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주말여행>
<누에와 뱀의 형상을 닮았다는 장사도의 모습이 달팽이전망대에서 한눈에 들어온다. 섬모양 따라 해발 100m 정도로 높게 솟은 무지개대리와 갤러리, 식당이 늘어선 모습을 볼 수 있다.>
통영 ‘장사도해상공원’
아름다운 비경을 품은 바다와 섬이 많은 곳 한려해상국립공원. 사시사철 관광객이 끊이질 않는 곳이지만 최근 유독 ‘핫’한 명소로 떠오르는 곳이 있다. 바로 지난달 인기리에 종영된 SBS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촬영지로 더욱 유명해진 ‘장사도’가 바로 그곳. 드라마 속에서 남녀 두 주인공은 탐스럽게도 빨간 동백꽃이 우거진 섬으로 순간이동하게 된다. 장사도의 환상적인 풍경은 두 주인공의 아름다운 사랑을 그리기에 충분한 배경이 됐고, 드라마를 시청하던 많은 사람들에게는 꼭 한번 가보고 싶은 아름다운 명소로 기억되기에 이른 것. 때문에 최근 장사도해상공원은 가장 주목받는 여행지로 떠오르고 있다.<편집자 주>
장사도를 향하는 배편은 주말이면 만석이다. 드라마 속 주인공들의 흔적을 따라 전국 각지에서 몰려드는 여행객 때문이다. 동백꽃이 피고 지는 절정기는 지났지만 멀리 중국까지 몰고 간 드라마의 열풍으로 중국여행객까지 가세해 배편은 늘 입석을 포함해도 만석이다. 현장구매도 가능하지만 주말여행을 계획한다면 배편을 미리 예약해 두는 것이좋다.
만약 드라마 속 주인공들과 같이 조용한 데이트를 상상한다면 평일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름다운 장사도해상공원에 이르는 배편은 여러 곳에서 이용할 수 있다. 통영항, 가배항, 저구항, 대포항에서 각각 100~300인승 유람선이 수시로 운항한다.
남도로 봄맞이를 나선 관광객, 드라마 속 명소를 찾은 여행객을 가득 싣고 항구와 섬을 오가는 유람선마다 마치 주인 쫓는 강아지마냥 뒤를 따르는 갈매기 떼의 날갯짓이 바쁘다. 한참을 길게 줄을 서 배를 타고,또다시 한참을 줄지어 배에서 내려야 할 만큼 장사도의 유명세는 드라마가 끝나도 여전하다.
섬모양이 마치 긴 뱀을 닮았다 하여 이름 붙여진 장사도(長蛇島)는 총면적 390,131㎡, 해발101M, 폭400M, 길이1.9km의 통영시에 속한 아주 작은 섬이다. 30여 년 전 14채의 민가와 83명이 살았던, 작은 분교와 세상에서 가장 작을 법한 교회가 있는 장사도는 현재 무인도다.
주민들이 자리를 비운 30여 년 동안 섬은 더욱 우거져 10만여 그루의 동백나무, 후박나무, 구실잣밤나무, 참식나무가 수려한 경관을 뽐내고 있다. 천연기념물인 팔색조와 동박새, 풍란과 석란도 장사도에 자리를 잡고 있다고 한다. 섬을 돌아보는 데는 약 2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섬 곳곳을 탐방할수 있도록 섬 입구에서 배포하는 탐방안내도를 받아 1번부터 번호순으로 둘러보면 빠짐없이 장사도를 구경할 수 있다. 남도의 어느 섬인들 아름답지 않겠냐만 해풍이 닦아놓아 반짝이는 동백나무 잎사귀와 오르막 산책길에서 잠시 뒤돌아 바라본 남해바다는 은빛가루를 뿌려놓은 듯 반짝거리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뽐낸다.
산책길을 조금 오르다 보면 ‘휴식하는 여인’의 조각상이 놓인 중앙광장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탐방로가 시작된다. 이곳에 바라보는 바다경관 또한 일품이지만 장사도는 다각도로 남해바다의 비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경치 좋은 전망대가 곳곳에마련돼 있음을 안내도로 미리 짐작할 수 있다. 때문에 바로 다음 코스인 장사도 분교로 걸음을 재촉해본다.
전교생 20여명이 공부했다는 한산초등학교 장사도 분교는 1981년폐교 후 장사도가 해상공원으로 조성되면서 다시 복원됐단다. 교실 앞나무 가지에는 수업시작을 알렸을 작은 종이 정겹게 매달려있다. 지나는 사람마다 조용한 섬학교에 수업종을 흔들어보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투박한 나무의자와 낡은 풍금이 자리를 지키는 작은 교실 안은 사방에서 구경할 수 있도록 창문을 활짝 열어두었다. 나이가 지긋한 관광객들은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듯 잠시 걸음을 묶어두는 모습도 눈에 띈다.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셀카를 찍는 장면을 연출했던 교실 앞 수돗가와 학교마당을 가득 채운 다양한 분재를 뒤로하고 하고 계속해서 탐방안내도를 따라 걷다 보면 섬 한가운데 자리 잡은 ‘무지개다리’를 만나게 된다. 셔터본능을 깨우는 무지개다리에서는 장사도의 짙은 초록과 함께 코발트빛 하늘을 배경삼아도 좋고 탁 트인 에메랄드빛 바다를 배경삼아도 멋진 사진이 될 것이다.
옛 모습을 그대로 복원했다는 ‘섬아기집’을 향하는 동안 몇 개의 크고 작은 전망대와 온실을 지나게 된다. 특히, 온실로 향하는 길에 우거진 상록수들로 둘러싸인 낮은 돌담길은 섬 내 산석을 이용한 길이며, 대부분의 탐방로 길은 옛 주민들이 소를 끌고 다니던 길을 그대로 이용한 것이란다. 조붓한 돌담 오솔길을 지나면 너와지붕을 얹은 자그마한 섬아기집이 나타난다. 섬아기집은 분교와 함께 해상공원을 조성할 때 옛 모습을 그대로 복원한 곳이다.
새하얀 고무신이 가지런히 놓인 댓돌 위를 올라 작은 마루에 앉았노라니 병풍 같은 나뭇가지 틈 사이로 멀리 남해바다가 시원스레 눈에 담긴다. 파도소리를 자장가삼아 듣고 자랐을 섬집아기가 새삼 궁금해진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전지현&김수현의 사랑 발자취
주말여행은 배편예약 기본…아름다운 풍광 절로 탄성
장사도해상공원의 매력은 자연의 아름다움 속에 문화를 품고 있는 것이다. 원시 그대로의 숲과 인공적인 조경의 조화, 야외갤러리뿐만 아니라 섬 곳곳에 자리 잡은 아름다운 조각품들, 주말이면 펼쳐지는 야외공연, 멋진 풍광을 즐길 수 있는 식당과 카페 등 오감이 즐거운 곳이바로 장사도다. 취재차 섬을 찾은날엔 동백을 그리는 작가 강종열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었다. 작가의 작품에서는 눈 쌓인 장독대 위에 피처럼 붉은 동백이 탐스럽게 내려앉았다. 짧은한철 피고 미련 없이 져버린 동백들이 화려하게 땅바닥을 장식한 그림도 눈에 띈다. 동백꽃의 절정기를 지나 찾은 여행객에게 마음껏 동백꽃의 자태를 감상할 기회를 주니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행복한 관람을 마치고 나오면 드디어 환상적인 ‘그 길’이 나타난다. 자연과 문화 모든 아름다움을 만족시키는 여행지 장사도의 백미 ‘동백터널길’이 바로 그 길. 60m 길이의 동백터널은 최고 수령이 250년에 달하는 천연 동백림으로 이루어져 있다. 드라마 속에서 주인공이 머물렀던 동백터널 길에는 수많은 ‘천송이’와 ‘도민준’이 추억을 남기느라 정신없는 모습이다. 활짝 핀 동백꽃도 바닥에 지천으로 깔린 붉은 동백 융단도 이제는 모두 사라져 버렸지만 나지막한 돌담길을 둘러싼 동백나무숲은 여전히 환상적인 자태를 뽐낸다.
드라마의 흔적을 따라 나선 여행길이면 ‘연리지’도 빼놓아선 안 된다. 서로 다른 나무 두 그루가 얽혀 자란 연리지는 부엉이전망대, 수생식물원, 야외갤러리에서 만날 수 있지만, 드라마 속 천송이와 도민준이 바라보았던 동백과 생달나무가 함께 자란 연리지는 ‘야외갤러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부부나 연인이 함께 한 여행이라면 기념촬영을 남기기 좋은 의미 있는 장소 중 하나가 연리지다.
사랑을 되새겨 보는 연리지, 자연광 아래 아름답게 자태를 뽐내는 조각품들을 감상했다면 장사도 탐방은 이제 슬슬 마무리를 해야 한다. 하지만 되돌아가는 배를 타기 전 조금의 시간이라도 허락된다면 야외갤러리를 돌아 나오는 길에 있는 카페를 들러보자. 기념사진을남기고 둘러보기 바빴던 장사도 탐방에서 잠시 짬을 내 커피한잔의 여유를 가져보길 권하고 싶다. 그림같은 풍광이 펼쳐진 남해바다의 절경을 마지막까지 찬찬히 추억으로 담아올 수 있도록 말이다.
유시윤 기자
장사도 여행 Tip
장사도행 배는 통영시 도남동 통영유람선터미널(055-645-2307)과 거제 가배항(055-637-8282), 저구항(055-632-4500), 대포항(055-633-9401) 4곳에서 이용할 수 있다. 장사도는 통영에 속한 섬이지만 거제와 가깝다. 때문에 대포항에서 출발할 경우 약 5분, 저구항 약 10분이 걸리며, 다음으로 가배항, 통영항 순이다.
부산에서 출발하는 경우 거제(가배항, 저구항, 대포항)에서 배를 타는 것이 더 가깝다. 단, 가장 가까운 대포항의 경우 아주 작은 마을이라 식당으로는 횟집 서너 곳이 전부다. 각 유람선의 뱃삯은 장사도 입장료(어른기준 8,500원)포함 2만5천~2만9천500원이며, 거제남부유람선(www.nbmmd.com)과 거제대포크루즈(www.daepocruise.com)는 인터넷 예매 시 3천원이 할인된다.
① 야외공연장은 머리모양의 12가지 조각품을 감상할 수 있다. ② 1000석 규모의 야외공연장에서는 주말마다 2~3차례 다양한 공연들이 펼쳐진다. ③ 지나는 여행객이 수업 종을 흔들어 본다.
④ 드라마 속 그때처럼 활짝 핀 동백꽃도 바닥을 수놓은 동백꽃도 없지만 수많은‘천송이’와‘ 도민준’커플들이 기념사진을 남기는 동백숲터널길. ⑤바다가 내려다보이는‘섬아기집’에는 귀에 익은 노래들이 울려퍼진다.“엄마가 섬그늘에 굴따러 가면...” ⑥,⑦ 승리전망대와 온실 ⑧장사도 분교. 투박한 나무의자와 낡은 풍금이 남아 있는 작은 교실을 지나는 관광객이 구경하고 있다.
[2014년 3월 21일 제50호 1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