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열 번 째 한일차문화교류회가 펼쳐졌다. 16일 오후 1시 30분~오후 5시까지 부산외국어대학교 덕심암에서 진행된 이날 행사는 설담 차문화원(원장 전미애)가 주관하고 사단법인 부산한일문화교류협회(회장 손동주) 주최, 한일꽃문화회(회장 이재영) 후원으로 이루어졌다.
한옥셋트장을 옮겨놓은 듯 단아한 전통다실 공간에 50여명 안팎의 절제된 인원은 이날 숨을 죽이며 한&일 차예법을 지켜봤다. 이날 선보인 한국의 차는 ‘선비다례’. 시연을 통해 드라마틱하게 연출했고, 일본측은 우라센케 말차를 선보였다.
일본 우라센케 전통다례
한국측 선비다례는 설담차문화원 전미애 원장팀(팽주 조선주, 봉차자 신영자, 손님 김정숙)이 선보였고, 일필휘지 선비의묵필이 힘있게 전지에서 살아나기 까지 김남순 부산대학교 국악과 교수가 황병기 작곡가의 가을을 가야금으로 멋지게 연주해 공간을 압도했다.
선비다례에 걸맞게 다화는 전통 창호지 옆으로 청청히 서있는 아름드리 소나무 분재로 대신하고 느린 듯 서서히 서막을 알리는 가야금소리가 붓을 잡은 선비를 몰입지경으로 인도했다. 10여분 시간이 흘렀을까.
‘채국동리화유견남산’(동쪽 울아티아래서 국화꽃을 따다가 유연히 남쪽산을 바라보네) 도연명의 9글자는 아득하던 가야금 소리가 숨가쁘리 만큼 절정으로 치달을 때 즈음 산을 이루듯 우뚝 솟았다.
마치 고고한 선비가 군자들의 이상향과도 같은 ‘남산’을 그리며 아득히 바라보는 듯한 모습을 상기시키는 싯구는 찻자리 벽을 장식하며 대미를 이루었다.
전통 선비다례 고증 첫 시연 등 日우라센케 와비차 시연도
설담차문화원 전미애 회장 주관 품격 높은 학술 찻자리 펴
이날 선비다례의 특징은 다석의 동작이 특별한 격식과 절차 없이 자연스러움에 몸을 맡기도록 한 것.
‘선비’는 고구려때 유교와 함께 시작되어 조선시대까지 그 사회의 가치를 실현시키는 지도자 계층. 인품과 학식을 갖춘 고고한 정신은 급하지 않은 한유(閑裕)함속에서 한층 높은 정신세계를 추구해 선비정신을 만들어내기도.
마찬가지로 ‘선비다도’ 또한 차를 가르치는 선생도 유파도 없었으며 어떤 격식이나 규칙에도 얽매이지 않았다. 다만 선비들의 여유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소박하지만 정성을 다한 정신은 새겨볼만하다.
이같은 선비의 고아한 풍취와 시, 서, 화, 음악, 청담을 즐겨온 선비문화를 선비다례로 연출한 이날 다례는 이번 한일교류차회의 백미라 할 수 있다.
한편 일본측은 단게 노리코 우라센케 준 교수일행이 우라센케 전통다법을 선보였다. 특수한 제다과정을 거쳐 만들어낸 말차를 선보였는데, 소박하고 검소하며 섬세하고 간결한 아름다움이 우리의 선비다례와 분위기가 비슷하다할만하다.
단게 노리코 교수가 선보인 다례는 농차를 내기전 ‘기타사가’라는 과자를 참석자 전원에게 돌려 차를 마시기 전에 먹도록하고, 접시에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정성스레 휴지와 주과자, 삼베행주를 담아 내었다.
농차는 3명이 한 잔을 나누어 먹는법을 시연토록했는데 첫 모금 째는 빈 입에 마시고, 두 모금 째는 맛을 음미하며, 세 모금 째는 몸이 느끼도록 한다. 특이한 것은 과자그릇은 사용하지 않고 휴지위에 얹어둔다.
일본에서 행해지고 있는 큰 규모의 다도회는 먼저 주빈을 정하고 5~6명 정도 다실에 둘러앉은 가운데 차와 히가시(마른과자)를 내놓고 주빈과의 인사를 시작으로 다도회가 시작된다고 단게 노리코 교수는 소개했다.
우라센케는 16세기 센리큐가 대성화한 ‘와비차’로 ‘생활의 미’를 강조하고 있는 다례. 400년이상 축적되어온 특유의 다법과 정신속에 지식과 지혜, 역사와 문화가 오롯이 담겨있는 대표적 일본다법이다.
유순희 기자
[2017년 11월 17일 제94호 2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