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05월 03일

레저/여행

불화산을 끼고 살아도 상냥하고 평화로운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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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베에서 멀지 않은 카메룬산은 해발 4,095미터로 서부아프리카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아프리카 전체에서는 킬리만자로에 이어 두 번째 높이다. ‘위대한 산으로 불리며, 정상의 분화구는 위대한 카메룬(Great Cameroon)을 뜻하는 화코Fako'라고 불리거나, 우레의 산을 뜻하는 몬고마 로보Mongo ma Lobo'라고 불린다.

카메룬 서부 기니해안에서 화산의 분출로 솟아오른 이 거대한 산은 그 둘레만 해도 자그마치 1,300킬로미터에 이르고 내륙 쪽으로 23킬로미터나 뻗어 있다. 1982년 이래로 99년까지 7차례나 폭발할 정도로 왕성한 화산활동을 자랑한다.

활화산을 옆에 끼고 살아간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우리는 1,950미터의 휴화산인 한라산이 있지만 그 두 배가 넘는 높이에 가끔 불을 뿜는 화산이라니. 평소엔 특별히 신경 쓰고 살지는 않겠지만 화산이 많으니 그와 관련된 미스터리 사건도 있었다.

림닉분출현상으로 떼죽음

카메룬 서북부 해발 1,091미터 산정에 있는 니오스호수는 백록담이나 천지처럼 분화구로 형성된 화산호수다. 1986821일 이 호수 근처의 주민 1,700명과 가축 3,500마리가 하룻밤 사이에 몰살당한 일이 있었다.

그런데 몰살 원인이 단순질식사로 밝혀졌고 1984년에도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나 미제사건으로 남아 있음을 알게 되었다. 니오스 남쪽 100킬로미터 지점에 있는 모노운호수 인근에서도 37명의 주민들과 동물들이 하룻밤 사이 떼죽음을 당한적이 있었던 것이다.

두 사건의 공통점은 비가 가장 많이 내리는 8월 밤중에 카메룬산 인근의 큰 분화구호수를 중심으로 벌어졌다는 것이었다. 결국 탐문조사와 호수주변을 집중 조사하여 알아낸 원인은 호수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로 인한 림닉분출현상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림닉분출현상은 호수 깊은 곳에 갇혀 있던 거대한 이산화탄소정장소가 바람이나 산사태, 지진 등의 영향으로 층서화된 물기둥의 균형이 깨지면서 갑자기 분출하는 것이다. 이때 발생한 이산화탄소거품이 단 두시간만에 호수표면을 덮어버리고 공기보다 무거운 이 기체가 마을로 퍼져나가 참사를 일으켰다. 두 호수는 휴화산의 분화구인데 마그마로 인한 가스가 압력이 꽉 찬 상태로 호수바닥에 깔려 있다가 바닥의 균열로 폭발해버렸던 것이다.

이렇게 무서운 일이 있기도 하지만 카메룬산처럼 가볼 만한 산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몽카메룬을 등반하려는 관광객들은 12일이나 23일씩 전문가이드와 포토를 채용해 오르거나, 산 주변의 정글에서 반나절 정도 간단하게 하이킹을 즐길 수도 있다.

해안 쪽으로 이어진 사면은 세계에서 비가 가장 많이 오는 지역이라 정식등반은 건기인 겨울철에 하는데 산기슭은 20도씨 정도일지라도 정상은 영하권이라니 등반을 하려면 상당한 체력과 준비가 필요할 듯했다.

높이가 높이인 만큼 식생이 다양하여 울창한 숲과 아고산 지대의 초원지역, 사바나와 꼭대기의 민둥산까지 등반 중 네 번의 큰 풍경변화를 볼 수 있다고 한다. 또 화산이 폭발하면서 주변해안까지 흘러내린 용암과 화산재는 이 지역에 독특한 풍광을 남겼다.

흘러내린 용암과 화산재가 독특한 풍광을 남겨
화산 아래 ‘이데나오’마을 기암괴석 병풍 곳곳에

그 신비롭고 독특한 풍광을 가까이서 확인해볼 수 있는 곳이 카메룬산 인근 해안가마을인 이데나오. 산과 마을까지의 거리가 고작 17킬로미터 정도라 화산폭발로 생겨난 기암괴석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마을주민의 말에 따르면 1999년 화산폭발 당시 분화구에서 흘러내린 용암이 이 마을까지 오는 데 21일 정도가 걸렸다고 한다. 화산폭발로 마을이 붕괴된 후 새로 터를 닦아야 했던 주민들은 지금은 화산이 남긴 잔존물들을 모아 마을입구에서 기념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해안에서 솟아오른 화산이라 폭발 당시 카메룬산에서 조개껍데기와 고동, 심해의 다양한 모습을 한 바다 돌들이 용암과 함께 흘러내린 것이다. 그리고 이제 그 잔해들이 기념품이 되어 이 마을사람들의 생계를 이어주고 있다.

대 문명에 소멸되어가는 피그미들

카메룬 남서쪽에 있는 또 하나의 항구도시 크리비는 기니만 해상교통의 요지로 역시나 유명한 휴양지다. 이 해안을 따라 연결된 열대우림 속에는 피그미Pygmy들이 사는 마을이 있다. 피그미마을로 찾아가기 위해서는 배를 타고 두 시간 정도 강을 따라 올라가야한다. 타고 갈 배는 모터나 다른 동력을 이용하는 것은 없고 오직 원주민이 노를 저어가는 조그만 카누뿐이다.

5월부터 9월까지는 우기라서 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새벽에도 그칠 줄 모른다. 새벽을 깨우며 내리는 비를 맞고 강을 거슬러 오르다보니 마치 시간이 정지된 듯하다. 야생원숭이들도 비를 피해 움츠러들었는지 울음소리도 들리지 않고 새소리조차 없다.

강가에는 발 디딜 틈도 없이 우거진 수풀과 맹그로브 나무들이 다양한 색깔을 뽐내고, 강 위로 쓰러진 나무들은 그 자체로 그림이 된다. 물 위로 뻗은 나뭇가지에는 거미줄이 솜사탕처럼 엉겨 있다.

동이 터오자 새벽비를 맞으며 조각배를 타고 나온 어부들이 보인다. 어젯밤 쳐놓은 투망과 통발을 확인하려는 것이다. 이들이 잡는 어종은 민물새우다. 1472년 포르투갈의 항해자 페르난도 포Fernando Po가 해안의 강어귀에 도착했을 때, 강에 서식하는 많은 새우(포르투갈어로 Camares)를 보고 카마롱이스강이라고 부른 것이 카메룬이라는 이름으로 되었을 만큼 이곳에는 새우가 많이 서식하고 있다.

나라이름이 민물새우라니 좀 우습긴 하지만 그런 이름이 붙을 정도인 걸 보면 예나 지금이나 싼 값에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새우와 갑각류가 풍족한 것은 마찬가지였나 보다. 어부들은 대나무 통발에 작은 고기를 미끼로 넣어 강가 바위틈새에 던져놓았다가 새벽에 통발에 갇힌 새우를 걷으러 온다. 통발 하나에 두세 마리씩 총 30~40마리를 잡으면 우리 돈으로 하루 천 원 정도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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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키 평균 150의 피그미족

피그미족은 키가 아주 작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성인의 키가 150센티미터 미만이다. 주로 중앙아프리카의 열대우림지역에 살고 서부아프리카 토고에도 일부 자리 잡고 있다.

카메룬의 피그미족은 바카피그미로 크리비해안에서도 두 시간 이상 떨어진 열대우림에 흩어져 살고 있다. 현대문명의 영향을 받지 않고 사는 원시부족이 얼마나 있으랴만 아직까지도 피그미족은 세상과 단절되어 자급자족하며 살고 있다.

피그미족은 성격이 상냥하고 평화로운 성향을 지니고 있으며 흑인에 비해 피부가 하얀 편인데다 체구까지 작아 밀림에서 몸을 잘 숨기는 능력이 있다. 작은 몸집 탓에 크고 힘센 부족에게 쫒겨다니면서 밀림 깊숙이 숨어들어가 사냥과 채집으로 살아왔다.

하지만 듣던 것과는 다르게 우리를 맞는 피그미 여성은 상당히 거칠고 투박하다. 말이 통하지 않아 의미는 알 수 없지만 땔감 나무를 집어던지고 소리를 지르는 모습을 보니 너무 이른 시간부터 이방인이 찾아와서 심사가 불편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곳까지 안내해준 원주민 말이 이들도 이젠 숲속의 원시부족이 아닌 관광 상품이 되어 사진을 찍어주고 돈을 받는 장사꾼이 되어버린 상태라는 것. 자신의 생활모습을 이방인에게 공개하지만 그만큼의 대가를 바라게 된 것이다.

그래서 가지고 있던 부채와 수건, 잼을 선물로 주자 여태껏 성질을 내던 여인이 금세 친절해졌다. 직접 집 안을 보여주고 장작 패는 시범을 보이며 사진도 찍기 좋게 포즈를 취해준다.

[2017324일 제8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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