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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저/여행

48명 인구의 나라 핏케언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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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이라는 책을 보면, 전 세계를 100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는 마을로 보고 마을의(지구의) 현 상태의 비율을 사람 수로 표현하기 쉽게 일깨워 준다. 100명보다 더 적은 수로 이루어진 국가가 있다. 그 오지를 찾기 위해 긴 여정을 떠났다. 한국에서 가려면 가는 데만 40시간에 최소 일주일은 기다려야 들어갈 수 있는 섬나라.

남태평양의 동쪽 끝 쿡아일랜드를 지나 프랑스령 폴리네시아국가 타히티에 도착했다. 타히티에서도 국내선 비행기로 갈아타고 망가레바 섬에 도착해서야 배로 들어갈 수 있는 작은 섬. 뉴질랜드로부터 독립된 국가로 인정받아 자신들만의 법이 다르게 정해져있는 나라.

바로 이곳에 가기 위해 타히티에서 망가레바로 가는 국내선 비행기에 올랐다. 5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비행기에 20명이 되지 않으면 항공기가 취소되어, 연말연시 같은 성수기가 아니면 몇 번이나 취소를 겪고서야 갈 수 있다. 비행기 표도 국내선 비행이라기에는 굉장히 비싸다. 편도에 80만원도 넘는다. 망가레바에서도 480km 떨어진 곳, 배를 타고 14시간은 가야 도착한다고 한다. 아직도 그 섬에는 외부인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은 오지다. 망가레바에는 불과 2시간 만에 도착했다. 이제부터가 진짜 여정의 시작이다.

운이 좋아 핏케언 제도에 급하게 들어가야 하는 프랑스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과 함께 배를 탈 수 있었다. 보통 수화물을 많이 싣고 갈 때는 큰 배가 들어갈 때도 있지만, 보통은 이렇게 작은 배로 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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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오셨어요?”

프랑스 중년 부부 2명에 타히티 가족이 8, 나를 포함해 총 11명의 사람들이 타있는 배에는 사뭇 긴장감이 돌았다. 작은 배에 14시간을 간다는 것이 아무래도 부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때 프랑스 중년 부부가 말을 걸어왔다.

대한민국에서 왔어요.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작은 나라라는 말을 듣고 물어물어 왔어요.”

. 정말 멀리서 오셨네요. 저는 망가레바 섬에 사는데, 지금까지 살면서 한국인은 처음보네요.

저는 오지탐험을 즐겨요. 지금까지 172개국을 다녔고, 이번에 오세아니아 18개국을 더해서 190개국을 여행 중이에요.”

신기해요! 어떻게 하면 제가 선생님의 사진을 볼 수 있을까요?”

네이버라는 곳에 제 이름을 검색해보세요. 여기 명함을 드릴게요. 유튜브도 있고 페이스북도 있어요.”

지금은 인터넷이 안돼서 확인을 못하지만 망가레바로 돌아가면 꼭 친구가 되고 싶어요.”

물론이죠

서로에 대한 궁금증을 알아가던 중 뱃머리에 선 선장이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

여러분 지금 멀리 먹구름이 보이고 있습니다. 아직 1시간은 더 가야하는데 먹구름의 길이가 긴 걸로 봐서 위험할 것 같아요. 제 판단으로는 아쉽지만 돌아가야 할 것 같은데 여러분들의 생각을 여쭤볼게요

진지한 표정으로 배를 돌려야겠다는 선장에 말에 다수결로 정하기로 했다. 과반수가 강행해서 섬에 가자고하면 가고, 반이 안 되면 돌아가야 한다고 한다.

아무래도 너무 위험한데, 뱃삯이 비싸기 때문에 여러분들 생각을 여쭤볼게요. 환불은 안 되지만 내일이나 모래 운행할게요. 그때 다시 타게 되시면 50%를 깎아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과반수가 동의하는 쪽으로 정할게요

사람들끼리 힐긋힐긋 서로를 마주보기 시작했다. 선장이 이어서 말했다

자 섬에 오늘 꼭 가야겠다! 하는 분만 손 들어주세요”.

번쩍

?”

내가 보기에 먹구름이 보이긴 해도, 1시간정도 불편을 감수하면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였다. 문제는 아무도 손을 안 들었다는 것이다.

아 아까 탐험가 선생님이시네요. 죄송합니다만, 지금 이 기후에는 아무도 섬에 가고 싶어 하지 않아서 다음을 기약해야 할 것 같습니다.”

거의 다 왔는데, 아쉽지 않나요.?”

아쉽긴 하지만. 목숨이 더 소중하니까요

. 알겠습니다.

그때 타히티 가족들 중 할아버지가 말했다.

선생님 일정이 괜찮으시면 저희 집에 머무르셔도 됩니다.”

정말이신가요?”

. 집이 좁고 누추하긴 해도 괜찮으시다면 저녁식사를 대접하면서 여행기를 볼 수 있을까요? 아이들이 아직 한 번도 섬 밖에 나가보질 않아서 궁금해 할 것 같아서요.

물론이죠. 감사합니다

망가레바에서 니우에 아일랜드행 비행기로 바로 나가야 한국에 잡힌 교장선생님 협의회 강연에 시간을 맞출 수 있어, 어쩔 수 없이 핏케언제도는 포기할 수밖에 없다.

오지탐험을 하다보면 수많은 변수가 생긴다. 거의 대부분 계획대로 되는 일이 없다. 특히 나는 사람을 만나고 사람 속에서 기회를 얻는 경우가 많다보니 내 여행은 무계획이 계획이다. 그래도 언제나 사람을 통해서 새로운 기회가 생긴다. 아쉽게도 내 삶에 남겨진 시간들 동안 핏케언 제도를 다시 시도해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다시 도전 해보고 싶다. 망가레바에 내려 가방에 걸린 여러 개의 자물쇠 중에 하나를 풀었다. 항구 입구 지붕에 작은 틈이 있어 그곳에 자물쇠를 넣었다.

사람들이 떠나고 남겨진 자물쇠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핏케언 제도, 바다위에 움직이는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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