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11월 22일

레저/여행

여성을 배려한 옛 상류층 전통가옥

 
2.jpg
 
편리를 쫓아 허물고 외면해왔던 한옥이 다시 인기다. 지자체 곳곳에서는 한옥촌이 관광자원화되고 한옥을 콘셉으로 한 일반가옥도 늘어나고 있다. 한옥은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구조와 스토리를 이해하고서야 참 맛을 온 몸으로 느끼고 그 아름다움에 새삼 놀라게 된다. 전국 곳곳 유명 전통가옥이 어디 한 둘일까마는 여성을 배려한 흔적이 돋보이면서도 구석구석 재미난 이야기가 더한 곳을 꼽으라면 단연 전북 정읍의 김동수가옥(중요민속자료 제26호)을 빼놓을 수 없다. <편집자 주>
 
 
전주시내에서 3~40여 분 달려, 낮은 산이 병풍처럼 둘러싸인 호젓한 시골마을 전북 정읍시 산외면 오공리에 들어섰다.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마을 어귀에 수호신처럼우뚝 서 있고 오른 편으로 올 연말 완공을 목표로 옛 광주권번을 재현하기 위한 한옥양식의 건축물 공사가 한창이다.
 
사방을 둘러봐도 으리으리한 아흔아홉칸짜리 궁궐 같은 집채는 퍼뜩 눈에 띄지않는다. 짚으로 지붕을 엮은 입구의 옛 가옥이 그나마 이정표 역할을 하고 있어 "여기가 바로 그곳이구나!" 싶지만 외관상의 김동수 가옥은 속살을 보기 전까지 그 참매력을 짐작하지 못한다.
 
사전에 부탁한 문화해설사의 도움으로 옛 상류층 가옥의 원형을 제대로 보존하고있는 김동수가옥을 만났다. 큰 아들 김용선의 문패가 또렷한 집이 가장 오래된 옛 김동수가옥이고 오른 편 광주권번이 들어서는 곳이 30년뒤에 지은 둘째아들 집, 그리고 왼편이 가장 나중 지어진 셋째 아들 집인데 나란히 청하산을 배경으로 둥지를 틀고 있다.
 
김동수가옥은 말안장에 올라타기 쉽도록 대문 앞 무릎높이의 디딤돌 바위가 인상적이다. 아흔아홉 기둥 사이로 머슴들이 망을 보던 담장의 네모난 창살목이 인상적이다. 230여년 세월의 빛이 미려한 조각사이로 새어 나온다.
 
반쯤 열린 솟을 대문을 받치며 둥그스레 알맞게 내려앉은 문설주를 넘어서니 행랑채의 너른 마당에 박태귀 꽃나무가 먼저반긴다. 왼편으로는 행랑채가, 그 안쪽으로는 별채로 향하는 문이 있고 우측으로는 사랑채 솟을 대문을 한번 더 거쳐야 본 가옥으로 들어설 수 있는 ㅁ자 구조다. 사랑채 앞마당은 너르다. 김동수의 가옥중에서도 가장 화려한 사랑채는 부엌이 별도로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손님을 맞이했을 거실용도의 너른 마루도 천정으로 접어올린문짝만 내리면 보온의 기능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이 집의 재미난 구조는 하나 더 있다. 은신처로 활용하거나 귀중한 물품을 보관했을 법한 1.5미터 높이의 다락이 사랑채 안채 등에 반드시 존재한다. 젊은 아들을 배려해 안채로 향하는 뒷마루와 아내를 향해 은밀히 걷던 수수밭 뒤안길. 그래서일까.아내의 방문은 안채 은밀한 길 안쪽 쪽마루를 끼고 또 하나 나 있다.
 
 
‘소통’을 중시한 아름다운 구조 사진가들도 열광

원형 제대로 보존한 아흔아홉칸 화려한 ‘사랑채’압권

비밀스런 ‘다락방’ 은신처 ‘호지집’ 재미난 가옥구조
 
 
사랑채를 지나 안채로 향하는 문을 넘어서면 또 하나의 집이다. ㄷ자 형태의 가옥으로 이 집은 정 가운데를 기준으로 양쪽의 비율이 정확하다. 각각 부엌이 딸린 것도 특징이다.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부엌이 구분되어 있는 것이다. 귀중한 부엌살림은주로 좌측의 시어머니부엌에 두고 우측의 며느리 부엌은 식초나 간장 양념을 담아놓은 호리병들을 보관한 듯하다.
 
시어머니부엌에서는 안방으로 상을 바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안방문이 부엌쪽으로 별도로 나있고 요즘의 현관같은 앞마루 별도의 문 한쪽으로는 안쪽에서 사랑채와 행랑을 내다볼 수도록 네모난 창 구조를 만들어 놓았다.
 
무엇보다 김동수 가옥의 미는 소통이다. 측면에서도 문만 열면 문넘어 문, 그 넘어문, 문 하나를 사이로 일자형으로 연결되어있어 그 문을 열면 원근법이 살아나는 절묘한 구도가 나온다. 사진가들이 열광하는 것도 이러한 매력 때문이다.
 
뭐니뭐니해도 김동수가옥은 조선시대 드물게 여성을 배려한 가옥이라는 점이 독특하다. 아녀자들을 위해 안채내 마당 가까이 화장실을 두었고,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둘이다. 수 백년이 지난 오늘에서야 겨우 정책에 반영되고 있는 성인지적 설계다. 요즘 여성의 생리적 특징을 감안해 화장실개수를 남성보다 더 늘리고 있듯 일찍이 젠더적 관점에서 여성을 배려했다는 것이 놀랍다.
 
그뿐인가. 안채 여성들에게도 찾아오는 외부손님이 있기 마련. 친정의 친척이나 시집간 딸이 몸을 풀기위해 찾았을 때 편히 머무르다 갈 수 있도록 아녀자들의 별채도 마련되어 있다. 요즘의 게스트하우스 역할을 한 셈이다.
 
사랑채 안채 행랑채 별채 '호지집'(노비들이 살던 집. 원래는 8채, 현재 2채만 남아있음) 등 한옥은 별도의 독립된 구조를 취하지만 곳곳에 문과 문으로 연결되어 있다.여차하면 은신처로 대피했던 호지집은 마치 여념집 서민의 가옥으로 보인다.
 
김동수가옥의 호지집은 안채 뒤쪽 텃밭인듯 너른 마당을 지나 대문을 하나 거쳐야 있다. 아낙들이 향수를 달래며 꽃을 가꾸어 심던 정원이기도 했던 뒤꼍은 손쉽게채취해 먹을 수 있도록 채소류를 심어 가꾸기도 한 듯 보인다.
 
김동수가옥은 1971년 5월 26일 중요민속자료 제26호로 지정되었다. 지금은 사람이 거주하지 않고 서울로 거처를 옮긴 김용선이 소유주임을 문패가 말해준다. 김동수의 6대조인 김명관이 1784년(정조8년)에 한양에서 명당을 찾아 이곳 전북으로 내려와 건립하였다고 한다.
 
집 앞쪽으로는 동진강이 흐르고 집 뒤쪽으로는 지네형상의 창하산(蒼霞山)이 병풍처럼 두르고 있다. 한옥이 화재에 취약한 점을 감안, 집 가까이 지렁이 모양의 연못을파 물이 마르지않게 했다. 풍수를 감안,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터전에 세운 가옥이다.
 
3.jpg
 
 
10여 년에 걸쳐 완공했다는 김동수 가옥은 마당의 크기와 위치, 대문간에서 안채에이르는 동선의 관계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안마당은 ㄷ자집 형태의 안채 내부마당과 안행랑채 사이의 긴 가로마당이 만나서 아늑함이 더하다.
 
조선시대 양반들의 생활양식을 엿볼 수 있는 김동수 가옥은 다양한 공간 구성은물론 후세에 보수 또는 개조되지 않아 거의 원형대로 보존되어 있어 민속적 가치가 높은 곳이다. 창살, 문설주, 곳간, 농기구 창고에 이르기까지 실용성을 가미한 곡선의 유려함이돋보여 더욱 여성스러움이 느껴지는 가옥이다.
 
인근에 걷고싶은 거리가 있고 오래된 교회탑도 인상적이다. 또 산외면 한우마을,최근 유네스코에 등재되는 등 신라말 유학자 최치원의 위패를 모신 칠보 '무성서원'도 가볼 만하다.
 
근처 가볼만 한 곳
 
▲삼례문화예술촌 '삼삼예예미미'
 
2.jpg
 

전북 완주군 삼례읍 소재 삼례문화예술촌은 아트미술관, 디자인박물관, 책박물관 책공방 아트센터 김상림목공소, 문화카페 오스 등이 소담하게 구색을 갖춘곳.
 
일제강점기 군산 익산 등과 더불어 양곡 수탈지였던 삼례지역 역시 양곡창고가 유명한 곳이었다. 1920년에 신축되어 2010년까지 양곡창고로 사용되던 삼례양곡창고는 저장기술 발달 등 환경변화로 기능을 잃으면서 지역재생을 위해 완주군이 이 창고를 매입, 문화공간으로 조성했다. 역사와 현대를 어우르는 문화예술의 중심이 되고 있는 삼례문화예술촌은 입주한 공방마다 다양한 문화체험과 볼거리가 넘치는 곳이다.
 
책공방북아트센터(070-8915-8126)는 팝업북 만들기, 스크랩북 만들기, 앨범북만들기 가죽다이어리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김상림 목공소(070-8915-8130)는 목수학교 전문가과정, 특별반과정 일반인과정을 운영하는등 문화카페 오스는 커피취미반, 전문자격증반, 창업반 등을 운영하며 기존 음료만 팔던 콘셉에서 벗어나 커피로스팅과각종 추출과정에 대한 학습 프로그램개발, 이를 통한 지역민 및 초급자 교육, 교육을 통한 실제 실행학습결과물을 상업화함으로써 진정한 커피빌리지를 조성할계획에 있다. (070-8915-8125)
 
▲전통한옥호텔 아원
 
3.jpg
전북 완주군 소양면 대흥리 소재 전통한옥호텔 아원은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독특한 곳이다. 오성한옥마을에 소재한 이곳은 갈래 길에서 강을 따라 왼쪽으로 오르면 오스갤러리 카페가 나오고 오른쪽 기양초 맛집이 즐비한 언덕길을 구비 돌면 종남산 기슭아래 나지막한한옥촌이 둥지를 틀고 있다. 250년 된 경남 진주의 한옥을 그대로 본 따 만들었다는 한옥의 다양한 구조와 모습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JTBC창사특집드라마 발효가족 주 촬영지이기도 했던 한옥 천지인과 사랑채,안채, 별채로 구성되어 있고 호텔로 이용되고 있는 한옥 빌리지 바로 아래 주차장쪽으로 문이 나있는 뮤지엄은 외부에서 보는 것과 달리 웅장한 규모다.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거대 설치작품들이 전시되어있고, 소규모 공연이 가능한 장소와, 레스토랑도 갖춰져 있다.
 
이곳은 사방 어디에서 보든 한폭의 그림처럼 잘 짜여져 있다. 한옥과 어우러진 소나무, 정원의 조경, 연못도 볼거리지만 옥상 정원연못이 전자식 버튼으로 움직이는 이른바 뚜껑이 열리는 연못(갤러리 내부에서는 천정)도 만들어져 있는 것도 놀랍다. 어디든 하나로 소통되는 동선이 재미나다. 063)241-8195

유순희 기자
[20141120일 제5828]

추천0 비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