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05월 03일

레저/여행

아라리 휘감아도는 동강이 품은 역사문화 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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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나른해지기 쉬운 봄이다. 추운 겨울 움츠렸던 근육을 풀고 춘곤증을 이겨내는 데는 신체에 활력을 불어넣는 운동이나 레저활동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봄기운이 물씬한 산하의 풍광을 즐기며 스트레스를 날려보내기엔 패러글라이딩이 최고. 본지는 봄나들이 명소로 고정된 풍향으로 고도잡기가 쉬우며 착륙장이 넓어 전국의 패러글라이딩 마니아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봄나들이 명소, 영월을 소개한다.


굽이굽이 돌아 이른 영월. 동강 서강 두강 안 쪽에 자리한 단종의 무덤 ‘장릉’을 지나면 얼마가지 않아 영월 시내다. 비운의 임금 어린 단종의 자취가 곳곳에 서린 곳이라 그런지 애잔한 마음이 앞서마을 초입에 이르자 괜스레 숙연해진다.


서둘러 떨어지는 석양마저 우울해보이는 오후 영월관광안내도를 얻기위해 군청을 찾았다. 토요일 오후였음에도 출근해 민원실에서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박선규 군수와 인사를 나누고 따뜻한 차 한잔을 권하는 친절한 직원의 인사를 나눈 후 청룡포를 찾았다.


‘어려운 일을 서로돕고 인정이 많은 곳’ 이라더니 실로 그랬다. 아직 시골의 정감이 살아있는 영월은 맞닥뜨리는 모든 사람들이 친절했다. 깨끗한 숙소를 정하기 위해 일행들이 내부를 확인후 결정하겠다는 야박한 도시인들의 이기심에도 어느 한 곳 저어하는 법이 없이 순순히 안내하고 일일이 확인시켜줬다.


아직은 부모의 손길이 더 필요한 12세 어린 소년의 유배지로는 기가 막히게 고립 된 ‘청룡포’에는 아직은 충분히 띄울 수 있을정도의 초록물빛이 남아 섬과 마을을 잇는 유람선이 하루 몇 차례 운행되고 있다.


숙부인 수양대군에 왕위를 찬탈당하고 상왕으로 있다가 사육신들의 상황복위 움직임이 사전에 누설되어 죽임을 당한 후 단종은 노산군으로 강봉되어 이곳 청룡포로 유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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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종의 유배지 청룡포. 지금은 나룻배 대신 유람선이 하루 서너차례 운영된다.


단종을 유배지로 인도하는 직책을 맡았지만 세조의 처사를 못마땅하게 여겼던 사람이었던 왕방연의 시조비는 청룡포(국가지정 명승 제50호)가 아득히 내려다 보이는 고갯마루 언덕 소나무 사이에 자리잡고 있는데 서울로 돌아가는 길에 청령포를 감싸고 흐르는 서강을 바라보며 왕방연이 괴로운 심정을 노래한 시가 비석에 새겨져 있다.


“천만리 머나먼 길에 고운 임 여의옵고 내 마음 둘 데 없어 냇가에 앉았으니 저 물도 내 안 같아야 울어 밤길 예놋다” 15세기 문자 그대로 새겨진 비문앞에 서니 그때의 침통했던 왕방연과 마주한 기분이다.


울창한 송림으로 둘러싸여 있는 청룡포 작은 섬은 바람이 불때마다 나뭇잎사이로 윙윙 단종의 슬픔이 흐르는 듯하다. 청룡포는 동, 남, 북 삼면이 물로 둘러싸이고 서쪽으로는 육육봉이라 불리는 험준한 암벽이 솟아있어 나룻배를 이용하지 않고는 밖으로 출입할 수 없는 마치 섬과도 같은 곳.


이곳에서는 단종의 거처였던 단종어소, 단묘재본부시유지비, 금표비, 관음송, 망향탑, 노산대 등을 둘러볼 수 있다. 단종이 유배되었던 그해 뜻밖의 큰 홍수로 강물이 범람하여 청룡포가 물에 잠기자 단종은 이후 영월 동헌의 객사인 관풍헌으로 처소를 옮기게 됐다.


그가 그랬듯 우리는 애잔한 마음이 넘쳐 홍수를 이루는 먹먹한 가슴을 안고 관풍헌으로 발길을 옮겼다. 단종이 세조의 명으로 금부도사 왕방연이 가지고 온 사약을 받고 사사된 곳이라 그런지 차마 마당을 딛고 설 수 없을 정도로 노을에 물든 마당빛이 온통 핏빛으로 다가왔다.


단종이 거처 동쪽에 있는 ‘자규루’에 자주 올라 구슬픈 자신의 심정을 시로 읊었다하는 자규루앞에서 당시 단종이 읊은‘자규시’를 떠올렸다.


한 마리 원한 맺힌 새가 궁중을 떠난 뒤로

외로운 몸 짝 없는 그림자가푸른 산속을 헤맨다
밤이 가고 밤이 와도 잠을 못 이루고
해가 가고 밤이 와도 잠을 못 이루고
해가 가고 해가 와도 한은 끝이 없구나
두견 소리 끊어진 새벽 멧부리에 지새우는 달빛만 희고
피를 뿌린 듯한 봄 골짜기에지는 꽃만 붉구나
하늘은 귀머거린가,
애달픈 하소연 어이 듣지 못하는가
어찌하여 수심 많은이 사람의 귀만 홀로 밝은고.


어린 나이에 깊은 시름이 느껴지는 시다. 단종의 유배 생활이 막을 내린 건 1457년 세조 3년. 세조는 금부도사 왕방연을 시켜 단종에 사약을 내린다. 이때 가져온 약사발을 단종이 마시려던 찰나, ‘화득’이라는 사람이 뒤에서 달려들어 목을 졸라 죽였다고 한다.


차마 피를 토하고 죽는 모습을 볼 수 없었던 모양이다. 그다음 날 단종을 모시던 몸종 열한 명도 봉래산 아래쪽 벼랑에서 동강으로 몸을 던져 죽었다. 사람들은 백제 멸망의 한을 품고 죽었다는 백제 궁녀의 전설이 어린 낙화암의 이름을따서 그 벼랑을 낙화암이라고 불렀다한다.


현재 그 위에는 금강정(錦江亭)과 그때 함께 죽은 사람들의 넋을 기리는 사당 민충사(愍忠祠)가 들어서 있다. 이렇게 죽임을 당한 단종의 시신은 동강에 버려졌지만 후환이 두려워 아무도 주검을 거두지 못하였다고 한다.


그때 영월의호장인 엄흥도가 어둠을 틈타 강에 뜬 단종의 송장을 몰래 건져서 동을지산에 묻었는데,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채버려졌던 단종의 무덤은 중종 11년에 되찾게 되었고, 숙종 때인 1698년에야 임금 대접을 받아 단종으로 불리게 되면서 그의 무덤도 ‘장릉’이라는 이름을 받아 비로소 임금의 무덤으로 대접을 받게 되었다.


마을 초입에 자리한 ‘장릉’에는 단종의탄생과 유배, 죽음과 복권에 이르는 관련자료가 역사관에 전시되어 있고, ‘ㄱ’자 형태의 참도, 단종제향을 지내는 곳으로 쓰이는 재실, 망주석 등 장릉이 이곳의 볼거리다. 매년 나라에서는 한식이되면 이곳 장릉에서 한식제를 지내왔는데 1967년부터 단종제로 이름이 바뀌어서 영월의 향토문화제가 되었으며, 매년 4월 무렵 단종제가 열린다.


올해는 제51회 단종문화제가 4월 27~30일까지 ‘단종에게 길을 묻다’는주제로 이곳 장릉과 영월읍 일원에서 펼쳐질 예정이란다. 영월은 지자체가 말하듯 그야말로 지붕없는 박물관 고을이다. 곳곳이 유적이고 곳곳에 우리의 역사와 문화가 서려있다.


최근에는 영화 촬영지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영화 라디오스타 촬영지로 스탭들이 머물렀던 숙소며 음식점을 비롯해 금강정, 금강공원, 선돌, 김삿갓 유적지, 요선암, 법흥사 등 주요 명소를 비롯해 한반도 지형의 동강 어라연과 고씨굴, 망경대산 자연휴양림, 당나귀타는 원시마을, 석항 간이역체험시설, 아트미로공원, 동강사진 박물관, 별마로 천문대 천문과학관, 닥종이 갤러리, 국제현대미술관, 세계민속악기박물관, 영월 곤충박물관과 영월 종교미술박물관을 비롯해 양씨판화미술과, 호안다구박물관, 영월 아프리카미술박물관, 조선민화박물관, 화석박물관, 쾌연도자박물관, 미디어기자박물관, 인도미술박물관 등 손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의 볼거리로 넘치는 이 작은 도시는 발길 닿는 곳곳이 이야기거리다.


남녀노소 누구나 한번쯤 와볼만한 곳이지만 특히 자녀들의 체험학습장소로도 좋은 여행지다. 이외에도 이야기가 있어 걷고 있는 거리영월읍 중앙로 요리골목과 별총총 벽화마을 이야기도 볼거리. 별마로 천문대 가는길목에 ‘오무개’라 부르는 평범한 마을이다.


영월을 방문해서 놓치면 아쉬운 체험거리는 별마로천문대 야간 별자리 관측체험과 패러글라이딩 체험이다. 사전예약은 필수다. 별마로천문대(033-374-7460) 개관은 동절기 10~3월 오후 3시부터 11시, 하절기 4~9월 오후 2시부터 10시까지. 입장료는 어른 7천원, 어린이 5천원.


별도의 체험료를 내고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3D 체험관에서 패러글라이딩 체험을 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천문대 별자리 관측은 어두운 저녁시간이 좋다. 어두운 밤 산꼭대기에 자리잡은 천문대 가는 길은 가파르고 좁아서 마주오는 차량과 곡예를 펼쳐야 한다.


가급적 숙소에 차를 두고 택시를 이용하는게 좋다. 1시간반 정도 기다려주는데 왕복 3만원이다. 천문대는 지하 체험관에서 전문해설원의 설명을 들으며 별자리 이야기와 별자리를 감상하고 4층 옥상 돔으로 이동, 도우미들의 설명을 듣고 관찰을 위해 지붕뚜껑이 열리면 이윽고 펼쳐지는 하늘을 향해 자리를 잡은 망원경 5개를 번갈아 돌아보며 직접 별자리를 관측하는 것도 흥미롭다.


패러글라이딩은 이곳 천문대에서 시작된다. 체험비는 1인당 8만원. 2만원을 추가하면 메모리칩이 탑재된 셀프 카메라를 받아 하늘을 날면서 직접 촬영할 수 있다.


유순희 기자

[2017324일 제8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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