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고풍 소품들이 불러일으키는 향수
공간의 장점 최대한 살린 전시·공연들
디지털기기의 속도감과 편리함에 한껏 의존해 살면서도 느림과 옛 감성의 상징인 복고풍에끌리고 빠져드는 것은 또 무슨 역설일까? 시간이 거꾸로 흐른 듯 빈티지한 분위기 속에서 종종 열리는 미술전을 관람하고, 음악 공연도 즐길 수 있는데다가 작은 서점이기도 한 독특한 카페가 있다.
북구 백양대로 창조문화활력센터 1층에 위치한 복합문화예술공간이자 카페 ‘레트로 덕천’. 들어서자마자 눈에 띈 것은 ‘언제 적 것인가’ 싶은 분홍꽃무늬 커튼과 레이스 테이블보가 덮인 탁자, 한쪽 전시 공간에 뜬금없이 놓인 침대이다.
그 옆엔 막찍어도 인생사진이 나올 수 있을 것같은 작은 방이 있다. 다른 면에는 카펫을 깔아 미니 아트샵을 만들어 놓았는데 원피스를 걸어 놓아서 그런지 옛날 의상실을 떠오르게 하고, 커다란 탁자에는 독립출판물로만 구성된 책들이 전시, 판매되고 있다.
커피나 음료 등이 담겨 나오는 잔과 접시 또한 세련된 요즘 것들과는 사뭇 다르다. 카페 내에서 복고풍의 소품을 보는 재미도 재미지만 ‘문화복합공간’이라는 콘셉트에 걸맞게 수시로 전시와 공연이 이루어진다는 것도 놀랍다.
기자가 카페를 찾은 날도 ‘네가 서 있는 곳에’를 주제로 한 20대 어느 작가의 작은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레트로 덕천은 가게 상호 이름 이기도 하지만 작은 문화단체 이름이기도하다. “문화예술을 사랑하고 복고주의를 지향한다”는 미술 작가와 청년대표가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이들은 보다 많은 부산시민들이 부담 없이 다양한 예술을 접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공간을 찾다가 북구 창조문화활력센터 건물 1층에 입주하게 됐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아이씨밴드의 네금콘서트, 밴드산하의 어쿠스틱공연 등 음악공연 5차례, 오미솔 작가의 개인전 ‘모호함의 경계’, 이주영 작가의 개인전 ‘흔적, 해피엔딩을 꿈꾸다’ 등등의 전시들로 카페가 활기찼다.
독립출판물로 구성된 책들도 꾸준히 구입하는 마니아층이 있다. 수익성으로 보자면 운영이 녹록지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점차 나아지고 있고, 보람이 크다는 유 대표는 “동네에서 전시를 편하게 볼 수 있는 문턱 낮은 곳이 드문데, 북구에 이런 공간이 생기면서 계속 찾아오시는 분들이 있다”며 “활동 중인 현업 작가들에 비해 전시 공간이 부족한 현실 속에서 카페를 통해 시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점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공간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올해도 미술전시와 음악공연을 풍성하게 이어가겠다는 유 대표는 “질 좋은 제품을 쓰는 데도 커피 가격은 3천 원대로 저렴합니다. 오래된 소품들이 자아내는 향수 속에서 부담없이 오며가며 전시도 보고, 음악도 즐길 수 있는 카페로 오래 남고 싶습니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박정은 기자
[2019년 1월 23일 제108호 1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