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04월 27일

레저/여행

니우에 아일랜드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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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우에는 일주일에 2번밖에 밖으로 나가는 비행기가 없다. 원래는 2번도 안되었으나 이것도 많이 나아진거다. 딱 2번 매주 월요일 금요일 비행기가 들어오고 들어온 비행기가 바로 사람을 실어나가는데 내가 나가기로 한 날짜가 다가오고 있었다. 나를 재워주고 먹여준 왓데와 제이니에게 너무 감사해 맨입으로 갈 수가 없어, 외국에서의 남은 나머지 동전과 지폐를 모두 챙겼다. 있는 동안 알게 된 건게 왓데와 제이니 둘다 니우에 사람이 아닌 통가사람이다. 각자 자신의 집안에서는 귀하게 자라고 배울만큼 배운 사람이다.

 니우에에는 학교가 딱 두 개 있는데 그 중 한 학교의 선생님인 것이다. 월급이 높은편에 속한다고 했는데, 무려 한화로 계산하면 300만원정도가 된다. 대부분을 자급자족으로 생활하는 이곳 수준을 생각하면 굉장한 월급인 것이다. 그런데 200만원정도는 가족들에게보낸다. 왓데의 월급도 마찬가지. 가족을 이렇게 끔찍하게 생각하고 아끼는 것이 바로 통가인 통가 문화인 것이다.

 통가는 물가가 낫은것도 아닌데 이들은 다들 풍족했다. 그 이유가 외국에서 자신들의 가족들이 벌어다 주는 외화도 그 요인에 포함된다고 했는데 제이니와 왓데의 가족들은 모르긴 몰라도 국가에서 꽤 사는 집안일 것 같았다. 자신을 낳아주고 길러준 부모에게 효도하는 마음.

이들의 가족사를 듣다가 월남전에 참전할 때 부둣가에 쓰러지던 어머니, 3년치 장작을 해놓고 나와도 그 장작을 떼면 내 몸이 상할까 3년뒤 돌아왔을 때 장작이 그대로 있던 어머니, 사업을 일으켜 불편하게 대중교통 타지마시고 회사의 직원을 기사로 붙여드리고 차를 사드려도 끝끝내 완강하게 거부하시던 어머니 그렇게 아들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고 노력하시며 평생을 헌신하며 살다가신 어머니가 생각나 같이 부둥켜 안고 울기도했다.

 이들에게 도움이 되어주고싶지만, 정말 돈이 없었다. 그렇게 남은 날짜에 더 허리띠를 졸라맬 생각을 하며 지금까지 국가에서 남은 잔돈들을 모두 모았다. 한국돈으로 약 20만원에 달하는 돈이 잔돈으로 모였고 그렇게 싸두고난 다음 이들이 챙겨주는 아침을 먹고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오늘은 빗줄기가 조금 더 두껍다. 왓데의 차를 타고 나왔는데 왓데의 차는 창문이 끝까지 안올라가기 때문에 정말 천천히 한쪽어깨가 축축히 젖어오는 것을 느끼며 운행할 수밖에 없었다. 날씨도 흐려 낮인데도 어두웠다.

오늘은 니우에의 교회 성가대를 보고 싶어서 가는길이었는데 교회에 도착해보니 아무도 없다. 분명 오늘은 성도들이 교회에 나오는 날이라고 아랫게 들었는데 아무도 없다니 이게 무슨 일일까, 돌아가는길 빗줄기는 조금 더굵다. 바람도 많이 불기 시작했다. 일단 창문이 완전히 안닫히는 차를 더 몰고 다니다가 차가 갑자기 멈추거나 하는 불상사가 생길까봐 집으로 방향을 돌리고 가는데 길가에 돌맹이가 많았다.

 움푹움푹 파져있는 웅덩이를 피하면서 그 돌맹이들도 피하느라 속도는 자연스레 더 늦어졌는데.. 응? 돌맹이가 움직인다. 몇 개를 지나쳐보니 돌맹이가 빨리 지나가는 것도 있다. 색깔도 푸르스름하다. 차에 있던 우산을 챙겨서 밖으로 나가보니 ‘게’다 몸은 파란빛이 돌고 두 개의 집게가 있다. 소라게가 밖으로 빠져나온 것 같이 생긴 모양새였는데, 왠만한 공격에 끄떡도 없을 것 같은 단단한 등은 사람의 가슴처럼 생겼고 그 밑에 팬티를 입은 것처럼 단단한 껍질이 엉덩이를 보호하고 있는 형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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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굴은 삼각형에 더듬이가 두 개 있었는데 내가 가까이 가도 떨어지는 비때문인지 나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한것 같았다. 신기한건 소라게처럼 앞으로 전진한다는 건데 지금 내 앞에 있는 요놈은 내 손바닥 만하다 이렇게 큰놈이라면 분명 집게로 무는 힘도 상당할터, 발로 살짝 등을 밟으니 갑자기 속력을 내며 앞으로 전력질주를 한다. 생각보다 굉장히 빨라서 놀래는 중인데, 마음이 급해나도 모르게 손으로 등을 잡았다.

그상태로 하트모양의 등의 양 끝을 잡았는데 다리를 높이 올려 잡은 손을 등과 다리사이에 찡기게 만들어 놓쳐버렸다. 생각보다 유연성까지 좋은 이놈에게 승부욕이 들기 시작했다. 들었다가 떨어뜨려서 놀랬는지 바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게를 한쪽 발로 지그시 눌러밟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든 후에 다른 한손으로 찡기지 않을 위치에 손가락을 이용해 잡아 올렸다. 코코넛크랩이 격렬하게 움직여도 껍질사이에 손가락이 찡기지 않은 덕분에 들고 차로 돌아오는데 어렵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어디다 담을지 생각을 안해봤다. 급한대로 조수석 바닥에 내려두었다. 음습한 곳을 찾는지 두리번 거리는 모습이 귀여워 보였다. 일단 태풍이 더 심해지기 전에 가야겠다는 생각에 다시 엑셀을 밟아가는데 2키로쯤 갔을까 또 돌맹이가 보이는 것이었다. 이번엔 요전번보다 조금 더 큰 것 같았다. 차에서 내려 가까이 가보니 아니나다를까 코코넛크랩이 천천히 차도를 건너가고 있었다. 내가 가는 진행방향 기준으로 오른쪽은 바다, 왼쪽은 언덕이다.

니우에는 산이라고 할 만큼 높은 산도 없다. 그래서 태풍이 몰아치면 섬 가운데까지 몰아치는 것이다. 이제는 방법을 알기 때문에 쉬웠다. 발로 엉덩이를 살짝눌러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엉덩이와 등껍질 사이를 잡아 등껍질과 다리사이 움직여도 손가락이 끼지 않는 위치에 집게처럼 손가락으로 잡아 포획했고 그렇게 집에 도착하기까지 20분, 차에는 총 네 마리의 다양한 크기의 코코넛 크랩이 실렸다. 일단 집에 들어가서 코코넛 크랩을 잡은 것을 알려야했다.

바누아투에서 아주 비싼음식으로 취급되던 코코넛크랩, 오지탐험으로는 꿈도 못꿀 음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자연스레 흥분이 되었다. 집에 도착하니 비오는 날에 어디 다친덴 없는지 찬찬히 살펴주는 왓데와 제이니는 약간은 젖은 모습의 내게 놀란 눈치였지만 내색하지 않고 물었다.

 “레미 니우에 아일랜드에 태풍이 온대요. 내일은 외출하지 말고 쉬시는게 좋겠어요. 레미가 모래 떠나는 일정이였죠..? 니우에는 태풍의 영향을 크게 받아서 항공일정에도 차질이 있을 수 있어요. 제가 관심을 가지고 알아볼게요.”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길게 줄줄 읊어주었지만 당장은 바로 이해가 안되는 말이 많았기 때문에 혹시 중요한 말일까 싶어 녹음해두고 내 할말만 이어갔다. “코코넛 크랩을 잡아왔어요! 네 마리나 잡았으니 같이 먹어요.”

 “네? 웅아를요?”

 “웅아요?”

 아참 코코넛 크랩을 이곳 오세아니아에선 웅아라고 귀엽게 부르는 것을 잊고있었다. 나도모르게 칭찬해주세요 하는 것 같은 상기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레미 정말 고마운데, 저희는 웅아를 먹지 않아요. 그렇다고 레미도 먹지말라는 것은 절대 아니니 편하게 드세요”

 “아쉽네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차로 돌아와서 코코넛크랩을 찾는데..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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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마리 밖에 없는 것이다. 카시트 밑에도 보고 뒷자리도 봤지만 없다. 두 마리를 큰 원통에 담고 계속 찾아보니 신발 두는 곳 위로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것처럼 보이는 구멍이 있었고 작았던 두 마리는 이곳으로 들어간 것 같다. 무심코 손가락을 넣었다간 손가락이 차안에서 절단되는 사태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막대기로 휘저어봤는데 알수가 없다. 확실히 이곳인지 아닌지도 모를 일이다.

 “급한대로 2마리만 냄비에 넣어 뚜껑을 닫고 찜솥으로 만들고 2마리를 찾아보았지만 하늘로 솟았는지 땅으로 꺼졌는지 찾을 수 없었다. 오래되고 개조되어 아무도 모르는 틈으로 밖으로 나갔길 기도하는 것 뿐이다. 그렇게 두마리를 쪄두고 샤워실에 가 샤워를 하고 나오니, 에메랄드빛이 감도는 어두운 고동빛의 코코넛크랩은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쌔빨개진 껍질은 마치 랍스타를 연상하게 했고 젓가락으로 쿡쿡찔러보니 껍질은 여전히 단단하지만 살과 살 사이의 이음새는 부드러워져있었다.

어느정도를 익혀야 하는지 모르지만,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기생충 등을 생각하면 차라리 푹 고우는게 좋다는 판단에 다시 뚜껑을 닫았고 찜통에서 죽은 코코넛크랩 대신 태풍이 대신 냄비가 너무 뜨겁다며 유리창을 두드리며 아우성을 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십여분을 더 쪄내고서야 시뻘겋게 변한 코코넛크랩을 접시에 넣고 팔한쪽 엉덩이 분해하며 먹기 시작했다.

 “아..”

 너무 뜨거워 껍질을 입에 넣어 오물오물 먹을 수는 없었지만 껍질을 살짝 깨뜨려 열어 먹은 속살은 지금까지 먹었던 그 어떤 게살보다 부드러웠고 바다가 간을 해준 덕분에 딱 맞게 간이 되어있었다. 마치 벌의 엉덩이처럼 말려있는 꼬리부분을 잘라내자 내장처럼 길게 말려있는게 보였고 쭉 빨아 먹었더니 입안 가득 코코넛 크랩 특유의 코코넛향이 퍼졌다.

한 마리가 마치 보약처럼 느껴졌고, 아직 차안에 있는 두 마리를 떠올렸지만 기도하는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2마리를 모두 먹어치운 후 잠자리에 든다. 휴대폰을 켜 지금 이순간을 녹화했다.

 “네 지금 저는 코코넛크랩을 먹고있습니다. 우중에 차가가는길을 지나는 검은 물체가 보여 잡아오니 바로 이 코코넛크랩이었습니다. 몇몇대의 차가 지나가는 중에도 살아남았던 이 코코넛크랩은 오늘 이렇게 제 식탁에 오릅니다.”

 냠냠

 이렇게 태풍이 내려치는데도 밖은 그렇게 어둡지 않았고 코코넛크랩을 다 먹고 난 뒤에도 태풍은 여전했다.
다음에 계속...

도용복.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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