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11월 23일

레저/여행

그림같은 바다… 수채화 속을 달리는 듯

 
 

거가대교를 가다
 
자동차나 버스로 내륙 길을 달려 두 세 시간은 족히 걸려야 당도할 수 있었던 거제도. 부산과 그다지 멀리 떨어져있는 도시가 아님에도 한번 마음먹어야 찾아볼 수 있는 가깝고도 먼 곳이었다.
 
여기에 섬 구석구석 전설을 품은 비경들을 다 만나볼라치면 이틀은 족히 머물러야 돌아볼 수 있었지만, 바닷길 거가대교가 열리면서 이제 자동차로 1시간이면 충분히 거제시내까지 돌아볼 수 있게 됐다.
 
지속되는 한파로 미뤄왔던 거가대교체험을 지난 주말 본지 ‘여유’섹션팀이 다녀왔다. 교통체증으로 인해 꿈의 여행길이 아니라, 짜증의 길이었다는 앞선 체험자들의 불만을 뒤로하고 거가대교를 직접 달려보니 주말인데도 생각보다 술술 잘 뚫린다.
 
거가대교 개통후 유료화로 전환되면서 교통체증이 한층 완화되어서일까. 전국에서 몰려든 관광객들로 주차장마다 대형버스와 자가용들로 가득했지만, 거제도로 가는길은 너그러이 봐줄 만큼 막힘이 없었다.

아직도 거가대교를 달려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지금부터 지면을 통해 시뮬레이션 체험하듯 두루 살펴보고 여행을 설계하는 게 시간낭비를 줄일 수 있다.
 
>>부산서 오전 9시30분 출발
 
우선 부산시민이라면 어느 지역에 사느냐에 따라 진입로가 달라진다. 김해, 북부산권이나 하단 등에서 출발한다면 을숙도를 지나 진해방향으로 좌회전후 거가대교 이정표를 따라 어느정도 달리다가 우측으로 빠져서 녹산산단 가덕도방향으로 진입하는 방법이 빠르고, 신평 괴정 자갈치 등 서구권역에서 출발할 경우 괴정이나 감천에서 사하경찰서 앞을 지나 강변도로방향으로 직진해 을숙도대교를 통해 거가대교로 진입하는 방법이 있다.
 
빠르고 아름다운 비경을 감상할 수 있는 대신 통행료가 추가로 든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을숙도 대교는 출퇴근 시간을 제외한 시간에는 경차 700원, 소형차 1400원, 중형차 2400원이다.

녹산산단을 지나자마자 비스듬한 오르막길 도로에 진입하면 까마득한 발아래로 어마어마한 물동량을 짐작케하는 신항만의 규모와 드넓게 펼쳐진 눌차만, 우뚝 솟은 컨테이너 크레인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몇 시간에 한번 겨우 시간 맞춰탈 수 있었던 옛 가덕도 뱃길을 뒤로하고 시원하게 육로가 뚫리는 것도 모자라 가덕도 머리를 짓누르듯 높이 세워진 고가도로를 막힘없이 달리다보면 어느새 첫 휴게소.
 
그동안 볼 수 없었던 가덕도 뒷모습까지 마음껏 감상하다보면 한껏 기분이 들뜬다. 하지만 지금까지 감동은 가덕도휴게소에서 느껴보는 감동에 비하면 약하다.
 
>>휴게소 오전 10:20분~10:50분
 
참새가 방앗간을 외면할 수 없듯 거가대교 여행자라면 이곳 휴게소를 반드시 거쳐갈 것을 권장한다. 푸드 코트도 입맛대로 갖추어져 있어 아침을 굶고 나선 여행자들의 요기도 달랠 수 있다. 갓 구운 따끈한 빵과 즉석에서 뽑아낸 커피로 간단하게 요기를 채우는 것도 점심시간 거제도 별미를 맛보기 위해서는 좋은 방법.
 
먹는데 시간을 할애하기가 아까울 만큼 드넓게 조성된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바다는 사진으로 담아도 좋을 만큼 충분히 아름답다.
 
이따금 대형선박이 바다를 가로질러 항만으로 향하는 모습도 종종 만날 수 있어 항구도시 부산의 멋과 운치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남쪽으로 이동하는 햇살을 받아 비늘처럼 반짝이는 ‘윤슬’은 여행객들에게 바다가 만들어내는 최고의 선물이다.
 
휴게소 좌우로 화장실도 넉넉하게 마련되어 있어 어느 방향에서 진입해도 급한 볼일도 여유롭게 해결할 수 있다. 사방으로 뚫린 유리문은 휴게소 전체를 전망대로 활용하기 좋다. 휴게소에서 거제도 여행 안내지를 미리 챙겨가면 현지 여행에 큰 도움이 된다.
 
휴게소 전망대에서 사진을 찍고 이곳저곳 둘러보다보면 시간은 금방 흐른다. 더 많은 곳을 둘러보려면 서둘러 나서는 게 좋다. 개통후 세계 최초의 수식어를 달고 많은 화제를 낳았던 바로 해저터널을 체험할 시간이 기다리기 때문이다.
 
처음 만나는 터널은 일반터널. 어느 정도 달리다보면 비로소 해저터널이 나오는데 해저터널은 가덕해저터널이라고 적혀있어 구분이 가능하다. 자칫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다가 넋을 놓으면 진짜 해저터널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달릴 경우 짜릿한 맛을 잃기 쉬우니 조심해야한다.

수심 48미터 침매식터널을 달리는 기분은 어떠할까. “에게게 이게 해저터널이었어?” 할만큼 쾌적하고 환한 침매터널은 육지인지 바다속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만큼 차이를 느낄 수 없다. 단지 해저라니 믿을 수밖에.
 
 
시원하게 뻗은 거가대교를 달리다보면 국내 최초 곡선 다이아몬드형 주탑의 조형미도 볼거리고 좌우로 풍경화처럼 펼펴진 그림같은 바다와 점점이 황홀한 푸른 섬들이 그림속을 달리는 착각마저 들게한다.
 
>>느릿느릿 오전11:20분 포로수용소도착
 
본지 유여섹션팀은 먼저 거제시내에 들어서기 위해 김영삼 전 대통령생가, 옥포대첩기념공원 이정표를 지나 송정IC에서 내려 거제박물관을 거쳤지만 둘러보지 않고 바로 거제시청방면으로 달렸다.
 
거제시청 이정표를 보고 좌회전해서 들어서면 해금강 가는 방면인데 우측에 거제포로수용소가 있다. 거제도 여행자라면 반드시 둘러봐야할 대표적 관광지다.
 
자동차는 1000원 선납주차를 하고 들어서면 탱크모형 에스컬레이더를 타고 디오라마관으로 향한다. 포로들의 삶과 폭동, 송환에 이르기까지 당시의 상황을 알게해주는 실물크기의 모형과 음향효과는 자료물의 생생함을 더해준다. 한국전쟁과 근현대한국사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역사자료관도 잘 꾸며놓아 학생들의 체험학습장으로도 인기다 .
 
입장료는 거제시민1000원, 외지인 어른 3000원, 청소년 2000원, 어린이 1000원이다. 단체는 할인해준다. 여유있게 체험하고 사진도 찍으며 돌아보다보면 벌써 1시간. 어느덧 출출해질 시간이다. 여유섹션팀은 12시30분이 되어서야 수용소를 나와 주차장 앞 우측에 현수막이 내붙은 백만석으로 향했다.
 
멍게비빔밥과 갈치구이 등이 유명하다는 이 음식점은 텔레비전과 신문에 소개된 횟수만도 수 십 번째라며 현란한 현수막을 내걸었다. 번호표를 들고 기다려야하는 지루함과 번거로움이 따랐지만, 유명맛집이라니 기다려보기로 했다. 생각보다 기다림은 짧다.
 
거제도의 특미인 멍게비빔밥을 주문하니 제철 생메기탕이 덤으로 나온다. 멍게를 잘게다져 간을 하고 숙성시켜 살짝 얼린 후 편썰기하여 참기름과 깨소금, 김가루와 비벼먹을 수 있게 공기밥과 생선한 토막, 찬을 내준다.
 
멍게밥은 담백하고 갓 잡아올린 생메기탕은 시원한 국물과 함께 부드러운 생선살이 살살 녹는다. 값은 1만2000원. 알밥(1만원), 성게비빔밥(1만5000원), 갈치구이(3~4만원), 찜 등 다른 메뉴도 많다. 주변으로 다른 맛집도 즐비하다.
 
배고픔도 해결했으니 이제 해금강으로 향할 시간. 시간이 넉넉하다면 외도까지 여유있게 둘러볼 수 있겠지만, 반나절을 다 소비한 오후 1시가 넘은 시간이라 섹션팀은 해안 드라이브와 신선대, 바람의 언덕, 해금강의 비경을 눈으로 채울 계획을 잡았다.
 
그러나 다행히 당일 바람이 잔잔해 오후 2시 30분에 출발하는 해금강 유람선에 오를 수 있었다. 해금강 호텔마당에 주차하고 호텔1층 식당 옆 매표소에서 표를 끊어 부리나케 배에 올랐다. 해금강 유람선 투어는 1인당 1만3천원.
 
 
 
해금강, 십자동굴, 매물도, 외도 등 여러 곳을 돌아보는 다양한 코스가 총 6가지 있다. 입담좋은 유람선 선장을 만나면 해금강 유람선의 재미가 더하다. 각종 섬과 바위의 전설에 심취해 절경을 감상하노라면 베트남 하롱베이가 결코 부럽지 않다.
 
 
 
기상이 안 좋을 때는 동문 진입이 어려워이날은 선장이 남문으로 십자동굴을 들어섰다. 출렁이는 파도와 기암절벽이 손에 닿을듯하고 암벽병풍 안에서 바다쪽을 바라보니 느낌이 색다르다. 유람선을 타고 섬을 돌아보는 시간은 족히 1시간여.
해금강 나서는 길에 ‘신선대’와 ‘바람의 언덕’을 둘러보고 사진을 찍다보면 어느새 오후 5시. 부산으로 돌아가가는 길은 해안로를 택했다. 이정표를 잘보고 IC에 진입해야 통영이나 창원으로 빠지는 우를 범하지 않는다. 쉬엄쉬엄 드라이브를 즐기며 섬을 빠져나와 부산에 도착하니 오후 6시.
 
 
 
빠듯하지만, 여유롭게 거제섬을 돌아볼 수 있는 코스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곳을 둘러보기보다 한번도 가보지 못했던 곳을 중심으로 여행지를 설계하고 찾는다면 하루만에 여유로운 알뜰여행을 즐길 수 있다.
 
 
 
아직도 거가대교를 달려보지 못했다면 이번 주말 가족과 함께 떠나보자.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색다른 추억을 안겨줄 것이다.
 


 
섹션취재팀
[2011년 1월 17일 15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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