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11월 24일

레저/여행

하늘이 내려보낸 마음의 섬

 
 
곳곳에 동백나무 오솔길 일주도로 시원, 해식절벽도 볼만

섬이 품은 곳곳이 한폭그림 ... 띄엄띄엄 14가구 평온한 휴양지
 
 
 
실내에서만 보내기엔 아까운계절이다. 이런 계절이면 산, 바다, 드라이브 등 가볍게 즐길수 있는 야외활동들이 떠오르기 마련. 탁 트인 바닷길을 따라 드라이브도 즐기며, 청정한 숲길을 따라 걸으면서 일상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곳으로 가벼운 주말여행을 떠나보자.
 
 
거제 지심도 동백숲길은 경남의 걷고 싶은 길 중 하나로 선정된 천혜의 자연휴양림이자, 거제 8경중 하나다.
 
거가대교를 이용하게 되면서 거제도는 이제 당일 코스로 부담 없는 여행지가 됐다. 아름다운 거가대교 아래로 펼쳐진 쪽빛 바다는 목적지로 향하는 지루함 마저 잊게 하며 멋진 드라이브 코스를 만든다.
 
 
남도로 향하는 아름다운 드라이브를 한시간 남짓 즐기면서 장승포항에 다다르면, 동백숲으로 유명한 지심도로 향하는 배를 탈 수 있다. 아름드리 원시 동백나무가 숲을 이룬 지심도는 장승포항에서 뱃길로 15분정도면 도착한다.
 
 
편도요금 6천원, 하루 5회씩 왕복 운항하지만 동백꽃이 만개하는 계절이나 공휴일에는 수시로 증회 운항하기도 한다.
 
 
낚시를 위한 또는 지심도의 매력을 아는 소수의 사람들만 찾던 지심도는 몇 년 전 1박2일이라는 TV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부터 주말이면 섬을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게 됐다.
 
 
하늘에서 내려 보면 섬의 생긴 모양이 마음 심(心)자를 닮았다고 하여 지심도(只心島)라 불리는 이 섬은 면적 0.36㎢(약 11만평), 최고점은 97m의 작은 섬이다.
 
 
일주도로인 오솔길을 따라 1~1시간 30분만 걸으면 지심도의 진면목을 고루 감상할 수 있어 당일 코스로도 부담 없는 여행지다. 남해안 섬들 중 어느 곳보다 동백나무의 묘목수나 수령 등이 압도적이어서 ‘동백섬’이란 이름이 가장 잘 어울리는 섬이기도 하다.
 
 
배 멀미가 걱정인 사람들도 거뜬히 참아낼 수 있는 15분~20분정도의 시간만 바닷길을 달려가면 도착하는 지심도 선착장. 대부분 한나절 휴식삼아 돌아보기 충분한 곳이라 여기고 찾지만, 휴가시즌이 아님에도 지심도의 매력을 아는 사람들은 일박을 계획하고 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선착장에서는 짐을 나를 사륜바이크들이 일박손님들을 기다리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포장된 길을 따라 오르면 벌써부터 동백나무 우거진숲터널 길이 시작된다.
 
 
 초여름 한낮의 태양을 가릴 모자나 양산이 오히려 번거로울만큼 하늘을 가린 상록수림은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고, 바다내음 가득 실린 남해의 바람이 여행자들을 연신 반긴다.
 

관광객들이 늘어남에 따라 생긴 몇 개의 민박집들을 지나 제일 먼저 나타나는 절경은 해안절벽 '마끝'. 해식절벽 뒤로 펼쳐진 시원한 풍경에 마음을 빼앗긴 여행객은 하나같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사진을 남긴다.
 
 
작은 섬 지심도는 해안선을 따라 낚시터가 곳곳에 여러 개 있는데 '마끝'에도 낚시를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 지심도에선 대나무와 뜰채를 이용하여 재래식으로 고기를 잡을 수 있는 이색적인 뜰채낚시 체험도 인기다.
 
 
마끝 해안절벽을 뒤로 하고 섬의 중심부를 향하는 약간의 오르막길을 계속 걸으면 넓은 공터가 나오는데 오래 전 폐교된 학교의 운동장이다.
 
 
단체여행객들이 족구를 즐기기도 하며, 또 한 쪽에서는 가져온 간식들을 펼쳐놓고 피크닉을 즐기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는 곳이다.
 
 
계속해서 발길을 재촉하면 우거진 숲을 벗어나게 되는데 제법 넓은 평지가 나타나고, 울창한 원시림사이로 틈틈이 새어 들어오던 바람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상쾌한 바닷바람이 기분좋은 언덕을 만나게 된다. 활주로인 이곳 언덕에서 바라보는 비경도 일품이다.
 
한두 시간이면 섬의 구석구석을 모두 구경할 만큼 작은 섬이지만 어느 것 하나 비경이 아닌 곳이 없다. 해안선전망대에 섰노라면 누구라도 탄성이 절로 나오고, 섬에서 바라본 쪽빛바다, 수백 년도 넘도록 섬을 지켜온 아름드리 원시 동백나무, 그 동백나무들이 만든 그늘진 동굴숲은 한낮에도 햇빛 한줄기 스며들지 않는 어둡고 시원한 터널을 만들고, 12월부터 4월까지 피고지는 무성한 동백꽃들이 장관을 이루는 곳.
자연의 선물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섬이다.
 
 
해풍으로 반짝이는 동백나무 잎들만 무성한 줄 알았던 지심도를 산책하다보면 제법 굵직한 대나무들이 우거진 숲도 만날수 있고, 초여름임에도 불구하고 수북이 쌓인 낙엽을 밟을 수 있는 오솔길도 만날 수있다.
 
 
멀리서 보면 섬전체가 하나의 숲과 같은 지심도는 전체면적 60~70%를 동백나무가 차지하지만 소나무, 유자나무, 후박나무 등 37종에 이르는 수목과 식물도 자란다고 한다.
 
 
섬이 작은 만큼 딱히 구석구석 소개할 명소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섬이 품고 있는 곳곳이 모두 한 폭의 그림이고,어느 곳을  촬영해도 멋진 작품사진이 된다.

 
이 작은 섬에도 사람이 살고 있을까. 문헌에 따르면 조선 현종 45년에 15가구가 이주해서 살았다고 남아 있으며, 한일 합방으로 주민들이 강제 이주되기도 하였고, 이후 일본군 요새로 1개 중대가 광복직전까지 주둔하였으며 지금도 일장기를 꽂았던 게양대, 탄약고, 포진지 등이 남아 있다. 이작은 섬에도 아픈 역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현재는 14가구가 생활하고 있다는 지심도는 안내도를 따라 돌아보면 알겠지만 인공적인 느낌은 거의 없는, 기껏 현대적인 느낌이라고는 몇 개의 민박집이나 한창 공사 중인 카페정도가 고작이다.
 
 
크고 작은 섬마다 제각기 나름의 매력이 있기 마련. 남도에서 흔한 것이 동백이라지만, 오랜 세월동안 제멋대로 자란 야생의 동백들이 지천인 섬이 주는 매력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은 단연 지심도가 으뜸일 것이다.
 
 
특히 3~4월이면 만개하는 동백꽃에 매료되어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몰려온다. 지금은 비록 꽃은 지고 없지만 섬이 간직한 아름다움만큼은 여전하다.
 
 
조용히 걸으면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휴식하기엔 오히려 지금이 더없이 좋은 때. 혹시 이번 주말엔 어디로 떠나볼까 고민 중이라며 '지금 바로 지심도로 떠나보세요' 라고 말해주고 싶다.
 
[2012년 6월 20일 제 32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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