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11월 22일

레저/여행

만나는 곳곳이 예술인 도시…자연이 빚어낸 아름다움

 
동방미인의 나라 / 타이완②
 
 
예술품과 음식이 어우러진 레스토랑‘부귀도원’

타이완 여행 첫날, 타이완 북부도시 타오위안에 도착하여 저녁식사를 하러 들어간 곳은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이었다. 부귀도원富貴桃園이란 명판이 걸린 입구 좌우로 아이들의 생활이 담긴 청동상이 재미나게 늘어서 있다. 실내로 들어서자 넓게 배치된 테이블 사이로 전시된 그림과 조각들에 넋을 잃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이곳이 식당인지 갤러리인지 순간 의심이 들었다.
 
놀랄일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테이블에 차례로 나오는 요리와 디저트는 이것이 음식인지 미술 작품인지 분간하기가 힘들 정도였다.식사를 하러 식당에 들어왔지만 음식을 먹는 내내 멋진 작품들을 구경하는, 음악으로 치자면 기승전결이 뚜렷한 한편의 오페라를 보는 기분이었다. 사실 멋진 레스토랑과 최고의 만찬은 어느 대도시에서나 돈만 지불하면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여행가의 호기심이 발동하여 책임자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삼십대 중반의 단아한 부지배인이 자리에 합석하여 자세한 설명을 해주었다. 음식과 예술을 접목함으로써 고객에게 타이완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접하도록 유도하고, 아울러 생활에도 예술이 배어들 수 있게 하려는 뜻이 담겨 있다고. 또한 식사를 마치고 더 많은 작품을 보고 싶어 하는 고객을 위해 별도의 갤러리도 갖추고 있다고 한다.
 
식당이 예술과 연관되어 있다 보니 직원들 교육에도 많이 신경 쓰고 있다는데, 아니나 다를까 모든 종업원의 센스와 매너도 흠 잡을 데 없이 완벽하다. 바쁜 시간대 임에도 불구하고 긴 시간을 할애하며 낯선 이방인을 따뜻하게 안내해준 부지배인의배려도 감동이었다. 다만 그 멋진 예술품을 카메라에 담을 수 없었던 것이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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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① 바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친절하게 안내해 준 레스토랑 부귀도원 부지배인
 
 
타이완 등불축제
 
얼마 전 신문을 보다가 타이완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와 잠시 들여다보니 한 여행사에서 관광 상품으로 내놓은 타이완 등불축제 광고였다. 우리나라에도 진주남강 유등축제니 서울등축제니 해서 다양한 행사와 함께 휘황찬란한 조형등이 가을 밤하늘을 수놓곤 했는데, 타이완에도 타이완 등불축제가 있었다.
 
우리와는 달리 해마다 음력 1월 15일 원소절原宵節 기간에 열리는데, 원소절이란 음력으로 1월을 ‘원월元月’,달이 뜨는 밤을 ‘소宵’라고 하는 데서 유래되었다고. 우리로 치면 정월대보름과 같다. 1년 중 달이 가장 크고 밝은 이 날은 한해 안녕을 기원하고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해서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 중국, 베트남에서도 명절로 지낸다. 우리가 정월대보름에 오곡밥과 묵은 나물을 먹고 부럼을 깨듯이 타이완에서는 등을 켜고 탕원湯圓이라고 하는 찹쌀로 만든 둥근 새알심을 먹으며 함께 모여 가족의 화목을 기원한다.본래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데서 출발한 등불축제는 해를 거듭하며 풍성하고 다채로운 모습으로 진화했다.
 
축제는 원소절 전후에 시작해 전국 곳곳에서 약 보름에 걸쳐 진행되는데, 그해 십이지신 형상을 본떠만든 거대한 주등主燈을 중심으로 테마별 다양한 부등副燈을 전시하며, 개막 당일에는 국내외의 다채로운 문화공연도 함께 펼쳐진다. 타이완관광청은 이러한 등불축제가 독일 뮌헨의 맥주축제, 일본 삿포로의 눈축제, 브라질의 리우카니발 같은 대규모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세계적인 축제로 거듭나길 기대하고 있다. 미국 디스커버리 채널이 세계 최고의 축제로 격찬한 바 있는 타이완 등불축제. 벌써 26회째를 맞는올해는 2월27일부터 3월15일까지 타이중에서 열렸다.
 
 
비둘기로 벼락부자를 꿈꾸는 사람들
 
타이베이의 거리를 걷다보면 아파트나 건물 옥상에 비둘기를 키우는 곳이 종종 눈에 띈다. 처음에는 그저 희한한 취미라고 넘겨버렸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이것은 보통 비둘기가 아니라 대회 출전을 목표로 훈련시키는 일명 비둘기 선수들이란다. 훈련을 잘 받은 비둘기는 그들 특유의 습성으로 자기 집을 찾아간다는데, 이는 철새들의 원리라고 보면 된다고.
 
이 비둘기경주는 여러 장소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반복훈련을 받은 경주용 비둘기를 특정장소에서 한꺼번에 날려 얼마나 빨리 출발지점까지 돌아오느냐는 기록경기다. 타이완의 국가적인 스포츠로 하늘의 마라톤으로도 불리는데 매년 봄, 가을에 열리며 많은 사람들이 판돈을 걸고 참여하고있다.
 
단 한 번의 게임으로 벼락부자가 될 수있으니 그 인기도 대단하지만 경쟁 또한 치열해서, 비둘기들을 훈련시키고 대회에 참가한 주인들은 좋은 혈통의 비둘기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자신의 비둘기가 우승하길 바란다. 이때 상금은 대회에 참가하는 모든 비둘기들의 회비를 합쳐서 받는다는데, 3만 마리가 참가한 경우 그 금액은 600만 달러에 이른다고. 규모가 크면 클수록 액수는 상상 이상으로 불어나게 되니 도박이 따로 없는 셈!
 
2013년에는 벨기에의 경주용 비둘기 경매에서 ‘볼트’라는 한 살짜리 비둘기 한 마리가 4억 원이 넘는 값에 거래되어 세계 최고가 비둘기로 기록되기도 했다. 단거리 육상선수 우사인 볼트의 이름을 딴 이 유명 비둘기는 벨기에 현지 경주에서 상을 탄 적도 있다고 한다. 또한, 그 경매에서 가장 최고가를 받은 비둘기 10마리 중 9마리가 모두 중국과 타이완 투자가들에게 팔려간것으로 알려졌다.
 
 
자연이 빚어낸 작품 ‘아류해양공원’
 
타이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 가운데 하나로 야류해양공원이 있다. 타이베이에서 자동차로 1시간여 거리에 위치한 이 공원은 석회질 바위가 변형되어 독특한 지형을 이룬 곳으로 어느 조각가의 솜씨보다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세계에서 터키와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자연환경이라는데, 수천만 년 동안 침식과 풍화작용을 거쳐 형성된 이 해변공원은 살아 숨쉬는 생명체처럼 지금도 매 시간 모습을 달리하고 있다. 하트바위, 촛대바위, 생강바위, 여왕바위 등 기기묘묘한 형상의 조각들을 구경하다보면 하나하나가 다 신의 작품 같아 자연의 위대함을 새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들 중 단연 인기를 끄는 것은 여왕바위다. 고대 이집트 최고의 미녀로 알려닌 ‘네페르티티(BC1370?~BC1330?) 여왕’의 머리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높게 틀어 올린 머리와 가녀린 목선이 그야말로 사람 모습과 흡사해 탄성을 자아낸다. 그러나 이 우아한 여왕의 모습은 각도가 조금만 틀어져도 전혀 다른 형상으로 바뀌는 데다 여왕바위 앞은 포토 존이라늘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니 여왕 한번 알현하기가 이토록 어려울 줄이야.
 
게다가좋은 사진 구하기도 쉬운 일은 아니다. 사람들의 손과 세월에 의해 점차 생명을 잃어가고 있는 여왕바위. 15년쯤 후에는 목부분이 부러져나갈 것이라는데, 그래서 주변에는 CCTV에 관리자도 두세 명 배치하는 등 혹시 모를 사고를 철저히 감시하고 있으니 여왕대접이 따로 없다. 공원관리사무소에는 한국어로 된 안내 비디오도 비치되어 있으므로, 관람에 앞서 시청한다면 이곳 지형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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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②~⑤ 석회질 바위가 수천만 년 동안 풍화와 침식작용을 거쳐
독특한 지형을 이룬 해변공원‘ 아류해양공원’ 
 
 
글/도용복·오지여행전문가
(주)사라토가 회장
 
 [2015년 10월 26일 제69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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