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명백백공주의 니멋대로 내맛대로
일요일 오전 최고시청률을 자랑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중 하나는 바로 ‘동물농장’. 반려동물들의 즐거운 이야기들은 물론이고 가슴 아픈 이야기들이 펼쳐지면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 중 동물학대와 더불어 버려진 유기동물의 이야기들은 언제 봐도 가슴이 먹먹해지고 분노스럽고 안타깝기도 하다가 결국은 눈물마저 짓게 한다. 하지만 우리들 중 유기동물보호소를 직접 가본 사람은 얼마나 될까?
유기동물보호소는 위탁보호소와 사설 보호소로 나뉜다. 위탁보호소는 지자체에서 공식적으로 발생해서 신고 되는 유기동물들을 보호하기 위해 지정한 보호소인데, 이런 위탁보호소에는 한 마리당 10만원 정도의 보호비용을 지자체에서 지원한다. 우리 세금으로 말이다. 유기동물이 보호소에 들어가면 주인을 찾는 공고기간이 10일 주어지고 그 기간 동안 주인이 찾지 않을 경우 입양을 갈 수 있다. 물론 입양은 소수일 뿐, 선택받지 못해 버려진 동물들이 또다시 버려져 그 말로는 거의 죽음으로 간다. 게다가 10일 보호기간 동안 위탁 유기동물보호소의 상황이 그다지 좋지는 않아 많은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위탁보호소에 대해 불신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런 반면, 사설유기동물보호소는 개인이 동물이 좋아서 유기동물을 기르기 시작하다가 보호하는 동물이 많아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동물에게 지극정성으로 대하고 안락사도 없고 아프면 치료하고 미용도 시키는 등 많은 정성을 쏟는 곳이다 보니 동물을 사랑하는 이들의 여러 지원은 물론이고 봉사활동도 정기적으로 일어난다.
필자도 사설보호소로 봉사를 다닌 지가 벌써 10년이 가까워온다. 유기동물보호소 봉사를 가고 싶어도 어떻게 가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부산의 경우 부산의 동물보호단체에서 매달 정기적으로 봉사를 가기 때문에 그 때 신청해서 따라가면 쉽다. 부산의 대표적인 동물단체인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www.animallife.or.kr)에서는 매달 둘째주 토요일에 봉사를 모집해서 간다. 보통 양산의 사랑이네, 언양의 보리네, 막둥이네 등 부산과 부산인근의 사설 유기동물보호소를 가는데, 보호소에서 키우는 동물의 이름을 따서 보호소 이름을 지은 것이 특이하다.
단체 봉사를 따라가면 봉사를 체계적으로 하므로 가서 무엇을 해야 할지 우왕좌왕하지 않아도 되고, 분담 받은 일의 조장을 따라서 하면 되기 때문에 더더욱 봉사에 적응하기가 쉽다. 특히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의 봉사는 청소년의 경우 봉사활동인증이 되므로 청소년들의 신청이 엄청나다고. 따로 네이버에 ‘청소년동학방’이라는 카페를 만들어 청소년들이 자발적으로 봉사를 다녀올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까지 운영 중이란다.
그러나 무턱대고 봉사신청을 하면 아웃될 수도 있다. 봉사보다는 잿밥에 관심있는 학생들은 눈여겨보다가 다음 봉사부터는 신청기회가 부여되지 않을 수도 있다. 아무튼 보호소를 가게 되면 가장 먼저 봉사자들을 맞이하는 것은 엄청난 수의 개들이 짖어대는 소리다. 낯선 이들의 방문에 놀라서 짖어대는 개들의 소리에 귀가 따가울 정도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동물들도 자신들을 도와주러 왔다는 걸 아는지 조용해진다.
초보봉사자는 단체봉사팀과 동행 “강추”
유기보호동물 대부분 입양 또는 안락사
보호소에 가면 그야말로 각양각색의 개들이 모여 있다. 소형견종부터 대형견종까지... 필자가 간 양산 사랑이네에는 터줏대감인 롯트와일러가 있는데, 봉사자들 사이에서도 유명하다. 생긴 것하고는 달리 엄청난 순둥이. 양산 사랑이네에는 350여 마리의 개들과 20여 마리의 고양이들이 있다. 사랑이네는 보호소의 어머니로 불리는 배소장님이 유기동물이 안쓰러워 키우기 시작하다가 소문을 듣고 데려다주는 사람, 버리고 간 유기동물들이 이렇게 늘어나게 된 것이란다.
하루종일 혼자 동물들의 밥을 챙겨주고 대소변을 치우고 하느라 정신이 없다.돈도 바닥이 난 실정이고 몸도 아프지 않는 곳이 없지만 불쌍한 동물들을 위해 어떻게든 매일 일어난다고. 이렇게 유지해오고 있는 것은 바로 오랜 기간 지원을 해준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등 동물단체와 개인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
일단 봉사를 시작하기 위해 봉사전용옷을 갈아입으면 봉사는 미용조와 청소조, 산책조로 나뉜다. 털이 길어 엉망이 된 동물들을 무조건 빡빡이 미용시키는미용조, 각 견사를 돌며 밥그릇과 물그릇을 씻고 청소를 맡아하는 청소조, 케이지에 갇혀 제대로 밖을 볼 기회가 별로 없는 동물들을 위해 맘껏 산책을 시켜주는 산책조. 각 조별로 경험 많고 능숙한 조장의 지휘아래 봉사가 시작된다. 미용조는 갑옷 벗겨냈다며 깎아 낸 털을 자랑하고, 청소조는 연신 견사안의 신문지를 갈아 까느라 분주하다. 산책조는 신난 개들에게 오히려 끌려 다니는 봉사자들을 보면서 서로 웃고 난리법석이다. 힘든 일 이지만 유쾌하다.
어느 새 점심시간. 점심메뉴는 보통 김밥과 컵라면이나 근처 중국집의 자장면이나 짬뽕, 도시락을 사오는 이들도 있다. 환경보호를 위해 개인컵은 필수다. 오전의 봉사동안 있었던 일을 얘기하며 맛있는 점심시간을 갖는다. 그래도 사랑이네는 점심 먹을 컨테이너 실내공간이있어서 다행인데, 어느 다른 보호소를 갔을 때는 도로가 옆 인도에 주저앉아 밥을 먹은 적도 있다.
양산 사랑이네의 오후 봉사는 오전의 임무 그대로 이어졌다. 사실 저질체력인데다가 제대로 된 기술도 없는 필자는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심부름을 도맡았다. 미용조 옆에서 깎여져 나온 털들을 쓰레기봉투에 쓸어 담고, 미용 중 놀래서 대변을 보는 애들을 닦고. 청소조에게 새로운 뽀송뽀송한 신문지를 대령하고, 청소도구를 이리저리 옮겨주기도 하고. 산책조에게는 목줄을 챙겨주고 때때로 같이 끌려 다니기도 했다.
동물보호소 봉사를 떠올리면 보통 동물들과 놀아주는 걸 생각하고 오는 봉사자들이 많은데, 사실 노동 강도가 좀 센 봉사라 한번 오고 안 오는 봉사자들도 많단다. 가끔씩 유기동물보호소 집지어주는 봉사도 있는데, 그 때는 그야말로 완전 막노동판이라고. 남자가 귀한 탓에 여자들이 모두 나서 지붕도 얹어 가며 할건 다한단다.
사실 이런 유기동물보호소 봉사는 보통 사명감이 아니면 하기 힘들다. 노동강도도 그렇지만 불쌍한 유기동물들을 떼놓고 집에 올 때는 우울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지속성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꽤 된단다. 하지만 그래도 꾸준히 이 봉사를 하는 봉사자들의 말을 빌자면 한달에 한번이라도 사람의 손길을 그리워하는 유기동물들의 기뻐하는 그 눈동자와 기쁜 몸짓 때문이다.
봉사자 중에 한 사람이 입양이라도 할라치면 완전 잔치집 분위기다. 만약 동물을 키우고 싶다면 사지말고 입양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런 봉사단체는 소외된 동물을 사랑하고 생명을 사랑하는 이들이 모인 곳이다. 사람보다 동물을 더 챙기는 게 아니냐는 억울한 비난도 받지만 이들은 ‘모든 생명은 소중하고 존중받을 권리가 있는것’이라고 말한다.
도움 =부산 동물 학대 방지 연합 www.animalife.or.kr
김애라기자
[2015년 4월 24일 제63호 1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