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시내로 나갔다. 시내에 나온 이유는 어제 도미토리가 없는 괌에서 유일한 도미토리처럼 저가로 이용할 수 있는 숙소, 괌의 유일한 찜질방, 핫 스프링 스파 찜질방에서 들었듯이 차를 렌트하기로 한 것이다. 해외여행이나 오지탐험보다는 휴양지로서 유명한 괌, 이곳에도 오지는 분명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기에 차를 타고 멀리 나가볼 계획이다.
숙박비 식료품 등의 물가가 상상을 초월하는 이곳에서 조금이라도 남은 자산을 아껴보기 위해 차량은 수동으로 빌렸지만, 미크로네시아 섬나라에서 지붕도 없는 옛날 지프차량도 운전했던 나에게는 이 정도면 스포츠카 수준이다. 그렇게 차를 빌리고 비상식량으로 바나나 몇 개를 구해 실은 나는 공항이 있는 섬 중심에서 벗어나 개발이 된 북쪽이 아닌, 산과 바다밖에 없는 남쪽으로 방향을 잡아 내려갔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물어 내려갔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차를 타고 몇시간이면 남쪽 테두리 섬은 다 돌 수 있을 만큼 작은 섬이지만 나는 궁금한 게 보이면 멈춰서 가봐야 했고 사람이 있으면 내려서 말을 걸었다. 다양한 사람들과 괌의 요새 전쟁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이 섬을 구석구석을 둘러 보았다. 차에서 대충 바나나로 끼니를 떼우고, 화장실을 가기위해 길가에 보이는 식당을 들렀다.
이름이 자메이칸 그릴이라는 식당이었는데 자메이카 식으로 음식을 구워 스테이크처럼 먹는 식당이었다. 자메이카하면 YAMAN! 야만! 이라는 인사와 함께 흥과 레게의 나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경제적으로는 어렵고 관광객에게 의존하는 자메이카는 자신의 딸이나 부인을 직접 성매매를 알선하는 남편이 있고 분위기도 사실 살벌한 나라다. 하지만 다른 면으로는 순수한데, 이 식당에 호기심을 느껴 구석구석 구경하고 있을 때였다.
커다란 덩치를 가진 친구들이 보였는데, 동남아쪽으로 보이는 사람들이었다. 알고보니 이들은 괌에 거주하는 미국 군인, 경찰들이었는데 오세아니아 국가들의 특징은 독사도, 뱀도 별로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파푸아뉴기니와 몇몇 나라는 뱀이 발견되기도 하는데, 이들은 미국에서 뱀을 들여 부대로 가지고 가는 중이라고 했다. 자신이 얼마나 용감하고 멋있는지를 표현하기위해 자신의 업적을 호기롭게 말해주는 토마스. 길에서 만난 뱀을 잡은 사진을 보여주며 친근하게 인사를 해주었다. 그렇게 인사를 나누다가 내 나이를 듣고 깜짝 놀란 그가 “온종일 바나나 몇 개가 다” 라는 내게 샌드위치를 선물해주었고 어느새 땅거미가 내려온 이곳에서 가볍게 세안한 후 길을 떠났다.
가로등 하나 없는 캄캄한 산중길이 나오자 방향 분간이 안되기 시작했는데 어디서 예쁜 노랫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빗방울도 살짝살짝 내리기 시작하자 더위가 가시는 듯 했고, 차 앞으로 커다란 돌맹이 같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누가 발로 차기라도 한 듯 그 돌맹이들은 여기저기 튀어나갔다. 알고보니 두꺼비였고 그들과의 반가운 조우는 특별했다. 두꺼비를 보기위해 내렸더니 안내판이 보였고 야생동물도 출몰하는 어느 공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해가 뜰 때까지 여기서 더 움직이면 위험하겠다는 판단이 들었을 때 나는 차문을 열고 모기장을 쳤다.
‘누우면 바닥이 침대고 하늘이 이불이지’ 차의 불을 보고 다가온 건 지 타이밍이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수많은 두꺼비들이 길 좌우 갈대밭에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고, 이내 그 소리는 자장가가 되어 오랜만에 깊은 잠에 빠졌다.
[2022년 3월 25일 142호 1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