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11월 23일

레저/여행

쿡아일랜드(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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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그녀가 소개해주는 두곳을 둘러보고 다시 그녀의 집에 갔다. 그녀의 아들 딸은 지금은 뉴질랜드에 살고있고 가끔 쿡아일랜드로 온다고 했다. 지금 세명의 손주 중 이스라엘에 있는 한명의 손주가 있고 두명은 이곳 쿡아일랜드에 와있다고 했다. 거실에는 꽃으로 만든 화관이 5개나 있고 가족들 한명한명의 스토리가 담긴 사진들이 가득했다. 추억으로 사는 할머니 같았다.

“가족들 한명한명이 정말 대단하네요. 따님이 한분만 있으신거죠?”

“네 딸한명이 있고 사위가 뉴질랜드에서 항공사 기장을 하고있어요. 근데 레미는 몇 살인가요? 가족은 있어요?”

“네 저는 지금 77세에요. 제게는 딸셋에 아들 한명이 있는데, 어릴 때 음악을 시켰어요. 아들은 섹소폰, 첫째딸은 피아노를 영국에서 배웠고, 둘째딸은 플롯을 이탈리아에서, 셋째딸은 바이올린을 체코에서 공부했어요. 이렇게 음악인 가족이 모이다 보니, 음악을 통해 할 수 있는게 많아요. 프랑스 민요 Little star 아시나요? 반짝반짝 작은별 아름답게 비추네~ 이노래요. ”

“네 알고있죠. 자제분들게 음악을 배우게 한 것 정말 대단하신 것 같아요.

“우리나라는 큰 전쟁을 겪고 지금은 남한과 북한 두 개로 나누어져있어요.”

“네 으.. 북한, 세계최악의 독재국가라고 들었어요.”

 “하하.. 저는 남한입니다. 어쨎든 우리나라를 도와 함께 싸워준 국가들이 있어요. 16개의 참전국, 6개의 의료지원국 그리고 48개의 물자지원국이 있었습니다. 그 국가들에 대한 감사함을 전하기 위해 국가이름으로 작사해서 노래를 만들었어요. 그 노래를 작사한 기념으로 UN참전국과 함께하는 77 콘서트를 열었습니다. 우리 가족들만으로요”

“우와 놀라워요. 음악인 가족이네요. 사운드 오브 뮤직 영화에 본트랩가족이 떠오르네요. 본트랩가족도 자신들만의 독단적인 음악을 만들지는 못했었죠. 그저 한꼭지만 맡았을 뿐인데, 레미는 가족들만으로 콘서트를 열었다는 거죠?” 

“네 여기 영상을 한번 보세요”

그렇게 영상을 함께 보며 딸들의 연주 발레리나 손녀의 발레, 소프라노 손녀와 기타리스트 손녀의 아름다운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눈에 무지개가 떳다.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자 곁눈질로 나를 보며 흐뭇하게 웃는 모습이 보였다. 밖을 보니 시간이 어느새 많이 흘러있었다. 조금 허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는지 데비가 물었다.

“레미 여기서 계속 머물다가 저녁도 먹고 가실래요? 오늘 정말 멋진 분을 만난 것 같아서 좋네요.”

“너무 좋죠. 아 그러면 여쭤보고싶은게 있는데 제가 지금 도미토리, 호스텔 같은 숙소를 찾고있어요. 혹시 아는데가 있나요?”

“음 여기는 호스텔이나 도미토리같은곳이 없어요. 비슷한 곳은 있긴한데, 혹시 쿡아일랜드에는 얼마나 더 머무나요?”

“내일 떠나요”

절대그럴 리가 없을거라 생각했던 최악의 시나리오로 진행이 되고 있다. 호스텔이나 도미토리가 없는나라, 아프리카에도 있는 도미토리나 호스텔이 쿡아일랜드에 없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세계적인 여행가 토마스 쿡이 발견한 나라가 아닌가, “아니면 여기에 하루 머물래요? 우리 손주나 딸이 가끔 와서 자는 방이 있어요.”

“정말인가요? 정말 그래도 될까요?”

“네. 처음뵈었지만 믿음이 가요. 거실에 잠시만 계셔주세요. 잠시 정리좀 하고 올게요”

그러더니 거실에서 이 집은 소문자 t구조로 되어있는 집이다. t구조의 왼쪽은 화장실 위쪽은 데비의 방 오른쪽은 자제들의 방, 아래는 넓게 거실이 펼쳐진 형태다. 데비가 없는 거실에서 이제 정말 한번 세세히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본인이 없는 곳에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모습은 자칫 의심을 줄 수 있는 법이다. 포도밭에선 모자 고쳐쓰지말고, 수박밭에선 신발 고쳐쓰지 말라는 말도 있지 않던가.

그저 앉아서 찬찬히 다시한번 주변을 살펴봤다. 주방엔 식기들이 잘 가지런히 정돈되어있었고 군더더기 없이 배치되어있는 공간이다. 추억 해일처럼 넘쳐흐르지만, 사치품은 사막처럼 없는 공간, 그녀의 평소생활과 심성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아이들 방에서 귀중품처럼 보이는 것을 한데 모아 본인 방으로 옮기는 모습도 보였다. 충분히 그럴수 있다. 만약이라는 것이 있고, 생전처음 본 사람을 믿을 수는 있지만, 도둑질은 하는 사람도 잘못이지만 하게 한사람의 잘못이라는 말도 있듯이 괜한 오해나 분란이 생길 수 있는 것은 애초에 막는 것이 좋다.

한편으론 불편하게 하는게 아닐까 하는 미안함도 들었지만, 고마움도 컸다. 이스라엘 키부츠에 갔던 친구중에 정양효라는 학생이 떠올랐다. 그 학생은 키부츠 생활을 하며 사귄 많은 사람들 중에 예술가의 집에 얹혀 지내며 미술과 문화를 배우고 그 관심도를 더 심화시키기위해 유럽을 경유해 돌아오겠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물고기를 주기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었었는데, 훌륭하게 해내고 돌아온 것 같다.

“레미 이방으로 와보실래요?”

“네”

그녀의 목소리를 따라 도착한 곳에는 옷을 수납할 수 있을 정도 크기의 서랍장이 1개 장롱이 1개가 있고 퀸사이즈 침대가 하나 있는 딱 편안한 잠자리가 준비된 방이었다.

“레미 문은 안잠궈둘거에요. 편하게 다녀가시면되요. 저녁으로는 과일과 샐러드가 준비되어 있어요 혹시 외출하시게 되면 편하게 다녀오세요 저녁은 지금 드시겠어요?”

6시간마다 식사를 맞추어먹기 때문에 아침식사를 기준으로 아직 2시간이나 식사시간이 남았다. 정중하게 거절하는 것도 중요했다.

“제가 건강의 비결중 하나가 6시간 마다 식사를 먹는데 아직 2시간이 남아서 혹시 배고프시면 먼저 식사하셔도 됩니다.”

“그럼 제가 먼저 먹을게요 레미”

“고마워요 데비 그러면 저는 이 주변 구경을 조금 하고 올게요”

“네 그렇게하세요”

그리고 집에서 나와서 온길을 보니 열집에 탐스럽게 열린 망고나무가 있었고 바닥에는 망고가 하나 울타리 너머로 떨어져 있었다. 어떻게 될지 모르니 망고를 손에 쥐고 온길 따라 밖으로 나오는 길에 무덤가 가운데에 교회가 보였다. 무덤들 속에 있는 교회라니 신기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고 그랬다. 그런데 교회에서 나오는 사람 중에 멀리서 나에게 손을 흔드는 사람이 보였다. 내가 맞나? 하고 뒤를 돌아보니 아무도 없었다.

나를 어떻게 알고 인사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인사를 하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교회도 궁금 했지만, 무덤도 궁금했다. 왜 무덤사이에 교회가 있을까? 자세히 보니 교회를 다녔던 사람들은 다들 이곳에 묻히는 모양이었다. 이곳 쿡아일랜드도 재미있는 것은 묘지를 일종의 놀이터로 생각한다. 찾아가기 어렵고 난해한게 아니라, 매주 주말 교회를 갔다가 찾아가고 부모 혹은 조부모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쯤으로 여긴다.

쿡아일랜드도 연말이기에 토일요일이 아니라도 여기저기 송구영신예배가 열린다. 이번에는 무더기의 사람들이 나를 향해 손을 흔든다. 같이손을 흔들어주는데 사람들 표정이 이상하다. 뒤를 보니 주황색옷에 흰색 화관을 쓴 데비가 걸어오고 있었고 그녀를 알아본 사람들이 인사를 한것이었다. 조금 민망하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우스꽝스러운 기억은 오히려 더 오래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거의 다가온 데비가 말했다

“아 레미 키부츠에 대해 7가지가 있다고 하셨잖아요. 나머지 4가지도 궁금해요”

“아 그거 말이죠? 조금 걸으면서 이야기할까요?”

“네”

 무덤가에서 교회로 걸으며 키부츠를 강의하느 자리에서 하던 말들을 전해주며 다시 외국 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광안리에서 했던 강연 뒷부분을 마저 보여주었다. 해외체험이 필수인 세상에 해외경험을, 값싸게 아니 처음 비자비와 항공권 외엔 아무 돈이 안든다 영어를 120%만들 수 있으니까 인맥이 성공의 중요한 요인이 되는 시대라고 하는 현대에 세계 46개국의 친구들을 만들 수 있으니까 장학프로그램들처럼 시험을 치는 것도 아니고 가벼운 영어면접만 합격하면 시작도 쉽다.

또한 세계 7대 불가사의 중에 요르단페트라가 지척에 있고 꼭 가봐야할 성지라 불리는 이스라엘은 최고의 여행지이기도 하다 그리고 직업이나 나이로 평가를 받는 것도 아니라 마을 공동체의 일원으로 평등하게 인정받는다.

“해외경험을 이렇게 잘 쌓을 수 있으니까요. 경험이 성공을 만들겁니다”

 “맞는 말씀이에요 레미 정말 훌륭해요” 내일 저도 비행기를 타러 가는데 시간이 어떻게 되요? 제 손주가 저를 태워주러 올텐데 시간이 맞으면 같이 타고 가시면 좋겠네요“

“좋구말구요”

그렇게 마을을 한바퀴 돌아보는데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녀는 나를 여기저기 소개하고 사진을 찍어주었다. 도착한지 1박 2일만에 마치 현지인이 된 것 만 같은 착각을 느끼며 쿡아일랜드에서 많은 친구를 급속도로 사귀고 있다. 그러던 중 데비가 길을 가며 소개해준 사람 중에 키가 작고 일본인교수처럼 생긴 분을 만났다. 외국인이면 다른 섬의 생태도 알아야 하지 않겠냐며 커뮤니티 센터를 추천했다.

“커뮤니티 센터?” “네 레미 커뮤니티 센터라고 쿡제도의 흩어져있는 각각의 섬들에서 온 사람들이 같은 섬에서 온 사람들로만 모여 행사를 하거나 하는 날이 있어요. 그날이 바로 커뮤니티데이인데, 새해를 맞이하는 이 타이밍에 그곳에 가장 특별한 문화를 많이 보실 수 있을거에요.”

“한번 가보고 싶은데 어떻게 가면 될까요?” “제가 거기까지 태워드릴게요.” 

 다음 호에 계속...  

 [2021930일 제13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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