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여간 국내외 고객들로 사랑을 받아온 부산 대표 맛집, 자연 한정식 전문점 ‘진미정’이 반찬전문점 ‘정성부엌(대표 정미희, 박주식)’으로 재탄생했다.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천연재료만을 고집, 신뢰받는 한식집으로 마니아층까지 형성하며 십수년간 한식문화를 선도하며 한정식의 품격을 드높여왔던 ‘진미정’이 골목상권으로 들어가 친서민 행보를 하게된 데는 시대변화와도 무관치 않다.
고급 맞선 요리집, 건강식 전문점, 접대용 고급음식점으로 사랑받아오던 ‘진미정’이 이웃집 ‘정성부엌’으로 탈바꿈한데는 김영란법이후 경영에 타격을 입으면서다. 수입도 수입이지만 만만찮은 임대료와 인건비, 재료비, 관리비 등 운영하면 할수록 적자만 쌓여가는 형국을 지켜만 보고 있을 수 없어 발빠른 선택을 했다.
올해초 바닷가 멋진 풍광을 덤으로 선사했던 광안리 시대를 접고, 부산 금정구 장전동 부산대학교 후문아래 전철방향 일방통행로로 자리를 옮겨 ‘정성부엌’ 간판을 달았다. 아직도 ‘진미정’예약손님이 전화를 종종 걸어온다는 정대표는 ‘한국의 문화가 깃든 한식당이 사라져 아쉽다’는 고객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만감이 교차한다고.
처음 이곳 장전동으로 옮겨 인근 래미안 아파트 상가 14평에서 4개월 워밍업을 거쳤다. 아무리 반찬가게라도 공간의 협소가 주는 불편함이 커 올 8월 다시 현재의 위치로 자리를 옮겨 4개월째 정성부엌은 뜨거운 불을 지피고 있는 중이다. 그사이 알음알음 이웃 주민들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반찬가게는 문성성시다.
우리집 근처에 고급음식점의 풍미가 깃든 요리와 반찬을 언제든 손쉽게 구입해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반찬만들 시간조차 부족한 30~40대 워킹맘과 사먹는게 훨씬 경제적인 혼족들의 입맛을 금새 사로잡아 몇 개월도 안돼 고정고객은 1천700여명에 이를 정도다. 게다가 ‘정성부엌’은 가격이 저렴하다.
골목상권으로 들어간 만큼 친서민적인 착한가격으로 고객들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정갈하고 맛난 음식이 가격마저 부담스럽지 않자, 주민들에게 사랑을 받기 시작한것. ‘정성부엌’은 오며가며 지나가는 누구나 손쉽게 들어설 수 있도록 매장을 밖에서 훤히 들여다 보이도록 설계했고, 한끼 식사정도 앉아서 먹고갈 수 있는 카페식 공간도 만들었다.
일종의 반찬카페같은 새로운 트랜드의 시도다. 고급진 반찬과 요리들이 테이크 아웃할 수 있도록 포장 진열돼있고, 한 켠에서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오뎅과 떡볶이도 사먹을 수 있도록 만들어 주변 학원생과 직장인들이 허기진 배를 채울 수도 있도록 했다.
광안리 ‘진미정’의 명성 장전동에서 이어가
고정 주문배달로 안정적 회원확보 계획
정미희 대표는 “한식요리집을 할 때는 규모가 커서 인력관리나 조리 등 여러 가지로 힘들었다면 반찬가게는 생각보다 잔손이 많이 가고 하루종일 쉴틈없이 고객을 응대해야 하는 점이 다른 것 같다”며 웬만큼 시행착오를 거쳤고, 음식에 관한한 알만큼 안다고 생각했는데, 반찬가게 나름 많은 연구가 필요한 만만찮은 일임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음식과 조리를 모르는 사람들이 투자만 하고 사업차원에서 쉽게 덤볐다가는 안될 일이 반찬가게 같단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며 정성부엌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는 정대표 부부는 주방 책임자로 조리와 장을 직접 총괄하고, 고객관리와 매장관리, 경리 등 경영적인 부분은 남편인 박대표가 총괄하는 구조로 현재 7명이 정성스런 반찬만들기에 올인하고 있다.
“반찬가게라 해서 반찬만 진열하는 공간만 필요한게 아니라 보이지 않는 필요공간이 너무 많더라구요. 저희같은 경우는 매장 40평에 지하에 냉장냉동고와 재료진열대, 용기비치 등 사무실을 갖춘 40평 공간을 포함 연건평 80평 공간을 사용하고 있는데, 인테리어와 설비작업에 적잖이 투자를 했기에 앞으로 성공적으로 운영해야할 숙제도 많아요.”
아직은 SNS가 서툴지만 블로그를 통해 기존 고객을 관리하고 정성부엌의 소식을 알리고 있는 수준. 앞으로는 회원제를 통해 계획, 조리, 생산, 납품으로 보다 가깝게 고객들에게 다가가고 싶다는 정성부엌은 안정적인 회원확보를 위해 모객 방안을 고민중이다.
“맛과 정직한 재료로 믿음을 얻고 더불어 고객과 소통하고 싶다”는 정대표는 고객들의 피드백을 적극 활용, 새로운 아이템을 개발하고 보다 체계적인 고객관리로 신뢰를 얻고싶다고 말한다. “한정식 요리전문점의 음식과 반찬전문점의 음식은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저희 역시 시행착오를 겪었고요. 전채요리로 나오는 한정식 요리는 바로바로 먹게되니 슴슴해야 하고 맛과 모양과 메뉴의 창의력이 필요하지만 반찬전문점은 밥과 어울리는 반찬이 주력이고, 만들어 놓고 용기에 담아내는 만큼 시간이 지나면 양념이 흘러내려 겉과 안의 간이 차이가 날 수도 있어 간조절도 매우 민감해 표준 입맛과 간을 맞추는 게 매우 중요한 작업입니다.”
뿐만아니라 정대표는 반찬가게에서는 조리법 식재료 선택의 선정마저도 달라져야 한다고 귀띔했다. 손님이 얼마나 올지 예측할 수 없는 반찬가게에서 재료 장만과 준비는 매우 중요하다. 정성부엌 역시 비오는 날, 바람부는날, 날씨 상황에 따라 변수가 크고 공휴일 기념일 등 쉬는 날에도 차질이 있어 고정 고객과 소비확보를 위해 회원제 운영과 배달체계 구축은 필요한 과제라고 말한다.
“앞으로 바쁜 직장인들이 건강을 챙길수 있는 샐러드바 운영에 좀 더 신경쓰고, 음료와 죽 등 오트밀같은 마시는 죽을 개발할 예정”이라는 정대표. “정직한 재료와 정갈한 반찬, 맛과 정성으로 신뢰를 받는 반찬전문점으로 정성부엌을 지키고 싶다”고 덧붙였다.
유순희 기자
[2018년 11월 19일 제106호 2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