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석이 비좁게 앉아있지만 품위와 격이 느껴지는 치마입은 남자가 있었다. 한참을 신기하게 쳐다보던 나와 눈이 마주쳤고 불쾌하다는 눈빛보다 환한얼굴로 손을 흔들어주는 모습은 여행가의 호기심을 마구 두드리기시작했다. 그와의 강한 첫인상을 되새길새도 없이 공항에 도착했다. 피지에서 받은 안좋았던 기억들은 다 털어버리라는 듯이 비행기가 바닥에 착륙할때는 지금까지보다 더 크게 요동쳤다.
현금카드도 없는 내게 미국달러마저 다 떨어져 수중엔 단돈 50피지달러(한화 약 25,000원)밖에 없었다.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 입구까지 걸어가는데 같은 비행기 승객들이 공항입구에 직원들과 한쪽볼만 맞대어 인사하는 모습이 보였다. 통가사람들은 남여 구분없이 대부분 장대한 덩치를 가졌지만 표정과 얼굴은 마치 3살 어린아이들 처럼 맑았다. 그러다 한 사람이 눈에 띄었다.
주변사람들이 먼저나와 인사하고 VIP라운지의 의전직원이 모시러 나와 인사하고 있는, 비즈니스석이 없는 작은 비행기 모두가 같은 이코노미석이 굉장히 작아보이게 만들었던 대장군같던 장정이 보였다. 어디를 가나 따라가보니 입국심사대와 별개로 있는 VIP라운지로 들어가기에 여기까지가 인연인가보다 하고 서둘러 입국심사대로 들어갔다.
흰머리와 검은머리가 뒤섞인 반달머리의 나에게 통가인 심사대 줄에 서있는 사람들이 말을 걸어왔다. 처음 왔다는 말에 무척 호의적인 모습들이었다. 물건을 점검하는 심사대에 들어오자 긴장이 되기시작했다. 피지의 안좋았던 기억이 되살아났기때문이다. 긴장해보이는 내게 심사대 사람들은 서두르지않고 기다려주었다. 심사는 금방끝났고 자꾸만 뭘 말로하라는 사람들이 보였다.
"말로말로!“
나를 한국사람인줄 알아보는 사람들이 말로 뭘 하라는 건가? 하고 유심히 쳐다보니 서로서로 ‘말로!’라는 인사를 주고 받았다. 말로는 그들에게 인사의 표현이었던 것이다. 환전소에서 한국돈을 바꾸려고하자 안된다는 것이었다. 아뿔사 지금 내게 남은 50불의 피지돈만 겨우 통가돈 50불로 바꿀 수 있었다. 단돈 50달러 이곳의 물가도 모르지만 일단 조금은 안도했다. 잠이야 경찰서를 가도 되는 것이고 없으면 방법은 있다.
그때 예의 그 VIP장정이 나왔다. 재미있는건 그는 나오면서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에게 돈을 줬다(?) 그것도 멀리서봐도 10불 20불 정도를 주는 것 같았다. 꽤 큰 돈을 그냥 뿌리고 다니는 것이다. 물론 사람들이 먼저 알아보고 인사를 해오기는 했다. 그렇게 그는 공항 검색대에 있는 직원에게도 팁을주었다. 나도 인사하면 혹시 돈을 주실까 싶어서 앞에 기다렸다가 인사했다.
“말로!”
“말로! 근데 누구?”
흰머리가 희끗희끗한 반달머리의 외국인 할아버지가 말을 걸어오자 의아한 얼굴을 한 그가 물었다.
한국에서 온 레미며 왜 여행을 하는지 등의 이야기를 했다. 그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준 것 같지만 잘 알아들을 수 없어 아쉬웠다. 이야기를 더 해보자 참 재미있는사람이 생겼고 호기심이 생겼다. 알고보니 이 사람은 이곳 교회의 목사님이였고 이곳에서 하는 목회활동에 있어서는 굉장히 큰 사람이었다.
이야기를 계속 나누다가 당신을 인터뷰하고싶고 응해준다고 하면 몇일간만 신세를 지고 싶다고 하자. 흔쾌히 응하며 차에 함께 탔다. 그를 채우러 4명의 덩치큰 사람들이 조직ㅇl라고 봤을 정도였다. 깍듯이 목사님을 모시는 그들또한 교회에서 높은 직급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그렇게 도착하게 된 목사님의 집, 목사님의 집은 정말 깔끔하고 좋았다, 맞은편에 큰 교회를 두고 있음에도 건물 1층에는 기도실과 강당등에 예배할 수 있는 공간이 있고 맞은편 건물에도 그렇다고 했다. 통가왕국에서도 합창이 궁금해 교회에 와보고 싶었는데 굉장히 잘된 일이다. 그렇게 주방에서 준비해준 차와 다과를 먹으며 이야기하는데 쪼로로 고등학생은 될법한 소녀들이 다가와서 목사님에게 소근거렸고 목사님이 다 들으시더니 말했다
“레미 방이 준비가 다 되었답니다 따라오세요”
‘내가 머물곳을 치우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들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보니 방 느낌이 딱 소녀의 느낌이다. 마치 유럽의 수도원 수도사의 방 같은 단출한 느낌 커다란 침대가 하나 있고 책상 등은 없이 다양한 가구가 오밀조밀 있다. 누가봐도 사용했던 방 같던 모습에, 딸들 중 한명의 방이었음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들이 표현해주는 환대가 고마웠다. 아무 조건없이 베풀어주는 큰 사랑에 벌써 가슴이 몽글몽글 하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