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자와 함께하는 예술산책’, ‘하이쿠로 만나는 일본의 미학’, ‘1980년대 민중미술과 비판적리얼리즘’...얼핏 어렵고 문턱이 높아 보이는 이런 강의들을 부담없이 들을 수 있는 동네 문화공간이 있다.
지하철 1호선 교대역 5번 출구에서 동래 방향으로 30미터 정도만 걸어가면 만날 수 있는 ‘시네바움’. 하얀 나뭇가지들이 검정처마를 향해 뻗어있는 문을 열고 아래로 내려가면 소극장에 온 듯한 느낌으로 강연을 들을 수 있는 아담한 장소가 나온다.
마침 시네바움을 찾은 날 강의 주제는 “맹자와 중용에서의 ‘중’의 의미”. 어떤 하나의 주제에 대해 공동의 관심을 가진 불특정 소수의 사람들이 시간에 맞춰 하나, 둘 찾아들고 배정선 대표가 이들을 살뜰하게 맞이한다.
이곳에서는 어른 1만원, 학생 5천원의 수강료를 내면 음료와 함께 강연을 들을 수 있고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강연이 펼쳐진다. 지난해 교직에서 퇴임한 배 대표는 “학교에 오랫동안 근무하다 보니까 책을 집중적으로 읽을 시간이 부족해 강의 듣는 것은 좋아하는데, 들으면서 배우고 또 책 소개를 받아 읽게 되는 것이 참 좋다”고 말한다.
이미 많은 전시 경험을 가진 사진작가이기도 한 그가 “친하게 지내는 후배와 음악을 들으러 이 건물의 무지크바움에 왔다가 지하 공간이 비게 된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됐고 아카데미 공간을 워낙 좋아하다보니 바로 하겠다고 결정한 것”이 시네바움의 탄생 배경이다.
이곳의 수업을 월, 화요일에 배치한 것은 다른 강의공간에서 수, 목요일에 수업을 많이 하니 겹치지 않게 하기위한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배 대표는 월, 화요일을 제외한 나머지 요일을 활용해 다른 곳에서 이뤄지는 여러 강좌들을 챙겨듣고 있다.
그는 연구공간 수이제, 백년어서원 등 여러 인문학 연구공간에서 꾸준히 활동을 하면서 인연이 늘어났고 필요한 강사를 섭외하면 다들 흔쾌히 응해준다고 한다. 문을 연지 아직 3년이 채 되지 않은 시네바움의 운영에 대해서는 “아직은 힘들다는 생각보다 그저 재밌을 뿐”이라며 웃는다.
그는 또한 점점 고정 멤버가 늘어나고 새로운 사람들이 찾아주고 본인 역시 들으면서 다양한 분야에 대한 공부를 하는 것에 큰 보람을 느끼는 중이다. 시네바움의 강좌는 영화, 철학, 음악, 미술, 문학, 역사 등 학문과 예술의 전 분야를 아우른다.
원하고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찾아와 강의를 듣고 나면, 강사와 가까이 호흡하면서 배우고 소통하는 이곳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을 듯하다. “내가 부족해서 내가 공부하며 더불어 나아가는 공간”이고 “날마다 공부하지 않으면 좋은 아이템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배 대표의 열정도 뜨겁다.
겨울바다 갈매기 모이주기를 22년째 꾸준히 하고 있는 것처럼 오래오래 이 공간 을 이어 가고 싶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시네바움에서 진행되는 강의는 그달그달 엽서로 제작돼 배 대표가 직접 홍보와 배부를 하고 있으며 그 외 블로그나 각종 인터넷 언론을 통해서도 알려지고 있다.
시야를 넓히고 배움의 깊이를 더하고 싶은 이들이라면 누구든 찾아와서 이 공간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연제구 중앙대로 1225 시네바움 (010-2774-3455)
박정은 기자
[2018년 8월 24일 제103호 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