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11월 23일

레저/여행

니우에 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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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르~ 두런두런~ 까르르르륵~ 마치 아기들이 장난치며 좋아하는것 같은 귀여운 소리가 거실에서 들려온다. 이들의 아침은 보통 새벽 일찍부터 시작된다. 그렇다고 밤에 일찍 자는 것도 아니다. 나도 통행금지 시절 12시부터 4시까지만 자던 게 습관이 되어있어서 4시가 되면 저절로 눈이 떠져서 아침을 일찍 시작하는 편이다.

 전날의 하루를 정리하고 다가올 하루를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고 명상에 잠긴다. 차분히 생각을 가다듬고 현재 몸 상태 등을 체크하며 내가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해보고 싶은 것, 그리고 한국에 돌아가면 나누고 싶은 것들이 이곳에 무엇이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진다.

몇 시간이 흘렀을까, 거실이 조용한 것 같아서 정리할 것을 정리하고 밖을 둘러볼 준비를 마친 후 나왔는데 제이니는 아침을 준비하고 있었고 왓데는 씻고 나오고 있었다. 울퉁불퉁 따로 운동을 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도 왓데의 가슴과 팔뚝은 불끈거리는 근육으로 덮여있어 매우 듬직한 몸이었다.

 씻고 나온 왓데는 곱슬거리는 긴 머리가 어깨까지 자란 헤어스타일이었는데 그 머리가 그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었다. 고무줄로 머리를 질끈 동여맨 왓데는 장정(壯丁)이라는 표현이 아까울 정도로 늠름한 전사 같았다.

자신을 관찰하듯 보는 시선에 멋쩍었는지 왓데가 먼저 물었다

 “잘 주무셨어요?”

 “굿굿 아주 좋았어요. 고마워요. 내가 저방에서 자도 되는데..

 “아니에요. 제가 편해서 그래요. 식사는 준비되어 있어요. 오늘 무엇이 하고 싶으세요?”

 “그냥 주변을 한번 둘러보고 싶어요.

 “운전할 줄 아세요?”

 “그러면 아침식사하시고 저를 직장까지만 태워다 주세요. 그리고 차를 가지고 다니고 싶은데 다니세요.

 “정말요?”

 “네. 아침은 준비되어 있어요. 저는 이미 식사를 마쳤고요."

 “네?”

 이제 보니 제이니가 준비하는 건 왔데의 점심 식사로 도시락을 챙기는 것이었고 아침은 빵과 잼, 시리얼 그리고 그에 조합을 이루는 우유가 준비가 되어있었다. 하루를 알차게 다니려면 우유와 콩을 먹어야 하기에 시리얼과 오트밀로 배를 채우고 가볍게 양치와 고양이 세수만 하고 왔데 와 나왔다. 창문이 열려있었는데, 알고 보니 창문이 올라오지 않는다고 했다. 신선하다. 그리고 시동을 특별하게 걸었다. 클러치가 있는 수동 기어 차량이었는데, 시동 거는 모습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다.

 차에서 내려있을 때는 엔진을 연결하는 배터리와 시동 전선을 띄워두고 발전기와 연결하는 시동 전선을 꼬아 시동을 걸면 걸리는 형태였다. 창문이 안닫히니 도난을 방지하는 거라고 생각을 했지만, 나우에 이곳은 도둑질이 없기에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외국에 나오면 보통 가장 먼저 걱정하는 게 도둑이나 강도를 만나면 어떻게 하지 등과 같은 걱정이다. 잠시 두고내린 핸드폰도 바로 잃어버리고 영영 찾지 못하는데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니?

 “어떻게 확신해요 왓데? 도둑질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잖아요.

 “하하 레미 나우에 아일랜드에는 교도소에 죄수가 없어요. 그 말은 즉 죄짓고 사는 사람이 없다는 거죠.

 머리를 둔기로 꽝하고 내려맞은 느낌이다. 교도소에 죄수가 없다니

 “그게 정말이에요? 나우에 아일랜드에는 죄수가 없다고요? 정말? 진짜로요?”

 “네 하하 나중에 한번 가보세요.

 그렇게 믿지 못할 이야기를 나누면서 왓데는 조수석에 탄 나에게 광장에 건물들과 역할을 설명해 주었다. 집을 기준으로 광장을 지나서 조금 더 가다보면 첫 번째 보이는 공장형 건물이 바로 왓데의 직장이라고 했다. 왔데의 직장동료들은 왔데 보다 키나 체격은 작았지만 다들 팔은 잔뜩 화가 난 울룩불룩 한 근육질이었다. 아무래도 힘을 많이 써야 하는 일을 하는 것 같았다.

 “저녁에는 저를 태우러 오지 않아도 돼요. 마음껏 차 쓰고 나중에 집에서 봐요.

 굳이 안에까지 들어가지 않았지만 왓데의 친구들은 굳이 바깥에서 차를 내린 왓데 와 나를 번갈아가며 바라보고 나에 대해 묻는 듯했는데 친구들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웃으며 들어가는 모습이 친구들 사이에서 우두머리 역할을 하는 느낌이었다. 왓데를 내려주고 나니 머릿속엔 한 가지 생각에 꽂혀 다른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교도소에 죄수가 한 명도 없는 나라. 교도소에 죄수가 없는 나라 나우에 아일랜드. 내눈으로 꼭 확인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모험을 떠났다.

오랜만에 수동을 몰아 잠시지만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다. 클러치를 조금만 잘못 조절하면 시동이 꺼지고 이렇게 손을 많이 봐서 움직이는 차는 언제든 그 손길이 다시 필요한 상황이 될지 모르기에 조심해야 했다. 심지어 이곳은 차도를 다니는 차도 별로 없어서 도움받는 게 어려운 상황이 생길 수도 있기에 시동을 안 꺼트리면서 다니기 위해서 잠시 내 손에 맞게 차를 길들이는 시간을 가졌고 차의 컨디션을 확인한 뒤에는 거칠 것 없이 달렸다.

교도소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바로 경찰서다. 운이 좋게도 경찰서는 왔데의 집 주변에 있었다. 집들이 다들 작았는데 경찰서의 규모가 꽤 컸던 기억이 나서 나는 이곳에 경찰 인력이 많이 필요하고 치안이 그렇게 좋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완전히 오판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차를 몰아가는데 내가 차를 몰아보니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바로 차도에 움푹움푹 패어있는 웅덩이들이었다. 웅덩이들은 차를 기우뚱기우뚱하게 만들었고 이것은 차의 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기에 최대한 웅덩이를 피하면서 다녔다.

 그렇게 언덕을 올라가 경찰서 앞에 내렸다. 경찰서 1층에는 아무도 없었고 2층 건물이었는데 1층에는 아무도 없는것 같았다. 누군가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있는데 순찰을 하고 들어오는 경찰차가 보였다. 니우에 아일랜드의 경찰도 쿡아일랜드처럼 체격이 굉장히 우람했다. 내가 자신을 기다렸다는 것을 알고 다가오는 그는 다소 당황스러운 모습이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외국인이 타국에서 경찰서를찾는 것은 좋은 일은 아닐 확률이 높기에 경찰로서 걱정이 되는 것도 있었으리라.

 무슨 일이십니까?”

“교도소를 가보고 싶어서요.

 “네? 교도소를요?”

 “네 저는 지금 오세아니아 18개국을 돌며 여행을 하고 그 경험들을 돌아가면 신문에 싣고 책으로 나오고 영상으로 만들 예정이에요. 다른 작은 섬나라도 교도소에 죄수가 있었는데, 이곳 나우에는 감옥에 죄수가 없다는 말을 듣고 왔어요.

 “하하 재미있네요. 맞아요 나우에 감옥에는 죄수가 없어요. 한번 가보세요. 저~ 쪽으로 가면 웅아 조각상이 있어요. 그 바로 뒤에 작은 건물이에요.

 “웅아요?”

 “아 코코넛 크랩이오. 우리는 코코넛 크랩을 웅아라고 불러요.

 “네 감사합니다. 귀엽네요 웅아! 코코넛 크랩을 찾아서 그 뒤 건물! 고맙습니다”

 “천만에요. 좋은 여행 되세요 아참 이름이 뭔가요? 신분증 있으세요?”

 “네 물론이죠 여기요”

 여권을 보여주며 명함도 함께 드렸다.

 “대단한 분이네요. 작년 태풍으로 니우에에 인구가 많이 줄었어요. 파도가 섬의 중심까지 칠 정도로 쳐서 위험하기도 했고 복구하기도 힘들었거든요. 하지만 인구가 줄어도 상관은 없어요. 필요한 건 다 있거든요.

 섬이 작으니 재미있는 게 있다. 일반가정집에 아침마다 빵을 구우면서 빵집이라고 대문에 걸어두면 빵집이 되고 조각을 하거나 그림을 그리는 취미가 있어서 그린 작품이 몇 점 있으면 화방이나 박물관이 되는 것이다. 작아서 재미있는 나라 니우에 아일랜드에서 이제 교도소를 찾기 위해 코코넛 크랩을 찾기만 하면 다 되었다. 도심이라고 해봤자 일자로 죽 난 길에 약 2킬로미터 정도 듬성듬성 정부 시설 건물 하나렌터카 숍 2개, 교회, 마트 하나, 휴대폰 가게 하나, 시장 하나 그게 전부다.

 그게 전부인 동네에서 코코넛 크랩 찾는 건 쉬운 일이었다. 코코넛 크랩이 보이고 바로 옆에 커다란 철제 건물이 있었다. 교도소를 저렇게 음침하고 무섭게 지어놓아서 아무도 죄를 안 짓게 되는 건가 하며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 둘러보는데 바깥에서 경찰차 소리가 들렸다.

 에에엥 에에엥이 한적하고 조용한 국가에 사이렌이라니, 그런데 지나가는 사람이 없어서 구경하는 사람도 없다. 나만 그 소리를 듣고 혹시 안내나 소개를 부탁할 수 있을까 해서 나왔더니 경직된 표정으로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멈추라고 한다.

 “Stop!”

 나를 보고 하는 말인가 싶어서 주변을 두리번 가려보니 아무도 없다. 교도소를 분명 다른 경찰이 가봐도 된다고 했는데 왜 이러는 걸까? 여기는 사람이 없으니 서로 다 알아서 이 차 주인이 왔데인 걸 알고 차 도둑이라고생각하는건가? 많은 생각을 하며 손을 들고 가만히 있는데,

 “여긴 무슨 일이야!?”

 “교도소. 교도소 보러”

 무슨 일이냐는 질문에 더듬더듬 교도소에 왔다고 하자, 표정을 풀며 말한다.

 “여긴 생선 공장이에요. 바로 옆 저기라고요."

 가정집처럼 너무 작고 옆에 잡초 깎는 기계가 있길래 당연히 가정집인 줄알고 바로 옆 이 커다란 건물로 왔는데, 알고 보니 저게 교도소였단다.

 “따라오세요”

 자기를 따라오라 손짓하고 경찰이 앞장서 준다. 커다란 덩치에 비해 성큼성큼 걷는 발걸음이 굉장히 빨랐다. 종종걸음으로 따라가자 팔을 벌려환영한다는 듯 우스꽝스러운 제스처로 안내해 준다. 강압적으로 이야기를 한게 미안했는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마음껏 보라고 했다. 철창 안에는 침대 하나와 세면대와 변기가 있는 방이 하나 그리고 나머지 방에는 잡동사니만 있었다.

 “경찰 아저씨~! 실례할게요”

 경찰 아저씨를 부르자 뭔지 알겠다는 표정으로 씩 웃으며 다가와서 묻지도 않은 질문에 답해주었다.

 “여기는 들어오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창고처럼 쓰고 있어요. 죄를 짓는 일자체가 없는 나라다 보니 그래요.

 “그러면 저는 집이 없는데, 여기서 자도 되나요?”

 “물론이죠. 그냥 쓰세요 정비해서 마음대로 쓰세요”

 니우에에 다시 한번 와야 할 이유가 생겼다. 무상임대 ‘나의 집’이 생긴 것이다. 나 니우에에 집 있는 남자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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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423일 제13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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