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명백백 공주의 니멋대로 내맛대로>
요즘 동부산관광단지로 인해 부산의 핫한 곳으로 떠오른 기장. 그 바닷가 쪽으로 공수마을이라고 있다. 용궁사 못미쳐 송정이라고도 불릴 정도로 기장초입부에 위치해 있는 곳이다.
이 공수마을을 들어서면 3층짜리 현대식 건물이 보인다. 바닷가 카페다. 외관상 다른 카페랑 별달라 보이지는 않지만 이곳에는 이 카페만의 특별함이 있다. 이곳으로 이사오기 전 경성대앞에서도 꽤 유명세를 탔던 곳. 바로 고양이가 있는 특별한 매력의 카페 ‘시나몬트리’다.
시나몬트리로 들어가보기 전 그 앞의 바닷가 풍경을 한번 보기를 바란다. 탁트인 바다가 반겨주는데, 참으로 아름답기 그지없다. 가슴이 뻥 뚫린다. 올망졸망한 어선들을 보노라면 정겹기까지 하다. 물론 낮에 가야 시나몬트리의 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는 건 두 번 쓰면 손 아픈 일이다.
그림같은 바다를 구경하고 나면 본격적으로 안으로 들어가볼 차례. 넓은 카페내부는 심플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이 나는 베이지톤이다. 물론 밤에 방문하면 더 그렇게 보일 수도 있지만. 우아한 여성의 느낌이 물씬 나는 그곳에서 눈에 띄는 건 고양이소품들. 주인장의 고양이사랑을 한눈에 알 수 있다. 구석의 단체석을 비롯해 책들도 많이 진열되어있어 푸른 바다와 향기로운 커피, 재미있는 책, 아름다운 고양이와 함께 오후의 여유를 즐겨볼 만하다.
일단 카페다보니 커피종류와 케익은 기본이다. 아메리카노부터 에스프레소, 더치커피, 각종 라떼와 과일차까지 없는 게 없다. 가격은 4천5백원~8천원선. 브리오슈요커트 아이스크림도 마니아가 많다고 하는데, 가격도 착하다. 만원.
그리고 늦게 일어나 아점으로 먹을 수 있는 브런치도 여기서 즐길 수 있다. 수제함박스테이크가 인기다. 만9천원. 필자는 저녁 대신 하드롤 스프를 먹었는데, 동그란 빵 안에 들어가있는 수프가 신기하기도 하고 다먹고나면 빵을 또 뜯어먹을 수 있어 일석이조. 스프만으로도 적당히 배부르다.
커피와 함께 케익을 먹고 싶다면 카운터 옆의 진열장에서 원하는 케익을 고르면 된다. 주인장이 직접 구워내는 것이니 뭘 먹든 맛나다. 치즈케익이 인기. 배를 채웠다면 이제는 2층으로 올라가 보자. 바야흐로 고양이를 구경할 시간이다. 2층에는 따로 좌석이 마련되어 있어 1층에 좌석이 없다면 여기서 바다를 바라보면 차를 마실 수도 있다. 그 옆으로 몇 걸음만 가면 큰 창 하나가 가득 차지를 하고 있다.
수제 함박, 하드롤 스프, 달콤한 케익이 있는 곳
올망졸망 어선들 수채화 같은 바다 풍경도 한눈에
바로 그 안에 여러 마리의 고양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다니고 밥을 먹고 널부러져 카페집 고양이답게 식빵을 굽고 있기도 하다. (식빵을 굽는다는 건 고양이계의 언어로, 고양이가 앞발을 접고 웅크려있는 모습을 의미한다) 특히 창가에서 기장 바닷가의 아름다운 풍광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고양이의 모습은 그 자체로도 예술작품 같다.
게다가 이 고양이방의 인테리어도 예사롭지가 않다. 물론 창밖에서만 볼 수 있어 안쪽 문 뒤의 상황은 모르지만 넓은 공간에 바닥의 카펫에서부터 이층 계단에다가 캣타워 등등 없는 게 없는 고양이들의 호텔이다. 심지어 에어컨도 달려있다. 그런데 어쩌다 여기는 이렇게 고양이가 많게 됐을까?
카페마스터는 동물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분이다. 시나몬트리의 고양이 대부분은 여기저기 다쳐서 여러 사람들이 구조한 길고양이들이다. 이런저런 경로를 거쳐 연락도 오고 또 안타까운 사연을 보고 데려오기도 하고. 암튼 그래서 여기는 주인에게 버려졌거나 길에서 태어나 학대를 당했거나 다쳐서 길위에서 잔인한 시간을 보내었거나 등등 각각의 사연을 가진 고양이들이 모여서 이제는 평생을 쉬어갈 따뜻하고 조용하고 안심할 수 있는 그들만의 안식처로삼고 있는 곳이다. 그래서 이 곳 고양이들은 종종 누가 키우고 싶다고 하더라도 입양을 보내지 않는다. 카페마스터가 평생을 끼고 살 참이다.
사실 방문한 날도 카페마스터는 원래 서울에 갈 약속이 있었단다. 서울의 불쌍한 개 관련 일이라고 하는데. 부산캣맘캣대디 연대의 일원으로 이 날 방문한다고 미리 예고를 한 탓에 서울일정을 미루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 뒤로 시나몬트리에는 개가한 마리 늘었을까?
아, 그리고 입구에 보면 옷이나 구두, 악세사리, 사료 등이 진열되어있는 곳이 있다. 고양이들을 먹이자니 사료도 팔고 벼룩시장도 열어 필요한 사람들은 사가지고 간단다. 좋은 물건들이 많아서 제법 인기가 좋다.
고양이는 ‘요물’이라는 잘못된 편견으로 길위에 버려져 학대를 당하기 일쑤고 사람에 의해 이리저리 쫓겨다니며 힘든 삶을 이어가고 있다. 오죽하면 원래 수명 20년이라지만 길 위의 고양이들은 3년이 평균수명이라고 할까. 길 위의 삶도 녹록치 않은데, 이제는 나비탕이라고 해서 길고양이를 잡아 탕제원에 파는 범죄의 대상이 되기도 하니. 길고양이는 길고양이대로 온 힘을 다해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뿐인데, 사람이 참으로 잔인하다.
자, 지금 자신의 삶에 지쳐있는가. 그렇다면 시나몬트리를 한번 방문해보자. 거기에는 맛있는 커피와 케익이 있고, 속이 확트이는 바다가 있고. 그리고 매력적인 눈빛을 지닌 아름다운 고양이들이 있으니까. 그외에 무얼 더 바라겠는가.
김애라기자
[2015년 2월 27일 제61호 1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