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11월 22일

레저/여행

사랑을 담으니 그림이 되고 문화가 꽃피네...

 
 
 
20-1 한식당과 갤러리와 카페 외부.JPG
 우측은 한식당 '미소'. 왼쪽으로 갤러리와 카페는 연결된 구조로 다양한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가을의 정취가 무르익어가는 계절, 도심의 가로수들도 가을색이 짙게 물들었다.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사방이 한 폭의 그림같은 만추. 도심이 이러한데 도시를 벗어나면 얼마나 더 아름다울까. 부산에서 멀지않은 곳에 자연과 예술이 함께 어우러져 가을을 만끽하기 제격인 곳이 있어 소개한다.
 
최근 블로거들의 입소문으로 유명해진 양산 ‘스페이스 나무’가 바로 그곳. 양산시하북면 초산리에 위치한 ‘스페이스 나무’는 갤러리와 카페, 한식레스토랑, 게스트하우스가 아름다운 자연 속에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이다.
 
20-2 잔디정원과 인공호수.JPG
부산에서 출발하면 통도사를 목적지 방향으로 두면 된다. 고속도로에서 내려 가을 비에 낙엽을 절반쯤은 떨군 가로수들을 뒤로 하고 목적지에 이르면, 한 폭의 그림 같은 산들을 겹겹이 병풍처럼 뒤로 한채 자리 잡은 아름다운 건축물들이 눈에 띈다.
 
잘 꾸며진 입구를 따라 오르면 건축미가 돋보이는 회색건물이 먼저 보인다. 갤러리와 카페로 꾸며진 건물이다. 아름다운 조형물로 장식된 외부를 지나 마치 좁은 통로를 연상시키는 재미있는 출입문으로 들어서면 좁은 입구와는 달리 정면 커다란 창너머로 넓은 잔디 정원이 시원스레 펼쳐진 모습이 인상적이다.
 
예술가를 지원하기 위해 갤러리 운영
출입문으로 들어선 건물 내부의 오른쪽은 갤러리다. 발굴 조각가로 불리는 이영섭 작가의 개인전이 지난달 17일부터 개최 중이다. 작가의 독특한 작업 방식은 일반적인조각과는 다르다. 그의 조각은 땅에 거꾸로 음각으로 조각을 한 뒤 그 안에 돌이나 몰타르 등 혼합재료를 부어 굳히는 조각 방식이다. 그렇게 완성된 작가의 작품은 절대적 시간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수 천년의 시간동안 풍화와 파도를 견딘 모습으로 표현된다. 관람객들의 반응이 좋은 이번 전시
는 내달 10일까지 연장될 예정이다.
 
▼ 현재 갤러리에서 전시중이 발굴조각가 이영섭 작가의 '천사의 손'
이영섭 작가의 천사의 손.JPG
갤러리의 규모는 그리 크진 않다. 하지만 이곳 스페이스 나무의 존재의 이유이자 핵심이기도 하다. (주)스페이스 나무의 대표이사 전수열 씨는(62. ㈔아트스페이스 나무 이사장) “그림을 배우던 중 우연히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의 형편이 참으로 힘들단 걸 알게 됐습니다. 이들을 위해 전시를 열어 작품을 판매하고 작가를 돕고자 하는 갤러리 본연의 목적이 스페이스 나무를 오픈한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라며, 때문에 좋은 전시만 선별해서 열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 대표는 과거 그림을 배우면서 자신을 가르치던 선생으로부터 작가로서 생계를 유지하기가 얼마나 힘든지를 알게 됐고, 작품을 팔고 작가들을 돕기 위해 처음으로 갤러리를 운영하게 됐다고. “큰 회사를 경영하던 남편과의 급작스런 사별로 당시 제가 운영하던 유치원 대신 회사의 회장직을 맡게 되면서 갤러리를 운영하게 됐습니다.
 
갤러리를 운영하며 우리나라가 문화 선진국이 되기 위해 가져야 할 사람들의 문화에 대한 인식이 안타까웠어요, 문화는 재산이 아니라 소비입니다. 한번 사서 걸어 둔 그림은 평생 그 자리에 붙박여 방치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으면 합니다. 성숙된 문화사회로 거듭나고 인식이 바뀌려면 어릴 때부터 교육이 필요합니다” 
 
다도수업.jpg
이는 전 대표가 문화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스페이스 나무에서는 세미나실을 이용해 문화예술 함양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지난 여름방학을 이용해 학생들에게 다도, 미술여행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앞으로도 청소년 리더십 함양, 한학 지도, 예의범절교육 등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야외공연장으로 활용되는 잔디 정원 끝에 자리잡은 전통 한옥도 그 역할을 보탤 예정이다.
 
 
 
휴식과 힐링, 아름다운 자연속에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
전통과 현대의 美 공존 … 독특한 설계 건축미 돋보여
 
 
21-1한옥 오른쪽 위에편집.JPG
게스트 하우스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이고 있는 한옥 '아리랑' . 경남 합천군에서 옮겨 전통양식 그대로 복원했다
 
전통양식의 한옥과 야외공연장은 각종 연회 장소로 활용 되기도
현대적인 카페, 갤러리 건물 저편으로 우리나라 전통 양식의 한옥이 멋스럽게 마주한 모습이 참으로 이색적이다. 스페이스 나무의 한옥은 경북 합천군 쌍백면에서 옮겨온 자그마치 백살 나이의 건축물이다. 몇달에 걸쳐 조립하고 새롭게 복원한 한옥은 바깥사랑채와 안채가 붙어 있는 모습이다.
 
돌잔치.jpg
정면 4칸 측면 2칸의 사랑채에 후면에 정면 3칸, 측면 2칸의 겹집형태의 안채가 서로 연결된 구조다. 안채 앞부분에 누마루를 설치하여 전체는 장인공(工)자 형태의 양식을 띠고 있는 가옥이다. 이전 당시 대문현판에 현뇌문이라 명명되어 있던 한옥은과거 재실과 서당으로 사용됐고 이제는 아리랑(我理朗)이라는 새 이름을 얻고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지난 5월 말 오픈 이후 게스트하우스, 돌찬치, 국악과 무용이 어우러진 공연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한옥을 조립하고 복원하는 과정은 새로 짓는 과정보다 훨씬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전통을 이어가는 작품인 만큼 공을 들였습니다. 겉모습은 문화재적 가치를 보존하고 내부는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전통 주거문화인 한옥을 다양하게 체험할 수 있도록 꾸몄습니다”라고 전 대표는 설명했다.
 
결혼식하는 모습.jpg스페이스 나무는 우연히 아름다운 자연 속에 자리 잡은, 단순히 예쁜 건축물이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문화가 있고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이 찾는 곳, 쉼과 힐링이 필요한 이들과 축하와 교류를 원하는 이들을 위한 공간인 것이다.
 
이곳에서는 전시를 관람하고 차를 마시는 것 외에도 생애 첫 기념일인 돌잔치가 열리고, 넓은 잔디 정원에서는 결혼식과 음악회, 와인파티와 같은 각종 연회도 열 수 있고, 건물의 곳곳에서는 작가를 위한 스튜디오, 영화상영, 학술세미나, 워크샵 등을 위한 다양한 공간이 마련돼 그 쓰임새를 다하고 있다.
 
한옥 · 유럽풍 게스트하우스도 마련
예약제로 운영하는 한식당 ‘미소’
게스트하우스.JPG
 100% 유럽양식의 목조건물로 마련된 게스트하우스
 
스페이스 나무 가장 높은 곳에는 게스트하우스로 활용할 수 있는 100퍼센트 유럽식 목조건물도 마련돼 있다. 이국적인 유럽식 건물과 우리의 전통한옥, 현대적인 갤러리와 카페건물은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대의 문화가 공존하며 조화를 이룬다. 아름다운 가을산이 유럽풍의 건물 뒤로 펼쳐져 운치를 더한다.
 
세미나실.JPG
각종 세미나 및 연수, 먼 곳에서 찾아온 결혼식 하객을 위한 숙박 등으로 열려 있으며 식사를 포함한 숙박료는 4인 기준 40만원(1인 추가요금 6만원)으로 이용할 수 있다. 한옥 게스트하우스 역시 식사를 포함한다. 4인 기준 80만원(1인 추가요금 10만원)으로 체험할 수 있다. 식사는 모두 스페이스 나무에서 운영하는 ‘한식당 미소’에서 제공한다.
 
정갈하게 차려진 푸짐한 상차림의 한정식은 2만5천원, 3만5천원이며, 1만5천원의 간단한 식사도 준비돼 있다. 한식당은 예약제로 운영한다. 제대로 된 맛을 지키고 정성스런 차림을 위
해 과도한 예약으로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고.
이곳 한식당 미소 곳곳에서도 아름다운 그림을 감상할 수 있도록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카페내부에서 바라본 게스트하우스.JPG
문화 · 예술 발전 위한 주체 역할 다할 것
스페이스 나무는 곳곳의 모든 것이 예술이다. 자연과 건축물, 예술품과 문화행사, 그리고 사람까지. 그래서 ‘나무(NAMU)’라는 이름이 된 것이다. 스페이스 나무는Natural, Art, Man, Union의 약자가 합쳐진 단어이다. 이곳을 둘러보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름이다.
 
6개월 전 스페이스 나무를 탄생시킨 전 대표는 네델란드나 덴마크 등 유럽의 미술관을 보면서 문화와 예술이 함께 하는 ‘쉼’이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이곳을 오픈하게 됐다고 말한다. “유럽의 갤러리는 대부분 잔디와 물이 가까이 있는 자연친화적인 공간, 카페도 함께 있어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마련돼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개인이 운영하는 그런 형태의 문화공간을 쉽게 찾기가 어려웠죠, 휴식을 위해 찾는 사람들에 게 자연과 아트, 사람이 함께 하는 공간을 만들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휴식과 힐링의 공간을 마련하고 문화와 예술을 아는 이들을 위한 공간을 제공하고 싶었던 것이
죠. 더불어 실력 있는 작가들을 지원하고싶었고요”라고 전 대표는 말한다.
 
궁극적으로 스페이스 나무는 전 대표가 이사장으로 있는 사단법인 아트스페이스 나무를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문화, 예술단체를 지원·발굴하는 사단법인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이와 함께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지역 사람들과 나누고자 하는 것도 전 대표의 바람이다.
 
20-1.jpg
전 대표는 문화·예술의 발전을 위해 사단법인의 회원을 모집하고 있다. 현재100여명의 회원이 모집됐고, 이들에게는연간 소정의 커피와 식사비를 지원하고 있다. 또 회원들은 스페이스 나무의 각종 시설들을 저렴하게 활용할 수 있다.하지만 이 모든 것을 이루기까지의 과정이 그리 녹록치만은 않았다고.
 
“가장 도와 주어야 할 곳에서 도움을 주지 않아 힘들었습니다. 결국은 정책이 문제입니다. 도중에 모든 걸 그만둘까도 생각했지만 유럽 선진국들의 미술관을 돌아보며 다시 의지를 돋우고 우여곡절 끝에 여기까지 왔습니다. 문화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남성위주의인식, 더불어 문화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절실한 것 같습니다”라며 그간의 힘든 사정을 에둘러 말했다. 아울러 “보다 성숙된 문화사회를 희망하며 스페이스 나무와 아트스페이스 나무는 문화예술의 발전을 위해 스스로 주체가 되는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라고 덧붙였다.
 
한번 가본 이들의 입소문과 그들이 올린 블로그를 보고 찾아온 이들로 스페이스 나무는 비가 오나 평일이나 언제나 손님맞이에 분주하다. 도심과 가까운 근교, 예술과 함께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나들이 장소로 제격이다.
 
“이제 겨우 오픈한지 6개월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특히 휴일에는 젊은 부부가 아이들과 함께 많이 찾아오면서 주말이면 아이들 천국이 됩니다. 어른뿐만 아니라 다양한 계층이 찾아 함께 감상하고 즐기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봅니다”라며 한적한 이곳까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것에 놀라워했다.
카페내부.JPG
 
갤러리와 연결된 카페에서도 곳곳에서 훌륭한 작품들과 마주할 수 있다. 전 대표가 소장한 작품들과 함께 여원 작가의 아기자기한 작품이 한창 전시중이다. 자칫 바깥 풍경에 빠져 흔한 인테리어 소품쯤으로 지나쳤다면 이다음에 스페이스 나무를 찾을 때는 유심히 살펴보길 권해본다. 작품에 문외한이라 해도 아름다운 예술품에 대한본능이 살아 꿈틀댈 테니까 말이다.
 
가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잦은 가을비에 젖은 낙엽은 더욱 선명한 색으로 마지막을 꾸미고, 나무들마저 낙엽의 마지막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하려는 듯 유난히 검은 색으로 잎사귀를 배웅하는 만추의 끝자락이다. 전시회와 어울리는 계절, 어디론가 떠나려는 이들에게 ‘스페이스 나무’로의 여행을 추천해 본다. T:055-374-3500
 
 
 
[20151120일 제7020~21]
유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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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옥 '아리랑'
 
국악공연.JPG
 국악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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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식 게스트하우스
 
한옥에서 바라본 유럽풍 게스트하우스.JPG
 한옥에서 바라본 게스트하우스
 
카페에서바라본 한식당 미소.JPG
카페에서 바라본 한식당 '미소'
 
갤러리.jpg
갤러리 스페이스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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