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미인의 나라 / 타이완③
타이완의 특이한 스트리퍼 장례식 문화
타이완은 유교문화 전통으로 인해 아직도 명당을 찾아 묘를 쓰려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타이완 정부가 화장정책을 적극 펼치고 있어 타이베이와 같은 대도시에선 화장률이 90퍼센트를 넘어섰지만 전국적으로는 아직도 50퍼센트 선에 머물러 여전히 화장보다는 매장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게다가 기업화된 사설공동묘지의 호화분묘는 여전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데, 타이베이 북쪽에는 고급주택가와 거대한 규모의 고급 사설묘지들이 즐비한 유명한 지역이 있다. 그 가운데 한 곳인 ‘북해복좌北海福座’는 양명산 중턱에 자리 잡고 있는 사설 묘지로, 수려한 경관과 엄청난 규모로 인해 멀리서 보면 묘지가 아니라 기와를 얹은 지붕과 대문, 정원수를 갖춘 단독주택단지로 보일 정도라고 한다.
이러한 묘지는 작게는 8평에서 800평짜리 초호화판 가족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데, 타이완에는 이런 북해복좌보다 더 호화스러운 사설묘지업체도 많아 장례식 한 번 치르면 집 한 채 값이 날아간다는 말도 거짓은 아닐 듯하다. 이렇듯 무덤에 정성을드리는 이유는 조상에 대한 효도보다는 그렇게 해야 자손이 잘된다는 믿음 때문이라는데, 한편으로는 환경을 파괴하고 위화감을 조성한다고 하여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환경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이 점차 높아지면서 수목장, 화초장, 해장 海葬과 같은 ‘친환경 매장’을 택하는 장례문화도 확산되고 있다. 이는 화장한 유해를 지정된 지역에 수목장이나 화초장의 형태로매장하거나 지정해역에 뿌리는 해장을 말하는데, 이 가운데 수목장이 가장 많다고한다.
이와 관련하여 언젠가 미국의 문화인류학자가 제작한 ‘타이완의 장례식 스트리퍼(Dancing for the Dead: Funeral Strippersin Taiwan)'라는 다큐멘터리가 화제에 오른 적이 있다. 스트리퍼가 봉춤을 추는 등 서정적인 댄스에 전라의 쇼까지 펼치는 이 다큐는 40분 분량으로 타이완의 독특한 장례문화를 담고 있다.
얼핏 기괴해 보이는 이런 문화는 본래 지방에서 그 전통을 유지해오다 1980년대 타이완 마피아 조직에 의해 전국으로 퍼졌다고 한다. 그들이 거느린 나이트클럽 댄서와 장례식을 결합시킨 사업이 성공을 거둔 것이다.즉, 장례식장에서 전자오르간이 장례음악을 연주하고 비키니를 입은 여자들이 노래를 하며 때로는 옷을 벗고 스트립쇼를펼치기도 한다.
그 후로 이것이 계속 논란이 되자 2006년부터 대도시에선 법적으로 금지시켰으나 아직까지도 시골에선 행해지고 있다. 이처럼 특이한 장례문화는 종교적인 것과 세속적인 것이 결합된 하나의 관습으로 생전에 고인이 여자와 스트립쇼를 좋아했기 때문에, 혹은 웃는 얼굴로 고인을 보내드리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는데, 그 밑바탕에는 장례식에는 무조건 조문객이 많아야
명예롭다는 전통 인식이 깔린 탓으로 보고있다.
명예롭다는 전통 인식이 깔린 탓으로 보고있다.
고인에 대한 애도와 많은 조문객을 불러들이기 위해 이토록 화려한 쇼까지 벌이게 되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밤새 술마시며 벌게진 얼굴로 고스톱치고 소리 지르며 떠들어대는 우리의 장례식문화는 또 어떻게 보일지 한번 되돌아보게 된다.
아리산이 준 가장 큰 선물은 차
타이완의 자연이 제공하는 최고의 선물,일출을 보기 위해 아리산을 오르는 길이었다. 해발 3,000미터가 넘는 산들이 258개나 무리지어 있어 동아시아의 알프스라 불리는 타이완에서도 특히 아리산은 그 풍경과 2,000년이 넘는 삼나무 숲의 신비로움으로 유명세를 떨치는 곳이다.
해발 2,000~2,600미터 높이의 산들이 열여덟 개가 모여 이룬 산맥을 통칭하여 아리산이라고 부른다. 아리산은 차로 오르는 길부터 장관이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더욱 울창해지는 산림과 변화무쌍한 날씨에 어느새 사라졌다 나타나는 짙은 안개까지 영화적인 연출로도 끌어내기 어려운 무대를 만들어낸다.
서정적댄스에 전라의 쇼까지 톡특한 장례문화 “눈길”
해발 3,000미터 일출 장관…오룡차와 함께 멋진나라
해발 3,000미터 일출 장관…오룡차와 함께 멋진나라
숙소까지 가는 길에 들른 차밭. 해발 1,300미터 고산지역에 형성되어 있는 계단식 차밭은 층층이 이어진 규모도 엄청나지만 시시때때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안개에 가려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아리산에 차밭이 많은 이유는 해발 고도가 높고 구름과 안개가 많으며 일교차가 크기 때문이다.
이곳 사람들은 차를 아리산이 준 가장 큰 선물이라고 믿는다. 일 년 내내 서늘한 기후가 차나무의 성장을 더디게 해 찻잎을 연하게 만든다. 고산의 햇볕은 서늘하고 뜨겁지만 조석으로 안개가 끼어 평일 일조량은 적기 때문에 찻잎의 쓰고 떫은맛은 약해지고 단맛이 돌며 우아한 향이 생기는 특징이 있다는 것이다. 사시사철 수확하는 차마다 맛에 차이가 나지만 그 중에서도 봄에 수확하는찻잎을 최고로 친다.
멋진 일출보다 더 오래도록 기억하고픈 타이완 사람들
우리나라 같으면 식사를 준비해주고 방을 내주고 나면 주인과 별로 대면할 일이없을 것 같은데 천생연분 이들 부부의 대접은 끝이 없다.
식사를 하면서 찻잔이 비는 족족 새 차를 따라주고, 귀한 곳에서 온 손님이라며 독한 고량주까지 꺼내다 맛을 보인다. 주거니 받거니 몇 순배 술이 돌다가 오래된 친구인 양 아예 술판이 벌어지고 노래판까지벌어진다. 마침 출산 때문에 집에 와 있는큰딸 내외도 합류하니 제대로 된 판이 펼쳐진 셈이다.
다음 날 아침 날씨가 흐려 일출 보는 것을 하루 연기하자 주인 내외의 대접이 또 시작되었다. 어제 술이 좀 과하지 않았느냐고 물어보자 돌아오는 대답이 다정하다. 상대에 따라 술을 마신다며, 평소 술을 즐기는 편은 아니나 손님의 주량에 따라 마시고,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에게는 권하지않는다고 한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보슬비 내리는 아리산 산책에 나섰다. 아름드리나무들은 초록색 담요를 두른 듯 이끼로 가득하다. 마치산속에서 샤워를 하고 있는 기분이랄까. 길가 나무에 열린 과일과 숲속 고산식물들의이름과 효능까지 주인의 안내가 따른다. 촉촉이 비 내릴 때 숲에서 나오는 공기가 더 맑고 건강에도 훨씬 좋다면서 덧붙여 건네는 말 또한 참으로 따듯하다.
이렇게 가장 공기가 좋을 때 같이 산책을 하다보면 서로의 정도 더 돈독해지는 것 같다고. 사업도 중요하지만 건강이 제일이니 이곳에서 좋은 공기 듬뿍 마시고 한국에서도 내내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빈다는 덕담. 코끝이 찡한 여운을 남겼다. 사실 나는 이렇게 타이완 사람들이 친절할 줄 몰랐다. 전에도 몇 번 여행 온 적이있지만 타이베이 같은 대도시에서는 으레껏 베푸는 친절로 생각했다.
몇 가지 사례로 전체를 일반화할 수는 없으나 세계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정 많은 사람, 친절한 사람을 수도 없이 만나봤지만 타이완 사람들에겐 가슴으로 다가오는 끈끈함이 있었다. 그야말로 순수한 문화인이며 교양 넘치는 사람들. 아리산의 멋진일출보다, 최고로 치는 오룡차의 맛보다 더 오래도록 타이완을 기억하고 다시 가고픈나라로 만드는 것은 사람, 바로 타이완 사람들이었다.
[2015년 11월 20일 제70호 2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