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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할수 없다면 ‘펫시터’에 맡기세요

 
출장 · 여행 · 귀성길 ‥ 반려동물 걱정 “뚝”

부산 남구 대연동의 주택가에서 여동생, 남동생과 함께 살고 있는 강옥경 씨. 더 정확히 말하자면, 강옥경 씨는 현재 친동생들, 그리고 열여섯 마리의 개들과 함께 지내고있다.
 
나이도 성격도 모두 제각각인 개들을 돌보느라 강옥경씨 가족의 하루는 언제나 바쁘다. 사료와 간식, 배변을 챙기는 것은 물론, 열여섯 마리의 아이들이 서로 예뻐해 달라 난리인 데다 워낙 그 수가 많다보니 작은 사건들이 끊이질 않는다.

하지만 이 열여섯 마리의 개들 중 실제로 강옥경 씨 가족이 주인인 개는 아홉 마리. 나머지 일곱 마리는 실제 주인들의 사정으로 강씨 가족에게 맡겨진 애견들이다.
 
이른바 ‘펫시터’라 불리는 강씨네 가족. “아기를 잠시 돌봐주는 일을 ‘베이비시터’라고 하잖아요, 애완동물을 기르는 사람들 사이에선 애완동물을 돌봐주는 일을 ‘펫시터’라고 해요. 출장이나 여행 등 집을 오랫동안 비워야 할 땐 아이들을 데려갈 수도 두고 갈 수도 없는데 저희 같은 사람들이 맡아주는 거죠.” 가까운 일본의 경우, 우리보다 일찍 반려동물 문화가 발달해 이미 펫시터는 물론 펫호텔, 펫보육원 등이 보편화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미흡한 것이 현실. 펫시터만 하더라도 일본이나 다른 외국에선 일정 기간교육을 받아야 자격이 주어지는 등 어느 정도 전문화되어 있지만 우리나라에선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일대일 접촉을 통해 구해지고 있다.
 
강사모, 괴수고양이, 냥이네 등이 그 대표적인 카페들이다. “펫 호텔이나 동물병원 같은 경우엔 금액도 비쌀뿐더러, 아이들을 철장에 가둬서 밥만 주는 형태거든요. 부산엔 그마저도 제대로 된 시설을 갖춘 곳이 드물고요. 가족같은 아이를 떼어놓는 것도 마음 아픈데 그렇게 맡기고 싶어 하진 않죠. 함께 부대끼고 예뻐해 주는 사람에게 맡기고 싶은 건 당연할거예요.” 집을 비워야 하는 사정 외에도 반려견에게 ‘단체생활’ 을 경험하게 하려고 펫시터를 찾는 이들도 있다.
 
실제로 강씨네 집에 맡겨졌다 돌아간 개들 중에는 유별난 성격이 고쳐진 아이들이 많다고. “유독 응석이 심하다든가 화장실을 못 가리는 아이, 소심하거나 사료를 안 먹으려 하는 개들이 있어요. 그런 아이들이 다른 개들과 어울려 생활하는 동안 그런 성격들이 고쳐지는 경우가 있죠. 화장실을 못 가리던 개들은 다른 아이들을 따라 지정된 화장실을 가게 되고, 사료를 안 먹던 아이는 경쟁심에 사료를 먹게 되거든요.”
 
한편, 내 ‘아이’(애견)를 사랑으로 돌봐준다는 것은 정말 고마운 일이지만, 특정한 교육과정이나 수료과정 없이 일반인들끼리 애완동물을 맡고 맡기게 되므로 이들 사이에선 주의해야 할 사항들도 있다고.
 
애완동물을 맡겨놓고 연락을 끊어버리는 방식으로 애완동물을 버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오로지 돈을 목적으로 접근해 동물을 학대하거나 방치하는 일도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애견카페 등에서는, 되도록 애완동물을 길러본 경험이 많은 사람에게 맡길 것과, 쌍방에 신원확인을 마친 후 계약서를 작성할 것을 권하고 있다. 여기에는 위탁과 관련된 금액이나 특별한 상황에 대한 내용이 적힌다. 또한 펫시터를 구하는 과정에 있어서는 휴대전화 문자보다는 통화를 하고 직접 만나 계약서를 작성하고, 가족의 동의가 있었는지 등도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서로 믿지 못하면 이렇게 아이들을 맡고 맡기는 게 불가능하겠죠.
 
계약서도 신분증 확인도, 결국은 쌍방에 믿음이 필요하기 때문이예요. 하지만 그보다는 서로 불안하지 않도록 연락을 지속적으로 주고받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맡기신 분이 안심할 수 있도록 아이들 상태를 동영상으로 찍어 보내주기도 해요.” 사실 펫시터는 돈을 벌기 위한 일로는 보기 어렵다.
 
비용이라 해 봐야 사료와 간식 비용에서 조금 더 보태진 정도. 동물을 좋아하지 않고서는 결코 할 수 없는 일이다. 최소 비용만 받는다 생각하고 금액을 이야기했는데 그 금액에서 더 깎으려 한다거나 흥정을 하려는 사람을 보면 속상하다는 강씨.
 
온종일 개들을 돌보느라 정신이 없는데 펫시터를 해서 좋은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강씨는 ‘교감’이라고 답한다. “개들 마다 성격이 다 달라요. 그런 아이들을 두루 만나게 되는 것도 나름의 즐거움이죠.
 
어쨌든 ‘반려 동물’이니까, 이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얻게 되는 ‘반려’의 기쁨이 있어요. 개들도 다 감정이 있고 생각이 있거든요. 주인에게 돌려보내는 날이 다가오면 귀신같이 알고 현관 근처에서 주인을 기다리기도 해요.
 
임시 보호 중인 유기견의 경우엔 새 거처로 옮기기 전날 밥도 안 먹고 예민해져서 마음이 아플 때가 많고요. 길을 가다가도 주변에 개나 고양이가 보이면 한 번 더 쳐다보게 되죠. 사람이 더 따뜻하고 정겨워지는 것 같아요.
 
송나영 기자
[2011년 2월 18일 16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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