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11월 22일

레저/여행

전통 정원의 멋을 살린 종합 문화공간

 
명명백백 공주의 니멋대로 내맛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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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이 미술관을 가자고 했다. 분당에 있는 동생 집에 갔더니 말이다. 호암미술관이 가깝다고, 그림을 보지 않더라도 그 곳의 전경만 봐도 충분히 가볼 가치가 있다고 했다.
 
삼성이 운영하는 3대 미술관(리움, 플루토, 호암) 중 하나로 바로 에버랜드 옆에 위치해 있는데, 들어가는 길부터 참으로 아름답다. 봄에는 화려한 벚꽃길이, 가을에 오면 노오란 그림같은 단풍길이 열려 그야말로 환상적인 풍광을 자랑한다고. 게다가 그옆으로 커다란 호수 ‘감호’가 펼쳐져 있어 미술관에 대한 기대를 높인다.
 
먼저 호암미술관에 대해 잠깐 설명하자면, 삼성그룹 창업자인 호암 이병철 선생이30여년에 걸쳐 수집한 한국미술품을 바탕으로 1982년 개관한 미술관이라고 되어있다. 미술관은 입구에 도착하기 전 매표소에 들르게 된다. 매표소에서 금액을 지불하고도 좀 더 차로 들어가야 주차장이 나온다.
 
입구에는 아트샵이 보이고 덕수궁 유현문에 착안해서 만든 보화문을 통해 들어가면 본격적으로 미술관을 찾아가는 길의 아름다움이 펼쳐진다. 보화문을 지나면 곧 나오는 것이 바로‘매림’이라고 불리는 7백 평의 매화나무 숲이다. 물론 필자는 못 봤다. 겨울에 갔기 때문에. 하지만 그 겨울의 앙상한 흔적만으로도 만개할 때 얼마나 아름다운지 충분히 짐작이 갔다.
 
곧 ‘소원’이라는 작은 정원이 나오는데, 작은 동산과 연목, 정자가 나지막하게 자리잡고 있다. 이곳은 가을에 특히 좋다는데, 온갖 국화들이 향기를 뿜어내기 때문. 정자에서 앞산을 보는 경치도 정말 좋은데, 그래서 정자 이름이 ‘관음정’이란다.
 
여기서 긴 담벼락을 지나서 들어가면 드넓은 중심정원이 드디어 나온다. 연못을 중심으로 폭
포, 계류, 화계, 그리고 호암정이 있다. 동쪽으로는 소나무 동산이, 서쪽으로는 소원이 연결되고 북쪽이 미술관, 남쪽이 산과 호수로 이어져 있어 삼라만상이 이곳에 다 있다는 참으로 거창하지만 의미 있는 곳이다.
 
여기서 북쪽에 위치한 미술관을 들어가려면 미술관 앞에 넓게 펼쳐진 잔디밭을만나게 되는데, 출입금지 팻말이... 양대라고 불리우는 5백여 평의 잔디밭으로 주로공연이나 행사 때 사용한다고. 눈으로만 보기에는 너무 아까우니 공연 있을 때 오면 일석이조일 듯. 물론 겨울에 가면 파란색이 아니라 노오란색이다.
 
 
미술관 보다 더 예술적인 정원공간

삼라만상의 아름다움 한곳에 모은 듯


 
그 외에 다보탑이나 현모탑을 재현해놓았고, 석상들이 즐비한 ‘월대’나 ‘석인의 길’도 있다. 이런 정원을 통틀어 전통정원 ‘희원’이라고 총칭하는데, 한국의 전통정원의 멋을 살린 곳이다. 여기 있는 꽃만 해도 16종으로 아는 꽃, 처음 듣는 꽃 등 다양하게 피어있다.
 
희원은 그야말로 하나의 풍경화같은 곳으로 4계절마다 각각의 특징적인 아름다움이 있어 그야말로 자연의 신비함이 오롯이 배어있다. 계절마다 방문하면 그 느낌이 각각 달라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을 정도다.
 
본격적으로 미술관을 들어가니 1층은 ‘동자, 순수와 행복의 얼굴’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한국의 미술 중에서 회화와 도자기, 불교미술, 민화와 공예품 등 동자가 들어간 작품들을 모아놓은 것인데, 우리 선조들의 여러 의미(?)의 ‘동자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희망과 염원의 메시지를 전한다는 것이 동자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2015년 3월 1일까지 전시된다.
 
2층은 선조들이 썼던 목가구, 목공예품과 더불어 고서화와 불교미술, 도자 등이상설전시된다. 보물들도 제법 있으니 지루하다 생각 말고 아이들과 가면 큰 공부가 될 듯하다. 필자도 이게 뭐냐고 묻는 초등생 조카 때문에 좀 힘들었다. 그러니 하나 하나 설명해줄 각오 정도는 미리 하고 가기를.
 
관람을 마치고 숨도 돌릴 겸 차 한잔을 마시고 가자며 미술관 내 찻집을 들렀다.겉으로는 아름답고 고풍스러워 보여 전통찻집의 은은함을 기대했으나 정작 안은 요즘의 흔한 카페 모습이다. 게다가 메뉴도 최신이다. 미술관의 정취에 취해 전통차를 찾았으나... 이런, 커피밖에 안 된단다. 전통차도 있지만 지금 안 된단다. 왠지 허무하다.
 
따끈한 커피 한잔 마시고 주차장으로 나오는데, 사람들이 모여서 이리저리 쫓아다니는 게 보였다. 다가가보니 공작새들이 정원을 온통 누비고 다니는, 참으로 보기 드문 광경이 펼쳐졌다. 여기저기 어린이만한 공작새들이 제 집이라고 돌아다닌다. 내 눈을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조금 무섭기도 했지만 내색 않고 기회를 놓칠 새라 공작새랑 사진 찍기 위해 조카들과 쫓아다녔다.
 
무섭기도 하고 즐겁기도 한 신기한 경험이었다. 아마 이곳에서만 할 수 있는 특이한 경험이 아닐까 싶다. 나오면서 아트샵을 둘러봐도 좋은데, 그다지 종류는 많지 않다. 아트샵이라 가격도 싸지는 않다. 그래도 기념으로 뭔가 사고 싶다면 마음대로. 필자도 조금 서운해서 꽃잎 모양 메모지와 손거울, 그리고 연필을샀다. 손거울은 선물하기에도 좋은 아이템이어서 필자도 하고 조카들한테도 선물했다. 연필 역시 하나의 연필을 중간에 쪼개면 둘이 되는 게 재밌고 신기하다. 그런데 직원들이 좀 무뚝뚝하다. 왜일까. 미술관이라고 해서 따분하다거나 부담스럽게 생각해서 거부감을 갖지는 말자.
 
좋은 작품은 전문가가 아니라도 그냥 봤다는것만으로도 좋고 또 최근 대부분의 미술관은 산책하기에도 좋은 풍경을 지니고 있어서 나들이장소로도 안성맞춤이다. 비록 한가로이 도시락을 먹을 수는 없을지라도 마음이 풍요로워지고 아름다운 풍광과 더불어 걷다보면 건강해지는 것만 같다.
 
요즘 재벌들의 ‘갑질’이 도마 위에 올랐지만 이런 미술관은 충분히 칭찬해줄 만하다. 입장료만 없음 더 좋았겠지만... 호암미술관을 가봤으니 이제 다음은 라움미술관을 꼭 가야겠다. 비록 미술에는 전혀 문외한이지만 기대가 크다.
 
람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 정기휴관은 매주 월요일. 일반 4천원, 청소년 3천원.에버랜드에서 자유이용권으로 놀고 들르면 공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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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라 기자
[2015123일 제6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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