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명 정도밖에 안되는 사람들이 탔고 막상 차에 올라보니 15인승은 되어보이는 미니버스에 각자의 캐리어 등의 짐을 싣자 남은 공간은 다른사람의 무릎밖에 없을 정도로 자리가 없었다. 이제 구겨져 앉는 것은 대수롭지 않다. 봉고차에서도 스스럼 없이 바닥에 앉아 짐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얼싸안았다. 남들이 보기에 불편할 수 있었지만 오히려 내게는 더 편했다.
그렇게 도착한 호텔 1인실 1박에 10만원이다. 이른 새벽에 나올 것이기에 불과 4~5시간 머무는 비용으로 10만원은 적은 돈이 아니다. 그리고 핸드폰과 신용카드를 함께 잃어버렸기 때문에 자금도 여유롭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오지탐험가로서 한 도미토리 등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나는 이곳에 머물 수 없었다.
“혹시 이곳에 도미토리는 없을까요?”
“도미토리는 잘 모르겠어요. 저희 호텔 뿐만 아니라 모든 호텔이 지금 비행기로 온 손님을 받으면 다 문 닫을거라서 오늘은 없을겁니다.”
“그러면 경찰서에 가봐도 될까요?”
“그렇게 하세요. 여기가 타운의 가장자리라서 경찰서는 조금 가셔야할거에요. 오신 길로 10분정도 차를 타고 가셔야 할 정도의 거리에요. 여기 지도에요. 그러면 저희는 오늘은 마감하겠습니다. 혹시 무슨 일 있으시면 이 연락처로 전화주세요.”
라며 명함을 건네주었다. 착한사람.
“네 고맙습니다.”
그렇게 나와서 경찰서 방향을 향해 걷는데,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가로등도 칠흑같은 어둠에 발이라도 헛디디면 큰일이기에 한걸음 한걸음 조심해서 걸었다. 설상가상 휴대폰 배터리도 얼마 없기에 정말 아껴야했다. 지나가는 차도 없어서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에 얼마쯤 걸었을까 차가 한 대 내 등을 향해 오는 소리가 들렸다. 히치하이킹이 가능할까? 조마조마 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고 활짝 웃었다. 꽤 빠른속도로 질주하던 검은색 봉고차였다. 속도를 조금 줄이는가 싶었는데, 나를 지나치는 모습에 다음을 기약하려는데 저멀리서 후진으로 다시 돌아오는 차가 보였다.
나를 향해 오는가 싶어, 잰 걸음으로 다가갔더니 20대로 보이는 젊은 여성운전자가 혼자 있었다. 그녀는 조금은 경계하는 얼굴로 내게 물었다.
“이 시간에 무슨일이세요?”
“도미토리를 찾고있어요. 제가 가진건 이 지도밖에 없어서 경찰서라도 먼저 찾아가 보려고 해요. 꼭 도미토리가 아니라도 오늘 새벽까지만 비행기의 여독을 풀 수 있는 곳을 찾으면 되거든요”
사실 이렇게 유창하게 했다기 보다는 더듬거리며 도미토리를 찾고 있다. 만약 못찾으면 경찰서. or 누군가의 집하루 머물면 좋다. 이렇게 이야기하지만 오세아니아 사람들은 이런 말에 답답해하지 않고 불완전한 문장을 완성시켜주며 어떤 의도로 말하는지를 캐치해주려 노력했기에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일단 타세요”
이 아가씨의 이름은 리아나, 혼자살고 좁은 집에 살고있기 때문에 집에 모실 수는 없고 경찰서로 태워준다고 했다.
“정말 고마워요 리아나 아가씨, 당신의 이름을 절대 잊지 않을게요.”
“천만에요. 쿡아일랜드에 오신걸 환영해요”
영어가 유창했다면 더 스며들고 싶었지만, 그녀의 핸드폰에 내 유튜브 아이디를 가르쳐주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타운을 질러 타운 입구쪽으로 가는데 오는 길에는 경황이 없어서 못봤던 길거리에는 색색의 동그란 전구가 길에 매달려있었고 타운 내부 도로를 환히 밝혀주고 있었다.
그런데 다니는 사람도 열려있는 가게도 아무것도 없었다. 결국은 예정했던대로 경찰서로 향할 수 밖에 없었고 경찰서에서 그녀는 나를 내려주고 경찰서 문을 열고 안에 들어갈 때까지 손을 흔들어주었다. 경찰서 귀퉁이를 빌려 잠든다 경찰서에 들어서자 홀엔 아무도 없었다. 겉보기에는 1층에 작은 건물 같았지만 2층짜리 건물이었고 홀에서 갈수 있는 모든 문은 잠겨있었다. 결국은 경찰서에서 잠시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기다리는 동안 달려들지 모르는 모기나 무는 벌레가 있을까 조금 걱정이되기는 했지만 차분히 앉아서 고민을 해보았다. 30분정도가 지났을까 이곳에서의 일을 기록하고 지난 여정을 돌아보는데 문을 열고 키는 2미터에 몸무게는 120키로는 족히 나가보일 것 같지만 전혀 둔해보이지 않는 구릿빛 피부에 팔이나 보이는 곳에 털은 그렇게 많지 않는 경찰이 들어왔고 이내 아주머니 여경이 한명 따라 들어왔다.
“하이!
아임 레미 프럼 사우스 코리아”
오래 기다렸던 터라 먼저 다가가서 반갑게 인사했다.
“아 네 안녕하세요? 무슨일로 오셨습니까?”
“도미토리를 찾고있는데요, 혹시 어디가면 찾을 수 있을까요?”
“도미토리요? 음.. 호스텔같은 숙소를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잠시 들어오시겠어요?”
그를 따라 경찰서 사무실로 들어갔다. 우리는 상상했을 때 범죄자를 앉혀놓고 취조하는 자리 같은 느낌이었지만, 긴장이 되거나 하진 않았다. 난 잘못한게 없으니까. 하지만 모르는 나라에 들어오면서 숙소를 예약하지 않고 왔다는 것은 유래가 없는 일이라서 마냥 떳떳하진 않았다. 입국수속 카드에 분명 숙소를 적고 왔을테니 말이다.
이들은 그렇게 캐묻기 보다는 찾아봐주는 방법을 선택했다.
“레미 제가 지금 열려있는 호스텔이나 도미토리에 전화를 해볼거에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공손하게 기다려달라는 말을 남기고 무전기로 도미토리와 호스텔을 언급하며 찾아보라는 식의 말을 남기는 것 같았다.
“고맙습니다.”
“천만에요. 협조 까지 구해야하다보니 시간이 걸릴 수 있을 것 같은데, 밖에 앉아계시겠어요?”
“네 알겠습니다.
바깥에 나와 결과를 기다리는데 불안함은 없었다. 그렇게 또 30분을 더기다렸을 때,
“레미!”
안에서 내 이름을 부른느 소리가 들려왔다.
“네”
대답과 함께 안에 들어갔고 착잡한 표정의 경찰이 말하기를
“레미 지금 열려있는 숙소가 단 한군데도 없다고 합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아까 명함을 받았다는 그 숙소로 다시 태워드릴까요?”
“음... 저는 오지탐험가에요. 새벽부터 일정을 시작할건데 시간이 얼마 안남아서, 숙소를 지금 가기는 그런데 경찰서에서 몇시간만 머물러도 될까요?”
“잘 곳이 없어서 불편하실텐데 괜찮으시겠어요?”
“네”
그렇게 경찰서에서 머무는 것을 허락받고 바깥에 사람들이 잠시 쉬어가는 가로로 긴 나무의자를 가지고 안으로 들어왔다. 날씨자체가 따듯해서 추위에는 걱정이 없었지만, 딱딱한 의자에 담요하나만을 덮은 채로 잠들어야 하는데다 모기장을 고정하기가 마땅치 않은데다, 보기에 좋지 않을 것 같아서 그렇게 잠들려고 누웠다. 하지만 잠은 생각처럼 쉽게 오지 않았고 몇시간을 뒤척여서야 겨우 잠들 수 있었다. 그렇게 쿡아일랜드의 첫날밤을 보냈다.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