 물 좋은 자연속에 틀어박혀 창작활동을 해오던 예술인들이 한 곳에 모여 창작활동을 하자는데 의기투합했고, 예술촌 설립을 위한 비영리법인을 만들었으며, 십시일반 투자해 땅을 사들이고 치밀하게 계획하고 지자체의 협조를 끌어냈다.
이렇게 국시비 등으로 조성된 5만3천여평의 한송예술촌이 오늘의 모습을 갖추기 까지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아직 완공단계는 아니지만 계속해서 완성도를 높여가며 안팎으로 체계적 운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곳 한송예술촌에는 도자기, 목공, 음악등 다양한 문화예술인 52세대가 자리잡고 있는데 이중 독특한 금도자기 작품 체험전시관이 볼만하다. 마치 좌우 산자락을 병풍처럼 휘감고 둥지를 튼 냥 예술촌 입구에서 제법 위쪽에 자리잡아 전망도 더없이 아름다운 금도자 갤러리 ‘산인요/산인요 갤러리’(대표 이덕규)는 한송예술촌의 대표적 아트갤러리다.
산인요 이덕규 대표
초창기 한송예술촌 조성에 발벗고 나섰던 사람 중 한 사람인 이덕규 작가의 갤러리다. 주말과 휴일을 제외하고 평일에 방문 할 시에는 반드시 사전에 연락을 해야한다. 평소 작가는 별도의 작업공간(산인요)에서 수행하듯 틀어박혀 작품활동에 매진하기 때문에 약속없이 찾았다가는 귀한 작품 관람(산인갤러리)의 기회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인요’와 이덕규 작가, ‘산인요 갤러리’와 ‘황금 찻잔’이 알음알음 유명세를 타면서 전국 각지에서 몰려드는 사람들 때문에 요즘은 평일에도 비울 수 없을 정도. 그런 작가를 배려해서 매주 화요일 대학교수인 아내(박희숙씨)가 수업 없는 날 당번?을 선다.
독특한 인테리어로 꾸며진 산인요는 1층 전체가 전시관이다.
산인요 갤러리 1층 전시실
동서로 마주보는 벽면이 훤하게 탁 트인 갤러리에서, 먼 능선을 바라보는 경관은 한폭의 그림이다. 온통 금빛 찬란한 도자전시관은 평소 시중에서 만나보지 못한 희귀작품들이 즐비하다. 황금요새? 에서만 관람할 수 있는 특권이다. 가격도 천차만별.
천상 예술가인 작가는 이재엔 밝지 못하다. 선뜻구매하고 싶어하는 관람객들이 가격을 물을라치면 부끄러운듯 주저하기 바쁘다. 하기야 혼신을 깃들여 빚은 작품 하나하나를 가격으로 책정한다는 건 옛날같으면 양반스럽지? 못한 일이기도 할 터.
국내는 물론 숱한 해외전에서 완판, 찬사가 빗발치고 웬만한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을 정도로 그의 작품은 알아주지만 생활다기를 지향하는 만큼 가격대는 착하다.
비싼 황금을 녹여 잔을 만든 원재료에 예술성을 놓고봐도 그의 작품은 명품이다. 소장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고, 명품 도자기를 관람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호사를 누리는 기분인 것은 황금이 주는 풍요로움과 가치 때문이리라.
산인요 이덕규 대표는 동아대학교 예술대학 응용미술학과 졸업 후 동대학원에서도자를 전공했다.
“처음 미대에 다닐 때에는 목공예에 관심이 많았는데 언젠가부터 도자기에 관심을 갖게 됐지요. 나무, 실, 금속은 있는 재료를 갖고 만드는 것이지만 흙으로 빚어내는 예술세계는 물성의 변화를 주어 무형에서 유형의 무한한 창조물을 만들어내 매력을 느끼게 됐습니다.”
그동안 작품활동 틈틈이 대학강단에서 후학을 지도하다가 20여 년 전부터 작품활동에만 매진했다. 처음부터 황금잔을 만들진 않았다. 젊은 시절, 그도 오브제 작업을 했다. 그러나 지속가능한 먹거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부산 남천동시대를 청산하고 경남 양산 산기슭에 둥지를 옮겼다.
이곳 하북면 언저리에 처음 들어와 작품활동을 하면서 부가가치가 높은 찻 잔과 다기제작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자완다기에 매료돼 독특한 찻잔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5년 여 전. 오브제 작업을 하다가 남은 황금을 개인용 찻잔에 금을 입혀 재미삼아 구워내봤다.
“정말 시행착오가 많았습니다. 두껍게 입혀도 문제였고, 얇게 입혀도 실패였지요. 금을 액상화시켜 금박을 입히는 두께정도가 성공과 실패의 관건인데 로에서 다시 구워 냈을 때 도자기와 금이 마치 하나인듯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매끄럽게 떨어져야 합니다. 흙에 금을 붙일 때 본드 역할을 하는 송진을 사용하는데 구울 때 열에 날아가서 금만 남게 되는 전통기법을 사용합니다.”
영국에서 금을 대량 수입해 작업을 한다는 이 대표는 “금을 적게 보유하면 작업이 제대로 안돼 최소한 한번 구입할 때마다 3천만원 이상 구입해서 편하게 작업하는 편”이라고 말한다. 재료가 적으면 ‘실패하면 안된다’는 생각 때문에 조급해지고 마음이 편치 못해 작업이 잘 안되기 때문이라고. 그도 그럴것이 한번 작업했던 금은 분리작업하지 않고 대부분 폐기 처분하는 편이라고.
창작 오방색 황금자완·오채다완 독보적 도자세계
국내외 초대전 호평…전통기법 도자 실용성 추구
국내외 초대전 호평…전통기법 도자 실용성 추구
그의 작품세계는 진화하는 작품, 그는 진보하는 작가다. 잠시도 현재에 머물러있지 않다. 항상 새로운 작품을 연구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냈다. 끊임없는 시행착오 끝에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나갔고, 1년 전부터는 ‘오채다완’을 창작했다. 마치 칠보다완 같은 느낌이다.
국내에서도 몇 되지 않는 황금도자 작가로 인정받고 있는 이 대표는 오방색 황금자완, 이라보 황금찻잔, 오채다완은 독보적이다. 실용성을 더한 오방색 황금 커피잔 세트도 요즘 인기다.
그동안 개인전 7회, 국내외 회원전 200여회, 호주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컨벤션홀 전시, 북유럽수교 50주년 기념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순회전, 울산현대갤러리 초대전 등. 국내외전시에서 호평을 받은 그의 작품은 한 지역 전시회에서는 완판의 기염을 토했다.
“평균 3~4년에 한 번꼴로 개인전을 열어 왔는데 그동안 작품을 추려 기회가 되면 특별전을 갖거나 아직 변변한 도록집이 없는데 작품도록집 발간이 계획이자 소박한 꿈이네요.”
아직은 두루두루 좋은 사람들과 어울려 음식과 술을 나누는 게 좋다는 이 대표. 이따금 찾는 도시의 지인들과 가마의 숯이 식어가는 동안 별빛을 안주삼아 잔을 기울이는 쏠쏠한 재미와 운치를 느끼며 작품활동에 매진하고 싶다고 말한다.
유순희 기자
[2016년 5월 25일 제76호 1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