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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저/여행

마르코 폴로가 극찬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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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치사, 시기리야 유적지에 빛나는 ‘실론’의 스리랑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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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제2의 홍차 생산국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는 금융, 정치, 상업활동의 중심지다.
 인도·실론의 문화와 유럽문화가 공존한다.
 
‘아유보완’…’오래사세요’ 인사나누는 정겨운 사람들
인두신화 ‘다마야나’ 등장 아담의 다리 실제 존재해
 
 
아유보완의 나라, 창세기 에덴동산 느낌 스리랑카에서는 인사할 때 두 손을 합장하고 머리를 숙이며 ‘아유보완!’이라고 한다. 이것은 스리랑카말로 ‘오래사세요’라는 의미다. 스리랑카는 1983년부터 2009년까지 무려 26년간 내전을 겪었다. 종교와 민족 간의 갈등에서 비롯된 내전으로 10만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아유보완! 스리랑카 사람들의 인사말을 들으면 오랜 내전을 겪으면서 삶을 보장받지 못한 이들의 마음이 담겨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오래 전 먹고 살기 힘들던 시절 ‘식사하셨습니까?’가 우리네 인사말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나 또한 스리랑카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아유보완!”하고 인사를 건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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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다소 멋쩍기도 했지만 자꾸 하다보니 친숙한 느낌도 들고 왠지 기분도 좋아졌다.스리랑카에 대해 좀 더 흥미를 느끼게 된 것은 우주왕복선이 발견한 ‘아담의 다리’ 이야기를 접하면서부터다.
 
지도를 보면 인도의 남동쪽 인도양에 작은 섬나라가 하나 있는데, 이것이 바로 스리랑카다. 그런데 이 두 나라 사이의 바다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상한 구조물이 발견되어 논란이되었다. 그런데 이 두 나라 사이의 바다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상한 구조물이 발견되어 논란이되었다.
 
1994년 4월 9일 미국 휴스톤에서 발사된 우주왕복선 인데버호는 지구표면을 정밀하게 촬영하고 정확한 지도를 제작하기 위해 최첨단장비를 탑재하고 11일간의 우주여행을 떠났다. 2002년 10월 나사에서는 위성사진을 여러 장 공개하면서 인도와 스리랑카 사이의 포크해협을 잇는 수중구조물이 발견되었다고 공식발표했다.
 
그들은 성서의 창세기에 등장하는 에덴동산이 어쩌면 아름다운 섬 스리랑카일지 모른다는 추정을 근거로 새로 발견된 구조물의 이름을 ‘아담의 다리’로 명명했다고 덧붙였다.이 사진을 본 세계인들은 고대인도 <라마야나>에 등장하는 스리랑카와 인도를 연결한 거대한 다리가 단지 고대신화가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고대인도의 힌두신화를 다룬 대표적인 고전 장편서사시 <라마야나Ramayana>에는 비슈누신이 라메슈와람국(인도) 코살라왕의 왕자 라마로 환생하여, 창조신에게 도전하고 신들의 평화를 파괴하는 마왕 라바나를 쳐부수는 대목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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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의 부인 시타를 납치하여 스리랑카에 감금시킨 라바나를 무찌르고 부인을 구하기 위해서 원숭이왕 하누만의 도움을 받아 원숭이부대를 이끌고 바닷가로 집결한 라마는
 
신의 힘을 빌어 두 나라 사이의 바닷길에 거대한 다리를 건설하고 스리랑카로 쳐들어가 마침내 라바나를 섬멸하고 시타를 구출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는이야기다.
 
이 장편서사시는 기원전 3세기쯤 인도의 시선 발미키Valmiki가 썼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다리는 과연 고대 인도신화에 등장하는 라마가 건설한 다리일까? 여기서 아담이란 스리랑카에 있는 산으로 위의 전설에 나오는 라마왕자가 스리랑카에 납치된 부인이 순결을 잃었다고 오해하여 그 산에서 천 년 동안 한쪽 발로 서서 회개를 하며 거기에 발자국처럼 생긴 커다란 구멍을 남겼다는 산의 이름이다.
 
스리랑카어로 스리파다Sripada라 불리는 아담스피크Adam’s Peak는 산 정상에 큰 발자국의 흔적이 있는데 이것을 불교에서는 부처의 발자국, 힌두교에서는 춤추는 시바신의 발자국, 이슬람교에서는 한쪽 다리로 선 아담의 발자국이라 하여 각각 종교의 성지로 유명한 곳이다.
 
스리랑카 사람들은 평생 이곳을 세 번 오르면 천국에 갈 수 있다고 믿는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을 접하면서 알면 알수록 신비한 나라 스리랑카에 대한 관심은 증폭되어갔다. 세계적인 탐험가 마르코 폴로 또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이라 예찬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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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는 눈부시게 아름답다는 뜻의 스리Sri와 빛나는 섬이란 뜻의 랑카Lanka가 합성된, 이름 그대로 인도양에 떠 있는 눈부시게 빛나는 섬나라다.
 
남한면적의 2/3 정도 되는 작은 섬나라, 스리랑카. 오랜 식민지 생활로 16세기 초부터 포르투갈이 153년, 네덜란드가 138년 그리고 영국이 152년 등 약 450년간 외세의 지배를 받았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나서 1948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뒤 1872년 국호도 실론Ceylon에서 현재의 스리랑카로 바꾸었다. 2009년 오랜 내전을 겪은 후 스리랑카는 이름 그대로 ‘빛나는 섬’이라는 예전 명성을 되찾기 위해 많은 변화를 꾀하고 있다. 그런데 실론티, 홍차 한 잔을 마시면서 스리랑카라는 작은 섬나라를 떠올리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그리고 스리랑카가 세계 제2의 홍차 생산국이라면 더욱 놀랍지 않은가. 그렇다고 실론티의 역사가 그리 오래된 것도 아니다. 1867년 영국이 식민통치할 당시만 해도 스리랑카에선 커피가 많이 재배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19세기 후반 이곳을 휩쓸고 간 엄청난 전염병으로 커피나무가 병들어 죽자 당시 영국 총독부는 이를 전부 잘라내고 그곳에 차를 심는다. 이것이 스리랑카 최초로 차를 재배한 역사다.
 
그동안 실론티는 스리랑카 경제의 주춧돌로 주요 수출품목이었다. 그러나 1980년대 저질 차의 등장으로 고급 티의 대명사였던 실론티도 동반 추락하고 현재 많은 차농장이 경제성을 잃어 계피나 아몬드를 대체작물로 심는 실정이라고 한다.
 
영국의 지배를 벗어나 이제 진정한 실론, 빛나는 섬으로 거듭나는 스리랑카. 그러나 내가 제일 먼저 도착한 곳은 바다의 정취가 느껴지는 섬마을이 아니라, 출근하는 사람들로 북적대는 도심속 콜롬보거리였다. 금융과 정치, 상업 중심지 콜롬보스리랑카의 수도 콜롬보는 콜럼버스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졌다.
 
유럽지배의 흔적은 콜롬보 곳곳에 남아 있어 인도, 실론의 문화와 서양문명이 뒤섞인 독특한 도시풍경을 만들어냈다. 고풍스런 유럽건물이 고스란히 남겨진 곳에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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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보의 포트지역은 스리랑카의 금융과 정치, 상업 활동의 중심지로 쌍둥이 무역센터 빌딩과 오피스건물, 호텔 등이 밀집되어 있는 곳이다. 여기에 대통령궁을 비롯한 식민지시대의 건물이 잘 보존되어 있어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포트지역과 이어지는 해안가에는 바다를 향한 대포가 유물처럼 전시되어 있어 과거의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1985년 콜롬보에서 동쪽으로 약 10킬로미터 떨어진, 한국어로는 발음하기도 어려운 스리자야와르데네푸라코테라는 곳에 행정수도를 마련했지만 아직까지 실질적인 수도역할을 하는 곳은 콜롬보라고 할 수 있다.
 
콜롬보의 아침은 여느 도시처럼 분주하다. 한적함과 여유로움을 자랑하는 스리랑카에서 가장 활기차고 역동적인 곳이다. 그래서 콜롬보는 스리랑카에서 가장 스리랑카답지 않은 도시라고 한다. 출퇴근 시간이면 도로를 가득 메운 차량들, 특히나 택시로 쓰이는 일명 툭툭이 삼륜차 바자지Bajaji, 또 거기서 뿜어내는 매연과 소음들을 겪어보면 그 번잡함에 고개를 젓게 된다.
 
하지만 이런 모습 속에서도 스리랑카만의 색깔을 찾아볼 수 있다. 다양한 종교가 어우러진 나라로 거리에선 성모상이나 예수상, 힌두신상도 심심찮게 볼 수 있으나 국민 대다수가 불교를 믿는 탓에 도시 정류장이나 마을입구마다 불상을 모셔놓았고, 불자들은 발걸음을 재촉해야 하는 바쁜 출근길에도 불상 앞에서 기도 올리는 것을 잊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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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크리스마스트리를 치장하고 있는 불상들이 유독 많이 보여 빙그레 입이 벌어지곤 했다. 거리에는 온갖 열대과일을 가지런히진열해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과일가게도 많았고, 불교국가라 살생을 안 해서 그런지 개나 소 같은 짐승들도 많이 돌아다녔는데 대개가 늙지 않으면 병든 것 같았다.
 
또한 사리를 입은 여성들의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는데,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지금도 이러한 전통복 차림으로 출근한다고 한다.
 
쉼 없이 뿜어나오는 매연이 불쾌하다가도 시원하게 불어오는 해풍과 도심을 가득 채운 거대한 나무들, 어지간한 건물보다 더 큰 가로수들을 보면 자연과 어우러진 콜롬보의 진가를 느끼게 된다.
 
스리랑카는 과거 영국식민지였던 탓에 자동차는 오른쪽 핸들에 좌측운행을 한다. 그래서인지 차종은 거의 일본차로 요즘 들어 한국차가 조금씩 들어오고 있다는데, 안전상의 이유로 왼쪽 핸들은 금지하고 있다.
 
글/도용복. 오지여행가
[2016년 2월 26일 제73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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