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05월 17일

레저/여행

유목민의 문화와 태고의 신비 품은 레닌봉 장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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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가족이 한 방에 모여 생활...농업과 목축업이 주력산업
파미르고원 등반시 '고소증', 사전에 물 많이 먹으면 도움


드디어 출발이다. 이른 아침부터 일행들이 분주하다. 이번 파미르 고원에서의 숙박은 모두 텐트에서 하는 탓에 베이스캠프에 머무는 동안 먹을 식량과 침구, 옷가지 따위로 짐이 많을 수밖에 없다. 커다란 카고 백 두 개에 식량을 나눠담고 개인용 방한복과 침낭 등은 배낭에 담아놓고 보니 일곱명 일행의 짐이 한 가득이다.
 
사실 이번 파미르여행은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세계의지붕. 그 장엄한 위엄을 지키기 위함인 듯 사람의 발길을 허락하는 시간이 일 년 중 7,8월 겨우 두 달. 그나마 8월말이 되면 눈폭풍이 시작되어 출입이 제한된다.

우리가 가고자 했던 서파미르는 미리 키르기스스탄이나 타지키스탄의 비자와 파미르 입산신고서를 발급받아야 통행이 가능하고, 그 마저도 현지 여행사의 대행을 통하지 않으면 쉽지 않은 터라 네 번의 시도 끝에 4년 만에 출발하게 된 것이다.
 
미지의 땅 파미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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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산악인이 오르는 히말라야와 달리 누구의 손길도 닿지 않은 미지의 땅 파미르Pamir는 옛 페르시아어로 ‘평평한 지붕’이라는 뜻이다. 파미르인들은 알렉산더 대왕이 B.C. 320년에 파미르지역까지 진출했을 때 함께 원정 온 사람들의 후손으로 타지크인들과는 생김새나 언어, 문화, 종교가 다른 민족이다.

파미르지방의 대부분은 타지키스탄 고르노바다흐샨Gorno-Badahkshan 자치주에 속하며 중심도시는 호로그Khorog다. 아프가니스탄의 국경을 접한 이곳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지역이라 타지키스탄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만 여행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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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목민의 문화가 강한 파미르인들은 온 가족이한 방에 모여 생활하는 전통이 있는데 이것은 겨울철 추운 날씨 탓이라고도 하지만, 미개한 민족이라고 하여 타지크인들로부터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기도 한다.

파미르민족은 산골짜기마다 마을을 형성하고 농업과 목축을 주산업으로 살아가고 있으며, 타지크국민 대다수가 이슬람수니파인데 반해 이슬람시아파의 한 분파인 이스마일교 Ismailis다.

현재 이들의 정신적인 지도자는 하버드대학 이슬람역사학과를 졸업한 스위스 출생의 아가칸Aga Khan 4세(1936~)로, 그는 1957년 할아버지 아가 칸 3세의 뒤를 이어 제49대 이맘Imam이 되었다. 그리고 막대한 재력을 바탕으로 아가 칸 개발네트워크(AKDN)를 설립해 자선사업가로서 이 지역의 대학과 많은 건물을 지었으며 전세계 35개국을 지원하는 등 폭넓은 활동을
펴고 있다.

특히 타지키스탄 내전 당시 파미르인이 반군세력을 지지하면서 정부로부터 탄압과 불이익을 받을 때 이들을 위해 자가용 비행기를 띄워 식량을 공급해주는 등 파미르지역의 사회, 경제, 의료를 비롯한 모든 분야를 지원함에 따라 그를 추종하는 파미르인의 믿음은 거의 절대적이며 살아있는 신으로 추앙하는 인물이다.

레저-1.JPG파미르는 지역적으로 중국 서부와 타지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 일부에 걸쳐 있으며, 중앙지역은 평탄한 고원을 이루지만 변두리로 가면서 지각운동으로 밀려서 고산이 만들어지고 빙하에 깎여 깊은 계곡이 형성되었다.
 
이 산계山系는 보통 3개의 그룹으로 나뉘는데 동파미르는 카슈가르 파미르라고 하며 중국령에 속해 있다. 이 지대는 기후가 한랭하고 건조하여 관목들을 제외하면 식물이 거의 자라지 못하는 사막 기후이나 파미르 최고봉인 콩구르(Kongur 7,719ㅡ)와 제 2위봉인 무즈타그아 타(Muztagh Ata 7,546m)가 카라쿨 호수(3,600m)를 사이에 두고 마주 서 있다.
 
중부 파미르는 평탄한 면이 아직 잘 남아 있어 엄격한 의미의 파미르고원이라 할 수있다. 주라 타지키스탄에 위치하는 서파미르는 레닌봉(Lenin Peak 7,134m) 등 여러산들이 총립하여 웅대한 모습을 보여준다.

레닌봉 등반 전초기지인 캠프1까지만 오르기로
그러나 나를 포함한 우리 일행은 전문산악인이 아닌지라 평균고도 6,000미터에 이르는 파미르 트레킹은 아무래도 고소증과 체력적인 부담 때문에 포기하고, 베이스캠프에 머물면서 옛 소련에서 세 번째로 높은 레닌봉을 오르는 전초기지인 캠프1(4,200m)까지만 오르기로 했다.
레닌봉은 타지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 사이 국경에 뻗어 있는 트랜스알라이 Trans-Alai 산맥의 최고봉으로, 1928년 쿄뮤니즘봉(1998년 이스모일소모니봉으로 개명)과 1943년 빅토리아봉(Victory Peak 7,439m)이 발견되기 전까지 소련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알려졌다.

1871년 러시아의 탐험가 페드첸코Fedchenko가 발견했으며 1934년 소련등반대에 의해서 첫 등정이 이루어졌다. 접근방법이 쉬운데다 간단한 루트로 인해 가장 인기 있는 코스로 오늘날 레닌에는 북면에 7개, 남면에 9개의 루트가 개척되어 있다.

타지키스탄에선 2006년에 11세기 이슬람 철학자의 이름을 따서 이븐시나Ibn Sinna봉으로 개명했지만, 키르기스스탄에선 레닌봉 그대로 부른다.

우리나라에선 1991년 8월 여성 1인을 포함한 4인이 첫 등정에 성공한 바 있다. 그리고 같은 해 산악인 김홍빈씨가 북미 최고봉인 매킨리봉(6,194m)을 단독 등반하던 중 해발 5,000미터 지점에서 추위에 맞서 싸우다 동상에 걸려 양손을 절단하는 불운을 겪었지만, 그가 다시 세계고봉 도전에 나서면서 2003년 정사에 오르기도 했다.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출발한 차량은 내리 8시간을 달려 키르기스스탄의 국경도시 오시에 도착했다. 7월의 뜨거운 태양과 사막기후의 건조함에다 에어컨 없는 우즈벡 차량을 이용해 장시간 이동하다보니 국경을 통과한 일행은 어느새 녹초가 되어버렸다. 오시는 파미르고원을 등반하는 출발점이 되는 도시로 매년 이맘때면 레닌봉을 오르려는 산악인들이 몰리는 곳이다.

오시에서 일박한 수 우리 일행을 태운 고물승합차는 파미르로 출발했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고소증. 이미 나는 쿠스코(Cusco 3,600m)와 티티카카 (Titicaca 3,812m) 호수 그리고 네팔 히말라야에서 고소증을 경험해본 적이 있어 불안감이 더했다.
 
히말라야에서는 5,200미터에서 쓰러지기도 했었다. 이것은 고도가 높아질수록 기압이 낮아지고 산소가 부족해지면서 뇌와 혈액에 공급되는 산소량이 부족해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심한 두통과 구토, 심하면 피를 쏟거나 실신을 하기도 하는데 딱히 처방이랄 것이 없다.

그저 증상이 심해지면 고도가 낮은 곳으로 내려오거나 아니면 몸이 적응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최대한 빨리 적응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물을 많이 먹는 것이 도움이 된다기에 출발할 때부터 일행들은 쉴 새 없이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유목민의 이동주택 유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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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만한 경사로를 계속 오르자 넓은 초원이 펼쳐지고 강줄기가 있는 곳엔 유르트라고 부르는 유목민의 텐트가 드문드문 보인다. 유르트yurt란 중앙아시아 유목민이 쓰는 이동주택으로, 원래 투르크족의 ‘고향’을 의미하는 단어에서 기원했다.
 
 
완만한 경사로를 계속 오르자 넓은 초원이 펼쳐지고 강줄기가 있는 곳엔 유르트라고 부르는 유목민의 텐트가 드문드문 보인다. 유르트yurt란 중앙아시아 유목민이 쓰는 이동주택으로, 원래 투르크족의 ‘고향’을 의미하는 단어에서 기원했다.
 
실제로는 거주지의 뜻을 내포하고 있어 다른 언어에선 텐트의 형태를 한 구조를 가리키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이것을 몽골과 파키스탄에선 게르라 부르고, 북아메리카에서는 티피, 투르크에서는 유르트, 카자흐에서는 키즈위, 키르기스에서는 보즈위라고 한다.
 
이 중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명칭은 유르트다. 유르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지붕 한 가운데 있는 바퀴모양의 고리다. 지붕의 뼈대를 이루는 나무들은 모두 이 고리에 연결되어 있다. 무겁고 튼튼한 고리 덕분에 유르트는 안정적으로 서 있게 된다.
 
고리에는 펠트가 덮여 있는데, 때로는 이것을 열어 놓고 환기도 시키고 날씨가 맑은 밤에는 별이 총총한 하늘을 감상하기도 한다. 키르기스스탄과 같은 지역에 가면 길을 따라 쭉 늘어서 있는 유르트를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그러한 유르트는 여행객이 현지음식을 맛볼 수 있는 간이식당이나 상점으로 사용된다.

또한 여름철 대표 관광지인 이식쿨issyk-kul이나 송쿨Song kul 호수 주변에 가면 이러한 유르트에 묵으면서 키르기스인의 전통생활을 체험할 수도 있다. 몽골에서는 여행객을 위해 유르트 내부에 두툼한이불과 장작난로를 갖추어 온기를 더하고, 샤워시설과 수세식 화장실까지 설치해 하룻밤 머무는 데 큰 불편함이 없다.
 
최근에는 서양 여러 나라에서도 유르트를 볼 수있는데, 일부 애호가들은 유르트가 환경에 미치는 폐해가 적고 실용적이라고 주장한다. 오늘날의 유르트는 대개 현대식으로 단열과 채광창 같은 고도의 기술과 고급소재로 제작하며 한곳에서 오랫동안 사용할 수있도록 만들어진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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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422일 제7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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