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의 나무들이 하염없이 잎을 떨궈 내는 가을의 끝자락엔, 수북이 쌓인 낙엽을 밟으며 가로수 길을 걷는 일도 소중한 낭만이다. 멀리 단풍놀이를 나서지 않고도 도심 근교에서 가슴 속에 늦가을을 담을 수 있는아름다운 낙엽길을 만나보자.
부산환경공단 해운대사업소 안 ‘해운대 고흐길’
빈센트 반 고흐의 유명한 풍경화 ‘알리스캉의 가로수길’. 그 풍광의 소재인 프랑스 남부 아를 지방의 가로수 길을 연상케 하는 이국적인 길이 해운대에 있다. 좌2동 부산환경공단 해운대사업소 안에서 송정까지 이어지는 100미터 정도의 가로수길이다.
이 길은 동 주민센터에서 ‘고흐길’이라 명명하고, 블로거 등에 알려진 뒤 찾아오는 이들의 발길이 꾸준히 늘고 있는 부산의 대표 가을길이다. 현장에서 보면 신기하리만치 고흐의 그림과 닮은 단풍 길에 감탄이 쏟아진다.
2014년 ‘제2회 KNN 아름다운 가로수길 사진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을 만 했다는 생각도 든다. 바로 옆이 차도여서 쉴 새 없이 나는 차소리가 아쉬움이긴 하지만 도심과 숲길의 경계를 실감할 수 있어 독특하다. 가을을 배경으로 인생사진을 남겨보고 싶다면, 명화 속으로 걸어들어 온 듯한 이 만한 곳이 또 있을까 싶다.
수변 오솔길 가의 갈대와 코스모스
화명생태공원 ‘수변 오솔길’
북구 쪽에는 화명생태공원 ‘수변 오솔길’이 있다. 화명생태공원에서 낙동강변을 따라 길이 끝없이 이어지는데 양 옆으로 메타쉐콰이어가 조성 돼 있다. 자전거로 안전하게 달릴 수 있도록 자전거 길이 나 있고, 사람이 다니는 길은 정겨운 흙길로 낙동강과 가을 꽃덤불, 데크 등 갖가지 풍광들을 볼 수 있다.
화명생태공원 근처에는 축구장, 야구장, 테니스장 등등 여러 시설물들이 있어 가족단위로 놀러 오기도 좋고, 걷기 코스도 자신이 정하기 나름이라 부담이 없다. 구포 쪽 진입로에서 길을 따라 죽 걷다가 화명운동장 옆 수변전망데크를 지나 양산방향으로 걷는 길 가 쪽은 낙동생태습지이다. 갈대, 코스모스, 버들강아지와 온갖 곤충들을 다 만날 수 있다.
이 길의 매력은 가로수 길이 길고 길다는 것. 배낭에 물이랑 간식을 챙겨 넣고 좀 오래 걷고 싶을 때, 혹은 늘 다니는 도심의 아스팔트길이 아닌 흙길에서의 정취를 맛보고 싶을 때 나서면 더할 나위 없겠다.
박정은 기자
[2018년 11월 19일 제106호 3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